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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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

최예용 0 6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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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의 재발 방지대책 발표를 보고 이 글을 쓴다.

지난 5월 28일 밝혀진 원전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 대하여 정부는 천인공노할 중범죄로 규정하였고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무총리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우선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서 관련자들은 처벌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첫째 23기 원전과 건설 중인 5기, 모두 28기의 원전에 대해서 과거 10년간의 모든 시험 성적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두 12만 5000건에 이른다. 둘째 일정 기간 내부 고발과 자진 신고를 받고 이 기간에 자수한 비리는 정상 참작을 하겠다면서 자수 기간을 두겠다고 한다. 셋째 원전 산업계의 누적된 폐쇄적 운영구조와 뿌리 깊은 순혈주의(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말하는 것임)를 타파하고, 견제와 균형이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실히 바로잡아 가겠다. 그 방안으로 한수원과 검증기관 퇴직자들이 부품업체나 협력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퇴직자를 활용한 입찰참여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넷째 원전 부품을 구매할 때 수의계약을 최소화하고 적격심사제 도입, 부품시장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겠다. 다섯째 기존 시험기관의 검사결과를 국책기관이 재검증하는 더블 체크제를 도입하고, 납품업체가 시험기관을 직접 선정하지 못하게 하겠다. 여섯째 발표한 대책들과 관련된 법 개정과 제도개선 사항, 이행에 필요한 사항은 국무조정실이 주관이 되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토록 하면서 국무총리가 직접 챙기고, 독려하겠다.

그동안 환경단체가 꾸준히 제기한 원전 마피아의 존재를 정부가 인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최근 2년 동안 수없이 발생한 각종 비리사건에 대하여 그때마다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아무 쓸모 없었다. 이번 방지 대책은 어느 정도 비리 방지 효과는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래도 미흡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원전의 사고와 비리는 주로 제보에 의하여 밝혀지는데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보자 보호 대책이 없고 실명으로만 제보가 가능한 현 제도를 익명으로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없다. 그리고 원전을 기술적으로 규제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예산 중 40%를 규제하여야 할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받는다. 인적 구조뿐 아니라 상식을 벗어난 예산 구조도 바꾸어야 하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다.

또 프랑스나 독일처럼 원전의 안전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발표가 없다. 인접 국가에까지 안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핵연료봉의 운반에 관한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선진국을 거울삼아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야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전에 관한 정보는 환경단체가 공개를 요구해도 거부하기 일쑤다. 숨길 것이 많다는 증거이다.

28기 원전에 대하여 과거 10년간의 시험성적서 12만 건을 2~3개월 내 전수 조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서류검토를 하겠다는 것인데 시험성적서 자체를 위조한 것은 전혀 적발할 수 없다. 과거의 재발 방지대책보다는 진일보하였지만 여전히 미봉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원전의 부품비리는 원전의 안전과 직결되고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단 한 번의 대형사고는 대량 인명피해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파탄 내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아무리 완벽한 비리 방지 대책을 세워도 횟수가 줄뿐 비리는 발생한다. 그러므로 차제에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기본 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핵발전소는 언젠가 폐기해야 할 전원이다. 이것은 원전 찬성론자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선진국이 탈원전을 선언했고 일본은 7월 1일부터 한국보다 훨씬 엄한 안전기준을 도입할 예정으로 있어 가동 중단 중인 48기의 원전이 재가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여 우리도 20~30년 내 탈원전을 목표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에너지는 미래 세대를 배려하면서 사용하여야 한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

경남도민일보 2013년 6월13일자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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