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간제돌이1-2] 박원순 시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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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간제돌이1-2] 박원순 시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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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제돌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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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서의 제돌이>

제돌이와 삼팔이가 제주바다 친구들 120명의 서명을 받아서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보낸 편지를 소개한다.

원순씨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안녕하세요? 저 제돌이에요. 무엇보다 먼저 이번 선거에서 재선되신 걸 축하드려요. 저 때문에 곤란하실까 봐 조마조마 했었더랬어요. 저를 귀향시키느라고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웠죠. 선거 때 큰 쟁점이 되지 않았다니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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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속으로 이런 걱정까지 했답니다. 혹시 선거캠프에서 박시장님이 잘한 일로 제돌이를 귀향시킨 거라는 이야기를 유권자들에게 해주라며 저더러 서울로 와서 선거운동 해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말이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시켜만 주시면 제가 잘할 자신은 있어요. 제가 우리동네에서 말 잘하기로 소문난 아이거든요 ㅋㅋㅋ   

그런데 제가 육지 사람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서 걱정이에요. 뭔 소리냐구요? 사람들이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한다면서요. 이러다 사람들이 저를 대표적인 바다의 로또라고 여겨서 또 잡아가는 거 아닌가 걱정돼서요. 게다가 저는 등지느러미에 ‘1’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어 눈에 잘 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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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울산 바다에 나타난다는 불법포경업자들이 제주에 와서 저를 잡아다가 어떻게 하는거 아닌지 사실 두려워요. 제가 이런다고 설마 저를 다시 잡아다 번호를 지워주겠다는 건 아니시겠죠. 절대 사양합니다.

저는 박시장님과 서울시민들 덕분에 고향바다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꿈만 같은 1년을 보냈죠.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이 갑자기 나타난 저와 춘삼이 그리고 삼팔이를 보니 얼마나 놀라고 반가와 했는지요. 난리 났었죠. 거의 한달 내내 잔치를 벌였어요. 제주바다의 해녀 할머니들도 아주 좋아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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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환경스페셜에 소개되어 아시겠지만 우리 돌고래들은 해녀 할머니들과 아주 친해요. 물질하실 때 우리가 툭 치고 지나가고 그럴 정도니까요. 헌데, 안타깝게도 제가 육지에 잡혀가 있는 동안 제 할머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더구요. 저를 정말 귀여워해 주셨거든요. 제가 박시장님께 편지를 쓴다니까 다들 고맙다고 인사 전해달래요.

시장님, 한가지 청이 있어요.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것 때문에 편지를 쓰게 됐어요. 다름이 아니라 아직 서울동물원에 남이 있는 제 친구들에 관한 거에요. 아마 시장선거에 바쁘셨고 다시 시정일을 보시느라 잘 모르시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제가 제주 바바다 돌아올 때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친구들이 둘 있어요. 제주의 돌고래쇼장에 있던 복순이랑 태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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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이는 저랑 동갑인 여자아이 이고요, 태산이는 저보다 네살 더 많은 형이에요. 모두 저랑 동향인 남방큰돌고래들이죠. 헌데 복순이는 아래 턱이 조금 비뚤어졌다는 이유로 그리고 태산이 형은 윗주둥이가 조금 잘려나갔다는 이유로 서울동물원으로 데려 가버렸어요.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먹이활동을 잘 못할지 모른다는 이유라는데 그건 저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저희가 그렇게 못난 종족이 아니라는 건 잘 아시잖아요. 만약 먹이를 잘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도와주지 않겠어요? 지나친 관심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복순이랑 태산이 형은 아직도 서울동물원 수족관에 갇혀있는 신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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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박시장님 재선축하 기념으로 이 친구들을 저희들에게 돌려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참고로 이번에는 작년처럼 그렇게 돈 많이 안쓰셔도 된답니다. 그냥 배를 태워서 제주로 와서 바로 풀어주세요. 저희가 기다렸다가 바로 데리고 가서 보살필게요.

만약 제 청을 들어주신다면 기왕에 좋은 일 하시는 김에 서울동물원에 있는 다른 제 동향친구 금둥과 대포 그리고 일본에서 온 친구 둘도 같이 보내주세요. 혹시 일본친구들이 제주바다로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붙들어 매 두세요. 잘 지낼 수 있어요. 저희 동네에도 외부에서 이민 온 다문화가족이 있답니다. 저희끼리는 금방 알아보지만 아마 육지사람들은 잘 모르실거에요.    

시장님이 제 청을 들어주신다면 서울시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꽤 좋아할 만한 선물을 드릴게요. 바로 고래생태관광이에요. 가족이나 연인들이 여행차 제주에 오셨을 때 김녕이나 서귀포 쪽에서 배를 타고 나오시면 저희가 마중나가서 인사 드릴게요. 그쪽이 저희를 만나기 좋은 위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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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면 한참동안 같이 헤엄치기 경주를 할 수도 있어요. 물론 저희가 늘 백전 백승이지요 하하하. 시장님이 직접 오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미역을 특별히 선물해 드릴게요. 아주 맛나답니다.

회의나 일 때문에 오신 분들도 회사 동료분들이나 손님들과 함께 오셔도 좋아요. 그리고 만약 눈이 좋은 분들은 제주 올레길을 걸으시면서 저희를 만날 수도 있어요. 꼭 요트 같은 배를 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어민들의 작은 배를 타면 더 재미나답니다. 선체가 낮기 때문에 저희랑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죠. 제가 부르는 노래소리도 잘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하하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으세요?

이 편지 뒷장에 제 친구들 그리고 친지들 이름이 적혀 있어요. 우리 제주식구들 모두의 바램이에요. 과천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보내주세요. 꼭 부탁드려요. 사실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도 보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지만 너무 부담되실까봐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만 줄일게요. 삼팔이가 옆에서 편지가 너무 긴거 아니냐고 나무라네요. 편지 빨리 써서 보내고 놀러가자는 거랍니다.ㅋㅋ

박 시장님의 동물사랑, 환경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제주바다로 귀향한

제돌이 드림.      

추신: 시장님, 다음 편지에는 얼마 전 제주로 놀러온 네델란드의 환경운동가 비어트 아저씨한테 들은 네델란드의 놀라운 고래생태체험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제가 있던 서울동물원 돌고래쇼장을 이렇게 멋진 곳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대하셔요.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최예용 choiyy@kfem.or.kr    

제돌이방사 시민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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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오마이뉴스의 제돌이방사1년특집 시리즈로 요약되어 실렸다.

야생동물 먹이 걱정은 그만... 친구들을 보내주세요

[바다로 간 제돌이, 그후 1년①-2] 박원순 시장님께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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