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한 가습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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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한 가습기? ”

최예용 0 12377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까지 모두 174건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공개하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1인 시위는 피해사례 174건의 수만큼 174일을 하기로 정하였다. 현재 37일째의 1인 시위가 진행 중인데, 나는 을지대학교 보건환경학 전공 4학년 학생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실습을 나와 1인 시위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1인 시위는 환경운동가들뿐 아니라 직접적인 피해자들까지 함께 나와 동참하였다. 심각한 폐손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참여하는 피해자도 있을 만큼 그들에게는 심각하고, 외면당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5월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으로 산모들이 잇달아 사망한다’ 는 내용이 보도되었고, ‘가습기살균제 사용 시 원인미상 폐손상이 47.3배 높다’는 내용이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산모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결과로 발표되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동물실험에서 가습기살균제를 흡입시킨 결과 해당물질이 세기관지 주변 폐 세포에 손상을 가하고, 이러한 영향이 누적되어 폐조직의 섬유화성 병변이 나타났다고 발표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산모들뿐 아니라 영유아에게도 나타났다. 또 가습기는 가족단위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도 가족단위로 나타난 경우도 드물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접수된 피해사례가 다가 아니라는 견해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아급성 독성이기 때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무서움이 있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을 발생시키고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낼지 모르는 심각한 사건이 왜 이토록 잠잠한 것일까.

한 동안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언론은 떠들썩했었다. 피해자가 늘어날 때마다 뉴스에 보도 되었고, 이 사건을 처음 듣는 이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이 사건은 언론보도에서 사라졌다. 많은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잊혀 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많은 피해자와 피해자가족들은 죽어가는 자신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울부짖고 있다. 한쪽에서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지만, 다른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얼마나 답답한 노릇일까.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힘이 되어줘야 할 정부는 피해당사자와 기업 간의 법적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책임회피뿐이다. 개인과 기업이 싸움이라니요. 이런 무책임한 정부가 어디있을까. 생활용품으로 둔갑한 살인무기를 방치한 정부는 이 책임을 어떻게 지려는 것일까.

처음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언론을 통하여 접하였을 때 그저 남의 일이거니 정말 안됐다는 생각에 그쳤었다. 하지만 함께 1인 시위에 참여하고 또 함께 시위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산소통을 이끌고 휠체어를 타고 나와 참여하는 피해자, 내 아이의 죽음에 울부짖는 엄마. 이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함께 하고 싶다. 1인 시위 39일째 접어들고 있는 지금 더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알고 함께 해주길 바라본다.

 


2012년 7월 16일

위한나

을지대 보건환경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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