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 잊었나…돌고래 수입 ‘거제시의 역행’

제돌이 잊었나…돌고래 수입 ‘거제시의 역행’

최예용 0 3758

경향신문 2013년5월24일자

경남 거제시가 ‘돌고래 체험 전시시설’을 만들면서 일본에서 돌고래를 수입키로 해 국제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이 돌고래들의 수입을 허가했다.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하며 생명존중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와 거제시의 역행적 행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제돌이 방사 등 돌고래 보호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은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시가 ‘거제씨월드’를 만들기 위해 일본과 러시아에서 모두 19마리의 고래류를 수입키로 하면서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며 고래류 포획 및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환경부는 큰돌고래 4마리의 수입을 허가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9일 대표적인 고래류 보호 국제기구인 ‘고래와 돌고래 보호(WDC)’를 포함한 세계 34개 환경보호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환경부 윤성규 장관 앞으로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을 불허하고 고래류의 수입과 포획, 전시, 공연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고 밝혔다.일본의 돌고래 대량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코브(The Cove)>의 감독 릭 오배리가 주도하는 ‘돌핀프로젝트’도 거제씨월드의 건립에 반대하는 국제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모아진 서명을 윤 장관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수입을 허가한 큰돌고래가 잔혹한 방법으로 고래를 죽이거나 생포해 악명이 높은 일본 다이치에서 포획한 것인 점도 국제적인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일본의 다이치 지역의 돌고래 살육은 <더 코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거제시의 돌고래 수입 추진과 환경부의 부분적인 허가가 국제적인 비난을 일으키면서 제돌이 방류 이후 높아진 고래류의 생명존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제씨월드가 “기존의 돌고래쇼와 다른 체험
프로그램”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돌고래와 수영하기’ ‘돌고래 만지기’ 등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돌고래를 평생 좁은 수조에 가두고, 돌고래를 훈련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돌고래쇼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돌고래를 만지면 돌고래쇼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돌고래에게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불법포획 사실이 밝혀져 방류가 결정된 제돌이는 지난 11일 포획된 지 4년 만에 제주도로 돌아가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최예용 부위원장은 “해경의 제돌이 불법포획 사실 발표, 서울시의 방류 결정, 대법원의 제주 퍼시픽랜드 돌고래 몰수 결정으로 국제적으로 한국이 고래류 정책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는 중에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수입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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