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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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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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의지 있나" 

[함께 사는 길] 최예용 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은수 <함께사는길> 기자  |  


프레시안 2021.02.28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특조위 활동을 1년 6개월 연장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 연장 조사에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조사를 제외시킨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조사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연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은 규명되었는가. 특조위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년간 활동해온 최예용 박사는 개정안에 항의해 사표를 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이대로 끝인 것일까. 지난 1월 11일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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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조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에서 진상규명 조사 활동을 해온 최예용 전 부위원장은 환경보건시민센터로 돌아와 피해자들과 함께 다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어떻게 지내셨나


"짐들을 옮기고 1월 4일부터 정식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출근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자 사퇴를 밝혔다


"12월 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이하 사참법) 개정안에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역시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야당 의원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지적을 하더니,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더 할 것 있냐?'는 식이었다.


환경부 역시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은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입장을 야당 의원에게 제출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책임이 있는 부처다. 해수부가 세월호에 대해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절대 못할 것이다.


결국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 조사 연장을 제외한 사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특조위 활동기간 동안 참사와 관련된 범죄행위의 공소시효 정지 역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해서는 빠졌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런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당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항의성 사퇴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 항의성 사퇴였지만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다. 진상규명 파트를 맡은 소위원장이었는데 법에서 진상규명 파트가 사라졌다. '당신 나가!'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 환경부 말대로 진상이 규명됐는가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의 시작은 '어떤 제품을 누가 만들었는데 얼마만큼 팔렸고 누가 사용했고 어떤 피해자가 있는가'이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단 한 번도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 이건 사건 초기부터 일관된 느낌이다. 오히려 특조위의 진상규명 대상이 정부부처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특조위가 환경부에 대한 감사 청구를 낸 적이 있었다. 2016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들이 구제금을 내도록 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제외시킨 사실을 찾아내 이를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낸 것이다. 환경부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그런 일로 감사원에 청구까지 하냐?'고 난리를 쳤다. 이후 환경부는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실제로 책임을 묻게 되는 일이 생기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책임 있는 이들이 여전히 현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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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도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 연장을 요구했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10명 중 6명은 진상조사 중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솔직히 환경부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 피조사기관 아닌가. 여당 역시 이번 개정안에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를 넣는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무슨 부담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뺐다. 환경부가 그런 입장을 내고 여당이 개정안에 합의하는 일은 청와대와의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피해구제법 제정하고 청와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해서 사과했지만, 그 이후 3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를 입에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한 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나.


돌이켜보면 세월호 참사 단독으로 특조위를 만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저 역시 반성할 지점이 꽤 많고 책임도 적지 않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한 측면도 있다."


- 실제 특조위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어디까지 규명했나?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부분만 말씀드리면 절반 정도 했다. 구체적으로 독성실험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개 제품이 어떤 성분으로 얼마나 팔렸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그리고 그런 제품을 쓴 사용자가 몇 명이고 그로 인해 건강피해를 본 이들이 몇 명인지 공식적인 추산을 했다. 군부대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도 찾아냈다.


가습기살균제 생산 공장을 방문해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옥시싹싹, 애경가습기메이트 제품은 같은 제품이라도 농도가 10배 넘게 차이가 났다. 농도 관리와 품질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제품을 사용했어도 피해의 정도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이 설명이 되며 무엇보다 가습기살균제 독성 동물실험 결과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용한 제품의 독성 농도에 따라 실험 결과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 재판에도 변수로 작용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련해서는 특조위가 출범하자마자 검찰이 2차 수사에 나섰고 특조위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내용을 지원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정부에 대한 책임 부분이다. '1994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처음 만드는 과정에 정부의 안전 시스템은 있었는가? 있었다면 작동을 했는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면 누구 책임인가?'를 조사하고 있던 차였다. 20여 개의 정부기관이 어떤 책임이 있고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40~50% 접근했다. 시간과 조건이 좀 더 주어졌다면 정부의 책임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중단돼 아쉽다."


- 일부 피해자들은 특조위가 피해자 찾기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강력한 비난과 비판은 제 책임이 크다고 본다. 피해자와의 소통이 중요한 특조위였는데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의 한계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제대로 된 피해 보상과 배상을 받지 못하는데 피해자를 뭐 하러 찾느냐'며 답답해하는 분들이 계시는 걸 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 하지 않나.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제품만 이야기하는 것은 손가락 끝만 보는 것이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다.


신고한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신고하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이 있다. 왜 죽었는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알려줘야 한다. 그나마 유족과 가족들이 기억을 하고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한다. 피해자를 찾아내고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책임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경부의 피해자 찾기 방식으로는 안 된다."


- 특조위의 목적 중 하나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가.


"제대로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 때문에 참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보장하겠는가. 당장 코로나19 소독제를 분무하는 게 위험함에도 환경부는 컨트롤하지 않는다. 흡입 독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그 교훈을 자기네 교훈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고 사회는 위험사회로 가고 있다. 복잡하고 안전한 시스템이 갖춰져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중삼중의 안전망을 갖춰야 그나마 안전하다고 믿을 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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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길(이성수)


- 앞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크게 두 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조위가 연장된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정부 책임을 좀 더 조사해서 청문회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일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것은 수사의뢰나 고발로 넘기고 공소시효가 지난 것은 청문회 자리에서 밝히고 그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책임 있는 정부 기관의 전현직 임원이 나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정권 출범하면서 '가습기살균제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안전사회로 가겠다'고 말을 했으면, 그 정도의 플랜은 있어야 하지 않나.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교훈이 국제사회에 전달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 중심으로 사고가 발생했지만 유럽의 대기업들이 연루되어 있는 사건이며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와 그에 따른 소비자 대규모 사상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날 수 있다. 일본의 미나마타병 이후 유엔에서 수은협약이 만들어졌듯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교훈으로 최소한 스프레이 흡입 독성을 일으키는 제품은 국제사회 규약에 따라 흡입독성 테스트를 거쳐 나오도록 하는 생활화학제품 안전을 위한 의정서 내지 협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시민운동가로 돌아가 시민운동 방식으로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풀겠다. 하지만 반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저 혼자는 어렵다. 환경운동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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