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이장 "보상 원했으면 벌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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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이장 "보상 원했으면 벌써 끝"

최예용 0 4418

밀양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 3일째 단식... "주민 전체 반대"

오마이뉴스 2013.10.04 19:02l최종 업데이트 13.10.04 19:02l
 
"끝까지 항쟁할 것이다."

4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도로변 천막에서 만난 박정규(52) 이장이 한 말이다. 박 이장은 지난 2일부터 이곳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중단'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어 놓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곳은 밀양 상동면에서 가장 번화가다. 단식농성장 뒤편에 상동역이 있고, 앞쪽 2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파출소가 있다. 박 이장의 단식농성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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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은 지난 2일부터 상동역 앞에서 천막을 설치해 놓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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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은 지난 2일부터 상동역 앞에서 천막을 설치해 놓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사흘째인 4일 오후 누워 있다.

ⓒ 윤성효

 

박 이장은 부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단식농성에 대한 가족의 반응을 물으니, 박 이장은 "집에서는 머리도 깎고 확실하게 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밀양 상동면에는 120~123번 철탑이 지나간다. 송전탑을 왜 반대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소리가 시끄럽고, 무엇보다 그것이 들어온다고 한 뒤부터 땅값이 하락했으며, 전자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가령 이곳에 땅 1000평을 갖고 있으면, 이전에는 담보대출로 1억 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절반도 안 된다. 그것은 농협 조합장이 직접 한 말이기도 하다. 송전선로 반경 1km 안에 있는 땅이 그렇게 된 것이다."

박 이장은 "땅은 별로 없고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땅이 있다고 해서 송전탑 반대하며 싸우고 땅이 없다고 해서 싸우지 않을 것이냐"고 말했다.

금오마을은 송전선로 개별보상 대상 마을이다. 한국전력은 세대별로 400만 원 안팎의 직접보상을 하고 있으며, 찬성하는 마을에 우선 지급하고 있다. 박 이장은 모든 주민들이 보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마을은 개별보상 대상인데, 찬성 주민이 한 명도 없다고 보면 된다. 자기 집 앞에 철탑이 들어오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금오마을 주민들은 이전에 총회에서 절대로 어떠한 보상이 나오더라도 받지 않기로 결의해 놓고 있다. 우리는 보상이 아니라 백지화를 원한다. 보상을 원했다면 싸움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마을이장인 그는 이번에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모든 민원을 해결해 놓고 나서 공사를 해야지, 민원도 해결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며 공권력을 투입해 주민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은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공권력을 철수시켜야 하며, 실질적인 주민 대표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양 상동면 주민들은 움막을 설치하지 않았다. 밀양시는 부북면·단장면 등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는데, 이에 대해 박 이장은 "밀양시가 전체 시민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움막을 철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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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은 지난 2일부터 상동역 앞에서 천막을 설치해 놓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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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이장은 송전선로가 잘못 그어졌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를 보면, 경북지역은 제외되어 있다"며 "경북은 여기서 1km 정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경북 쪽에서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쪽에서 765kV 철탑이 한 개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력은 지금의 노선이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 일대 지리를 잘 알고, 등산도 자주 다녔다, 산에 올라가서 보면 노선이 잘못 그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 상태를 물었더니, 그는 "젊은데 사흘 정도 굶었다고 몸이 이상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그는 "지나가는 주민들도 걱정하고 있는데, 빨리 공사 중단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또 단식농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주교 조성제 신부와 동화전마을 주민 김정회(42)씨는 지난 2일부터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김씨 부인과 두 자녀도 함께 하고 있다.

밀양 부북면 도방마을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는 여수마을 주민 김영자(57)·신난숙(50)·성은희(52)씨가 지난 2일부터 단식농성했다. 그러다가 김영자씨는 3일 병원에 후송되었다가 다시 현장에 복귀했고, 신난숙·성은희씨는 4일 탈진상태 등을 보이며 병원에 후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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