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가습기살균제가 빚은 형제의 비극… “형은 숨지고, 난 만성 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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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가습기살균제가 빚은 형제의 비극… “형은 숨지고, 난 만성 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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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가 빚은 형제의 비극… “형은 숨지고, 난 만성 천식”

세계일보 2021.8.23 
“GS, 제품 피해자 있는 데도 발뺌만… 피해자들 죽은 다음 해결하면 무슨 소용”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S리테일 PB 상품 '함박웃음' 사용한 형제의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살균제가 빚은 형제의 비극은 2019년에야 실체를 드러냈다.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천식 등을 앓아 지난 2018년 ‘피해자’로 인정받은 동생 김종제(59)씨가 2년 전 우연히 병원에 입원해 있던 형 병제씨로부터 “나도 저거(가습기살균제) 사용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당시 급성결핵을 앓고 있던 병제씨는 TV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과 동생이 같은 제품을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가습기살균제가 형제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형 병제씨는 2019년 피해 접수에 나서 환경부 장관 명의로 가습기살균제 노출확인 인정서를 발급받았지만 1차 피해 인정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재심을 신청했지만 지난 2월 폐암 진단을 받은 뒤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4월 63세 일기로 사망했다. 

 

23일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GS함박웃음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 기자회견에서 종제씨는 “GS리테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저는 평생 개선되지 않는 천식을 앓게 됐고, 형님은 돌아가셨다”면서 “GS는 제품 피해자가 있는 데도 발뺌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등에 따르면 종제씨는 2007∼2009년 GS리테일의 자체브랜드(PB) 가습기살균제 ‘GS함박웃음 가습기 세정제’를 사용하다 2009년 10월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 제품에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있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GS리테일 함박웃음 가습기살균제 사망, 천식 형제 피해' 사례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종제씨는 폐기종과 천식 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피부질환과 중이염까지 나타나 치료를 받고 있지만 별 차도는 없다고 한다. 그는 병원 치료를 받은 지 6년 가까이 지난 2015년에서야 본인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센터에 피해 신고를 하고, 2018년 피해를 인정받았다.

 

종제씨는 “2015년에 언론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많이 보도되면서 그때서야 내가 겪던 증상과 가습기살균제 피해 증상이 같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형님은 입원한 뒤인 2019년에 내가 말해주고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형인 병제씨는 종제씨와 달리 피해 구제조차 받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병제씨는 GS수퍼 청주시 상당점에서 동생과 같은 제품인 GS함박웃음 가습기 세정제를 구입해 사용했다. 2018년부터 폐에 이상이 생긴 병제씨는 2019년 청주의료원에서 급성 결핵으로 입원하던 중, 우연히 TV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사가 방영되는 것을 보고 피해자인 것을 알게 됐다. 2019년 피해 접수를 했지만 병제씨는 1차 심사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사실만 인정받았을 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재심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다가 지난 4월 폐암으로 숨졌다.

 

종제씨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 20년이 지나다 보니 피해자들은 고령층에 접어들고 자꾸 죽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피해자들이 다 죽은 다음에 해결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GS리테일 함박웃음 가습기살균제 사망, 천식 형제 피해' 사례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센터는 두 형제의 사례가 피해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병제씨와 같이 피해 신고자 중에 폐암 발생사례가 수십 건에 달하지만 폐암이 관련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종제씨가 앓고 있는 피부질환 역시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GS리테일 측이 국정조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1만1000여개를 판매했지만,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파악은 물론 배·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GS함박웃음에 들어있는 살균제 원료 CMIT/MIT의 위해성 심사결과 급성경구, 경피흡입 등 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GS의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를 가습기살균제 사용제품으로 지정, 피해자(47명)를 집계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공론화 10년을 맞이해 이달 31일까지 가해 기업 앞 기자회견·1인시위 등 집중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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