남부교도소에 다녀와서

남부교도소에 다녀와서

최예용 0 4886

남부교도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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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임신예와 남부교도소에 도착해서 11시경 면회를 신청했다.  

점심시간이 이르다는데 많이 기다려야 하나요?”

아뇨 1130분경이면 가능해요

책을 넣어드리려고 갖고 왔어요. 여기요

그런데 어쩌죠? 책을 이미 28권이나 갖고 계셔서 두 권만 넣을 수 있어요.”

그러면 책을 보여주고 두 권만 고르라고 할게요

30분뒤 최열대표의 928번 수인번호가 전광판에 들어왔고 면회실 통로 입구에서 휴대폰을 꺼내 맡기고 6번방으로 향했다. 아직 다른 사람이 면회중이라 밖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저편에서 최대표님이 손을 흔들고 계신다. 우리도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다.

 

면회실은 유리로 완전히 가로막혀있고, 양쪽에 스피커폰이 놓여있어 그리로 대화한다.

스피커폰 위에 15라는 빨간숫자가 면회시간 제한을 알린다.  

최대표님,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낸다. 반갑다.”

얼굴이 좀 상하신 것 같아요”(임신예)

아냐, 잘 먹고 운동하고 그래요.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해. 40분 정도 뛰고 20분 정도 걷고 그래요

가로막혀서 악수도 못하고 그러네요

그러게, 특별 면회하면 직접 만날 수 있어

엉거주춤 서서 이야기를 나누니까 뒤에 입회한 교도관이 앉아서 이야기들 하세요라고 말해줘, 의자에 앉았다.

운동을 어디서 하는데요?”(임신예)

여기 운동장이 있어요

아픈 곳은 없으시구요?”(임신예)

없어요. 센트륨인가 하는 영양제도 사서 먹을 수 있어요.”

먹는 거는요?”

반찬이 아침에 2, 점심과 저녁에 3개씩 나오는데 별도로 반찬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어

량은 적지 않아요?”
부족하지 않아. 오히려 남지

대표님, 책을 넣어 드리려고 많이 갖고 왔는데 두 권밖에 못 넣는데요. 이미 갖고 계신 책이 28권이나 된대요. 30권이 한도라고 그래요. 다 읽은 책은 밖으로 보내셔야 다른 책을 넣을 수 있대요

그래, 2-3일내로 10권쯤 정리할 생각이야

일단 여기 갖고 온 책 중에서 두 권을 골라보세요

어디 봅시다

동서양의 시집 두 권은 임신예씨가 드릴려고 산 거고, 나머지는 집에 있던 책들 골라온 거에요. 아마 쉽게 읽히고 재미있는 책을 먼저 보시는 게 어떨까 해요. 여기 이 책은 영화 좋아하는 변호사가 주제별로 영화를 소개한 거에요

최대표는 책을 살펴보고 [위험증폭사회] [시네마법정] 두 권을 골랐다.

요즘 유행이 안에 있으면서 쓴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거래요. 책 많이 읽고 글 쓰세요”(임신예)

책도 많이 보고 신문도 5개나 봅니다

대표님이 재단식구들에게 보낸 편지 같이 읽었어요. 필체가 좋으시니까 편지글을 많이 쓰셔서 보내주시면 사람들과 좋은 소통이 될 거에요

그래, 생각난 김에 최예용씨 집주소 알려줘. 적어야겠다

최대표님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면회오는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미리 메모해 둔 듯 몇가지를 전한다.

재단에서 보내준 사진과 여러 사람들의 메시지 어제 도착했어. 잘 받았다고 전해줘

(왼쪽 가슴에 달린 번호판앞의 2자를 가리키며 가리키며) ”이번에 등급이 2급으로 조정됐어. 그래서 한달에 면회가 6번 가능해. 이번 달은 면회3번 더 가능해.”

전화도 세번 가능해.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이틀 있다가 연결해준대. 윤영이 엄마한테 알려줘

그럴게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면회오면서 형수님께 연락드렸어요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9시부터 6시까지 취침인데 10시경 잠들고 4시면 깨. 이런저런 생각하며 뒤척이다 5시경 일어나서 책 읽고 편지 쓰고 그래. 신문은 10시경 들어오고. 창 밖으로 산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고 그래. 방은 온돌이라 따뜻하고. 오전, 오후, 저녁 세 차례 TV도 시청하고.”

“일요일에는 종교 가진 사람들이 인근 교회와 절에 가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도 성당에 가 볼까 해

그러세요. 최예용씨도 성당에서 결혼했잖아요.”(임신예)

, 구요비 신부님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열심히 하고 계세요

그래 잘됐네. 신부님께 안부전해줘. 백도명 교수에게도

그럴게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최대표님 석방과 사면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제는 이시재교수님이 김춘이씨랑 몇 명 같이 국제프로그램 준비하는 회의했어요

네델란드의 문유미랑 남편 비어트가 소식듣고 깜짝놀라면서 편지한다고 주소알려달래더군요

그래. 4대강조사 시작한다니까 4대강사업 반대운동이 옳다는 게 밝혀지겠지”  

이렇게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시간이 다됐다는 신호가 울려서 인사를 하면서 일어났는데 교도관이 1분 남았다면서 이야기 더 하라고 해서 다시 앉았다. 

, 어제는 삼척의 시멘트공장 주변의 진폐증과 건강피해 입은 주민들과 만나고 왔어요. 충주MBC에서 시멘트공장 주민피해문제를 영화로 찍었는데 이번 5월 환경영화제에 출품한다고 하더군요

잘 됐네. 올해는 환경영화제 상영극장을 5곳으로 늘렸어

, 그래서 그 영화 상영할 때 전국의 시멘트공장 피해주민들이 모여서 같이 보려고 해요. 환경영화제에 일반시민들만이 아니라 환경피해주민들이 같이 하면 좋잖아요

그렇지. 미리 영화제 팀에 말해서 좌석을 확보해달라고 해

최예용씨 박사학위해서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하하, 미뤄놓을게요. 얼른 나오셔서 사주세요

그러자


이번에는 진짜 시간이 끝났는지 스피커폰이 아예 꺼졌다.

대표님, 잘 지내세요. 화이팅이에요

그래 잘가

교도관과 저쪽편 문밖으로 나간 최대표님이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작년 말, 논문 심사 통과 후에 최대표님이 축하한다며 한잔 살 테니 날 잡으라고 했었다. 논문인쇄본이 나오면 아내와 같이 뵈려고 잡은 날이 221일이었다. 그런데 19일 최대표님이 구속됐다. 아내는 면회가서라도 뵙자고 했고 316일 토요일 오전에 면회일정을 잡았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일요일 늦은 밤. 밖에 툭툭툭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비다. 지난주 사무실 창가의 목련나무 봉오리가 곧 터질 듯 했는데이 빗물에 봄꽃들이 나올 채비를 서두르지 싶다. 세상과 단절된 남부교도소 독방에서도 철창 너머로 들리는 봄비소리가 많이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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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꽃봉오리 새순 하나가 겨울옷을 벗겨내고 있다. (2013318일 아침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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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백목련 봉오리들

글사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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