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정부와 제조사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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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정부와 제조사가 책임져야"

최예용 0 7051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세정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가습기살균제의 사용 자제와 판매 중단ㆍ회수 권고를 내렸다. 이후 11월에는 인체독성을 공식 확인했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는 민관 공동의 폐손상 조사위원회이 구성되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와 질환 정도를 조사 중에 있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의심사례가 400건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사망자가 120여 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영유아와 산모로, 피해자들은 2년 동안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매달 천문학적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여 싸워왔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져만 가는 형편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우리 주변, 우리 실생활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1인 시위에 나선,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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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함20


Q. 무엇을 외치고 계신가요?

지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시민들이 많이 죽고 다쳤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저희 시민센터와 정부로 접수된 피해사례만 400건이 넘습니다. 그중에 127명이 사망자에요. 그래서 지난 2년간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정부와 해당 제조사한테 촉구를 했는데 지금까지도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Q. 처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1년 8월 31일날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어요. 그 해 4월달에 이제 산모들이 원인 모르게 폐질환에 걸려서 4명인가가 죽었는데, 역학조사 결과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였다.” 그렇게 밝혀졌죠. 그렇게 산모들의 피해가 발표가 되고부터, 많은 시민들이 저희에게 전화를 해서 “어린이들, 특히 영유아 피해가 많다.” 그러면서 저희가 그래서 피해 신고 접수를 받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부터 저희한테 거의 300명 가까이가 신고가 들어왔고. 작년 말에서야 국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토론회를 가지면서 저희가 정부 측에 “양쪽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통합해서 공동으로 조사를 해야한다.”고  제안을 했고 지금 민간합동 조사위원회가 꾸려져서 정부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Q. 이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행정부처와 제조업체인데요. 무엇보다도 제조업체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그래요. 정부가 조사해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조사가 잘못됐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부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과 형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정에서 제조회사들이 김앤장을 자신들의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우고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고 일반적인 세균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그랬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 형편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제조업체에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소속돼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이나 GS, 신세계, 롯데 이런 데가 대형 마트를 운영하면서 자기네 독자적인 PB 상품을 만들어서 팔았는데, 그런 PB 상품을 사용하다가 죽거나 다친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행정부가 전혀 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요. 사실 이런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책임이 환경부에 있고, 또 이렇게 국민들이 다치고 죽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행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피해자들 접수를 받는데 그쳤을 뿐이었거든요. 접수를 받아놓고도 조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최근에서야 조사를 했었구요. 그리고 이런 공산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해야 할 그런 산업통상부(현 산업통상자원부)조차도 전혀 나 몰라라 했던 상황이에요.

Q. 이번에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로도 전혀 변화가 없나요?

바뀐 뒤에도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되는 과정에서 국민 생활, 국민 안전 이런 거를 굉장히 강조를 했고 사실상 그런 것을 공약으로 해서 당선이 됐는데. 그 이후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일언반구 아무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요.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거죠! 한마디로.

Q. 현재 피해자들이 제조업체와 소송 중에 있다고 하셨는데,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외국의 판례 등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있나요?
아니오. 이사건과 관련해서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게, 지금 이렇게 우리 생활용품 속에 들어있는 다이오사이드, 그러니까 일종의 살균제나 살충제 이런 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가 없어요.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 자체도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만 이렇게 많이 팔렸던 것으로 합의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 사례는 거의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작년 초에 이탈리아 석면 시멘트 기업 에터니트가 소송이 걸린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기업이 80년 동안 이탈리아 다섯 군데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가 최근 20~30년 사이에 죽은 사람만 노동자 주민 포함해서 3천명이 넘어요. 피해자들이 형사소송을 제기를 했는데, 그 결과 2명의 회사 CEO에 대해서 징역형 18년이 청구가 나왔어요. 이거에 대해서 BBC나 이런 유명한 국제 언론에서도 “세기의 소송이다.” “석면 마피아가 처벌받았다.” 이런 식으로 기업 활동을 하면서 자기네들이 노동자와 주민에게 피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런 잘못된 기업의 태도에 대해서 경종을 울렸는데. 아마도 그런 것을 우리가 참고하고, 또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 가습기 살균제 20종류의 가습기 살균제가 시중에 시판이 되다가 문제를 일으켰고, 그 중에 12개 제품을 사용하다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가 되어 있어요. 적어도 12개 제품을 만든 그런 회사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에터니트 사의 전직 CEO들에게 18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것과 같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Q. 1인 시위 외에 하시고 계시거나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요?
1인 시위는 사실 작년 5월 26일부터 시작을 했어요. 사실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저희가 “빨리 해결이 되겠지. 이렇게 피해가 많고, 인과관계가 명명백백한데 금방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냐.” 이렇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하고 피해자들이 작년 5월부터 올 2월까지는 평일에 매일 나왔어요. 그래서 한 100회 넘게 매일 진행하다가, 올 3월부터는 매주 월요일에 나와 월요 시위로 바꿔서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국회에서 이런 피해자들에 대해서 긴급한 구제를 하기 위해서 피해 규제법이 지금 제안이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이 구제법이 하반기 정기 국회 때 통과가 되면, 이런 피해자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비용 대책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행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특히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고. 그래서 구제법도 야당의원들이 발의를 했구요. 물론 여당 의원들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한다 이렇게 뜻을 같이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서도 여러 환경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는 적극적인데, 법을 만드는 데랄지 이런 데에서는 소극적이고 이러다 보니까. 규제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죠.

Q. 2년 동안 진행되어온 외침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에서 이 문제를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맞아요. 사건의 심각성과 피해의 크기로 봤을 때 그렇게 크게 다룰 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4대강 사건 같은 건보다도 훨씬 심각한 환경문제인데, 경향신문이나 프레시안 같은 매체만 지속적으로 다루고, 거의 대부분의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언론에서도 그때그때 잠깐씩 다룰 뿐이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필요성에 관해서 지속적인 관심이 보이지 않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주로 사망을 많이 했던 연령대가 영유아, 1세부터 3세까지 그리고 30대 초반의 산모들입니다. 이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사용자들이 2011년 초에 거의 800만명이 됐다고 해요. 그러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사용을 했던 생활용품이 사람을 죽인 겁니다. 누구라도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이런 생활용품으로부터의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것. 즉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가족, 또 우리 아이가 저렇게 죽을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제 개선을 위해서 힘을 좀 더 모아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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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20]이라는 인터넷매체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2013년 7월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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