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 녹조의 강, 적조의 바다

오피니언
홈 > 정보마당 > 오피니언
오피니언

[지영선의 초록희망] 녹조의 강, 적조의 바다

최예용 0 7075

내일신문 칼럼 2013-08-27 오후 1:46:17 게재


지영선 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13년 여름,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른 한반도의 강과 바다는 붉고 푸른 독성 조류에 점령당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 할 것 없이
녹조가 강물을 뒤덮고, 남해안을 지나 동해안까지 적조가 출렁인다.

식수원인 강물이 녹조와 그 사체로
악취조차 내뿜으며 물고기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적조의 공격을 받은 남해안에서는 가두리 양식장 물고기 수천만 마리가 떼죽음을 하고, 동해안에선 해수파이프로 유입된 적조에 횟집 수족관 물고기까지 죽어 나갔다.

계절은 속일 수 없어 이제 이글거리는 해가 지면 산들바람이 분다.

초유의 녹조대란에도 정수과정을 거치니까 먹는 물엔 문제가 없다 강변하며, 강물에 녹조제거선을 띄운다, 바닷물에 황토를 뿌린다 허둥대던 당국자들은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까?

가을바람과 함께 올 여름 녹조와 적조가 수그러든들, 다음해 그 다음해 더 막강해진 기세로 다시 찾아올 녹조와 적조를 도대체 어쩔 것인가?

정말 황당한 일이다. 정부는 녹조대란을 완화시킬 가장 손쉬운 대책을 애써 외면해 왔다.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의 본래 유속을 되찾게 하는 일 말이다.

이유는 단 하나, 4대강
사업이 처음부터 필요 없는, 아니, 해서는 안될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다. 흐르는 강을 막으면 수질이 악화되리라는 것은 사업 초기부터 누누히 지적되었던 '상식'이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의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을 철저점검하겠다던
취임 초기의 언급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점검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이 추진한다는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아직 구성조차 못했다.


녹조 부른 4대강보 수문 왜 못 여나?

작심한 듯 국무회의에서 녹조의 원인으로 4대강 보를 지목했던 환경부장관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보 개방이라는 다음 발자국을 떼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보고서를 냈던 양건 감사원장의 도중하차 또한 '철저점검' 후퇴의 신호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남해안 가두리 양식업을 초토화시키고
동해안 해수욕장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 적조 또한, 전에 없이 상승한 수온과 해류 탓도 있지만, 인간에게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폐수와 그 처리찌꺼기를 아직 해양에 투기하는 유일한 나라다. 육상처리 비용을 아끼려 산업폐수 등을 배에 실어 바다에 버리는 것이다.

군산 서쪽, 포항 동쪽, 울산 남동쪽 63~200km의 지정된 해역에 버린다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에서 지정된 곳까지 나가서 버린다는 보장도 없다. 해양투기 상위업체 중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정밀화학, CJ제일제당, LG화학, 한솔제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녹조와 마찬가지로 적조도 해수온도와 햇빛, 유기물질 등의 조건이 맞물릴 때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인근 바다에 버리는 다량의 폐수찌꺼기가 적조 발생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시중의
수산물에서 기준치의 14배에 이르는 카드뮴이 검출되는 등 중금속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협약'(런던협약)에 가입한 후에도 해양투기를 계속했다.

노무현정부 때 해양
수산부가 만들어지면서 연간 1000만톤에 이르렀던 해양투기를 매년 100만톤씩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 만들어진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작년 12월 드디어 2014년부터는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한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적조몸살 해양에 투기 연장하겠다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박근혜정부가 부활시킨 해양수산부가 지금 해양투기를 2년 더 연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더럽혀진 바다의 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해양수산부가 거꾸로 해양투기업체들의 편의 봐주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각 산업체로부터 해양투기 연장신청을 받아 8월 현재 허가 심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적조로 몸살을 앓는 바다에 100만~200만톤의 폐수를 더 버리겠다는 것이다.

적조 피해로 어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 때 그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무신경이 놀라울 뿐이다. 생명의 원천인 물을 이렇게 병들게 하고, 눈앞에 드러난 엄청난 환경의 역습에도 무감각한 우리는, 아니 우리 정부는 지금 제정신인가?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