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건강피해 추산 신고율 0.67%
내달 8일부터 6개월간 배상 신청
피해 인지 문턱 구제 소외 우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일 거란 생각을 못했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절차를 알려야 합니다.”

춘천에 거주하는 신상균(72) 씨는 지난 2000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기능이 저하된 피해자다.

살균제 사용 이후 병원에서는 폐의 30%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신 씨는 “시민단체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신청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 신고 알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내달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배상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를 알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배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달 8일부터 시행된다. 국가와 기업이 공동책임을 지고 배상하는 내용 등이 담겼으며 신청 기간은 6개월이다

문제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사회적으로 표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 신청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강원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2021년 5월)에 따르면, 강원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26만7883명, 이 가운데 건강피해자는 2만8534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 결과, 2025년 2월 현재 강원지역 피해신고자는 194명으로, 건강피해자 추산치(2만8534명)의 0.67% 수준이다.

피해 인정도 쉽지 않다.

지난해 2월 기준 도내 가습기 피해 신고자 194명 가운데 인정은 135명으로, 59명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신규 피해자 인정은 전국적으로 총 43명에 불과하다.

원주에 거주하는 이병로(60) 씨는 지난 2012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2003년부터 옥시 제품을 2년 간 사용했지만, 어머니는 피해등급 가운데서도 경도피해(1~6단계 중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어머니가 기침으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8년 간 고생을 했다”며 “그런데도 배상은 장례비만 나왔다”고 했다.

이 씨 역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이지만 그는 두 차례 피해 신청에도 불구하고 판정 보류 결과를 받았다. 이 씨는 “뇌출혈, 뇌경련이 있었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며 “현행 법은 피해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설화 기자 lofi@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