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하라다'가 되어 승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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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하라다'가 되어 승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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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 하라다, 환경병

14일 오후 2시 일본 구마모토의 한 장례식장에서 무려 1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학자이며 환경운동가를 기리는 장례식이 열렸다. 이곳에는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울산대 의대 김양호 교수도 참석했다. 하라다 마사즈미 교수의 장례식이었다.

김 교수는 구마모토대학에서 하라다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다. 비보를 듣고 현해탄을 건너 직접 장례식까지 참석한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과 엔에이치케이방송 등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보도를 했다.

하라다 박사는 환경병의 대명사 '미나마타병의 아버지'. 그는 1964년 태아성 미나마타병, 즉 수은이 거의 모든 유해물질을 방어해준다고 믿었던 태반막을 뚫고 태아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해 세계 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날 그렇게 많은 추모객들이 모인 까닭은 단지 미나마타병 연구자로서의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행동하는 학자였다. 또 다른 세계적인 환경병으로 기록된 가네미유(피시비 중독) 사건과 일본 최대의 미이케 탄광사고 등의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편에서 보상투쟁에 함께하는 등 그는 이미 그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급성골수백혈병으로 투병하다 11 77세로 별세했다. 그는 죽기 전 마나마타병을 일으켰던 시라누이 해의 '붉은 바다'에 자신의 유골 일부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미나마타병에 혼신의 힘을 쏟았고 또 그 피해자들과 한몸이 되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도 이날 오전 10시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는 최 열 환경재단 대표를 비롯해 그를 잘 아는 지인들과 환경운동활동가 30명이 모여 추모모임을 가졌다.

미나마타와 50년 후의 가습기살균제

하라다 박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1980년대 중반 환경 문제를 금기시하던 군부독재 시절 한국을 방문해 온산공단의 온산병이 환경병임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뒤에도 한국의 학계와 환경운동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잦은 교류를 해왔다.

미나마타병은 그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데만 1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은 오랜 법정소송 끝에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은 환경병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물었다. 이는 1950~60년대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5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지난해 벌어진 세계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집단 사망사건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1인시위라는 팻말을 달고 국민 앞에 재조명 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5 21일 최예용 소장이 첫 1인시위자로 나선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22일로 23차를 맞는다. 대학교수, 변호사, 환경운동활동가뿐만 아니라 보통시민과 피해자 가족까지 나서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시간인 낮12~1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때론 애경본사, 광화문 정부청사, 보건복지부 청사 앞 등에서 동시다발로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가습기 살균제 집단 사망 사건은 피해자들이 살해(?)당한 원인과 물증까지 정부가 완벽하게 밝혀냈음에도 아직 살인범을 잡아 그 죄를 묻지 않는 정말 희한한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이나 이를 허용한 정부 어느 곳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이대로 가면 소송밖에 없고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하라다'가 되어 승리하기를

미나마타병 환자들과 유족들이 40~50년 전 걸어갔던 그 험난한 길을 이들이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12일 하루 짬을 내 1인시위를 했다. 시위를 하는 짧은 시간 내내 분노가 치밀었다.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 환경병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생명을 잃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졸지에 잃는 것만큼 비통한 것은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그러할 것이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학자나 변호사, 환경운동 활동가들도 하라다 박사가 미나마타병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듯이, 그리고 마침내 기업과 국가 책임을 받아냈듯이, '한국의 하라다'가 되어 승리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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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쓴 안종주는 서울신문,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환경과 보건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한 언론인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침묵의 살인자, 석면'(2008, 한울) 등 두 권의 석면관련 책을 펴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내일신문과 프레시안 등의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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