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들이 피해 배상 재원을 함께 책임지기로 합의하면서, 경남 지역 피해자와 유족들의 장기화된 고통을 덜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일 옥시레킷벤키저,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애경산업 등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및 원료물질 사업자 15개 사와 ‘가습기살균제 배상이행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협약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 시행에 발맞춰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사업자는 피해 배상을 위한 분담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정부는 출연금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부터 피해자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거치지 않고 배상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배상받는 ‘국가 주도 배상체계’가 본격 시행된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가해 기업 간 책임 분담과 분담금 난항으로 피해 구제 논의가 수년간 지연되어 왔다. 하지만 2024년 대법원의 국가 배상 책임 확정 이후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배상 구조로 개편됐다.


    이번 협약으로 기업 간 분담금 이견에 따른 재원 확보 지연 문제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배상 재원 마련을 넘어 ‘피해자 발굴’과 ‘판정 기준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 피해 신고자 320명 중 23.4%인 75명이 사망했다. 시·군별로는 창원(101명), 김해(64명), 양산(47명), 진주(27명), 거제(25명) 순으로 많다. 그러나 도내 피해 추산 인구(6만여 명) 대비 실제 신고율은 0.5%에 불과하며, 신고자 중에서도 법적 구제 대상으로 인정받은 인원은 218명(68%)에 그친다.

    정은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 배상 추진은 긍정적이지만, 참사 발생 후 긴 시간이 지난 만큼 본인 피해인지도 모르고 지나친 주민이 많다"며 "정부가 피해자 등록 및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만 등급을 인정받는 보수적인 구조 탓에 증상이 있어도 구제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배상 체계가 개편된 만큼 인정 기준을 포괄적으로 넓혀 놓치는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 지역 환경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15주기를 맞아 오는 15일 경남도청에서 피해자 유품 전시회 및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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