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펴] 호남 반도체를 원전 확대의 인질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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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펴] 호남 반도체를 원전 확대의 인질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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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논평】


호남 반도체를 원전 확대의 인질로 삼지 말라
―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지지기반을 허무는 정치행위를 경고한다


집권여당(이언주·황정아)과 국민의힘(김위상·최형두) 의원들이 9월 10일 국회에서 「서남권 반 도체 클러스터, 전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제12차 전기본의 과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 다. 표면적으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인 전력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한빛원전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SMR 건설, 원전 직접 PPA, 인허가 단축, 주 52시 간제 완화까지 원자력계의 숙원사업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자리였다.


더욱이 전력을 실제로 사용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 역사회와 재생에너지·전력망·ESS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반면 원자력계, 원전기업, 한수원 노조가 중심이 된 자리에서 원전 확대라는 예정된 결론이 제시됐다. 여야 공동개최라는 외형이 주장의 객관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 전력정책을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원자력 이해자의 주장을 공동으로 확산했다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세미나에서는 호남의 정격 발전용량이 24.6GW이지만 실효용량은 14.2GW에 불과해 미래 피 크수요 19.1GW보다 4.9GW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14.2GW와 19.1GW의 기준 연도와 세부 산정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발전원별 ELCC를 얼마로 적용했는지, 반도체 공 장의 단계별 투자와 실제 가동률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앞으로 확충될 재생에너지·ESS·LNG· 송전망·수요관리 자원은 얼마나 포함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현재 또는 2023년 발전설비의 실효용량을 미래 반도체 클러스터가 모두 가동됐을 때의 최대 수요와 비교했다면 이는 시간축이 다른 숫자를 맞대어 부족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래 수요 와 비교하려면 동일한 목표연도의 발전설비와 저장장치, 송전망, 수요관리 계획을 모두 반영 해야 한다. 산정표조차 공개하지 않은 4.9GW는 확인된 전력 부족량이 아니라 특정 가정에서 나온 계산 값일 뿐이다.


호남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것은 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송전망과 계통 수용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어느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병목인지, 반도체 클러 스터까지 몇 GW의 접속용량이 필요한지, 송전망을 언제까지 건설할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 다. 전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해 버리고 있는 지역에 발전소부터 더 짓자는 것은 병목의 원인 을 외면한 처방이다.


신규 원전은 2030년 반도체 전력공급의 해법도 될 수 없다. 토론자 스스로 대형 원전 건설에 15년 이상이 걸린다고 인정했다. 설계와 인허가, 핵심기기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i-SMR 역시 2030년 공급전원이 될 수 없다. 2040년대 이후에나 가능한 원전을 2030년 전력공백의 해법 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Time-to-Power’가 아니라 반도체를 앞세운 ‘Time-to-Nuclear’ 전략 이다.


“원전 없이는 24시간 무정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기술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원전도 계획 예방정비와 불시정지가 발생하며, 대형 원전 한 기가 정지하면 1GW가 넘는 전원이 순간적으 로 탈락한다. 반도체 공장의 무정전과 전력품질은 특정 발전원 하나가 아니라 다중 송전망, 독립 변전소, UPS, ESS, 비상발전기와 공정 보호계통을 결합해 확보해야 한다. 원전은 전력 을 생산하는 하나의 수단이지 무정전을 보증하는 설비가 아니다.


반도체 수출 경쟁력의 핵심인 RE100을 외면한 것도 중대한 문제다. 원전은 무탄소 전원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RE100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조달수단은 아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제 공급망에서 경쟁하려면 재생에너지의 시간대별 공급, 전력망 보강, ESS와 효율 향상, 기 업의 직접 PPA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를 배제하고 기존 원전의 값싼 전력을 특정 대기업 에 직접 공급한다면, 원전 건설비와 위험·폐기물 책임은 국민에게 남기고 혜택만 대기업에 넘 기는 특혜가 될 수 있다.


한빛원전 계속운전도 반도체 전력수요와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 계속운전은 노후화관리, 최신 지진·홍수·화재 위험, 중대사고, 주민 방재계획, 사용후핵연료 저장능력과 추가 폐기물 발생량 을 독립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반도체에 전력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필요성이 안전성 입증을 대신할 수 없다. 인허가 신속화가 안전심사 축소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주 52시간제 완화 요구까지 끼워 넣은 것은 이 행사가 순수한 전력대책 세미나였는지를 더욱 의심하게 한다. 원전 건설·시운전·정비 현장에서 숙련인력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인력과 합리적 인 교대조를 확보해야 한다. 피로 누적과 인적 오류가 중대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원 전에서 장시간 노동을 경쟁력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집권여당 의원들이 국익보다 자신들의 이해에만 매몰된 이러 한 주장에 권위를 실어주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반도체·AI 산 업과 결합해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이 원자 력계와 한수원 노조가 주도하고 정작 반도체 기업과 지역사회가 빠진 행사에서 호남을 ‘전력 부족 지역’으로 규정하고, 한빛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을 사실상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과 RE100 국정기조를 내부에서 흔드는 행위다. 호남 주민에게 “반도체를 원한다면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을 받아들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강요하고 갈등을 키운다면, 그 정치적 부담은 결국 대통령과 정부가 떠안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원자력 산업계의 숙원사업을 대통령의 호남 발전정책에 끼워 넣어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을 허무는 행위는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정책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통 령의 국정철학과 정치적 기반을 훼손하는 해당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와 정부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호남 실효용량 14.2GW와 미래 피크수요 19.1GW의 기준연도, 시간대, 발전원별 ELCC, 기업별·단계별 수요 및 송전제약을 포함한 전체 산정자료를 공개하라.


둘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실제 수요기업과 지역사회, 계통·재생에너지·ESS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검증을 실시하라. 검증이 끝날 때까지 4.9GW 부족 주장을 제12차 전기 본의 원전 확대 근거로 사용하지 말라.


셋째, 송전망·ESS·재생에너지·LNG·효율·수요관리와 원전을 공급 시점, 총비용, 계통기여도, 건 설지연 위험, RE100 적합성 및 폐기물 책임이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라.


넷째, 한빛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SMR을 호남 반도체 유치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라. 계속 운전은 노후화·중대사고·주민 방재·사용후핵연료·경제성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심사하라. 다섯째,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 여야 의원들은 전체 자료집과 수치의 출처, 한수원 노조 등 참 석기관 및 이들과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라.


특히 집권여당 의원들에게는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과 RE100 국정기조를 훼손하는 원전 연계 주장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요구한다.

집권여당 의원들은 원자력계의 요구를 국회로 전달하는 대변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검증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야당과 원자력계가 만든 원전 확대 구도에 올라타 대통령의 호남 발전전략과 국정기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호남 반도체를 원전 확대의 인질로 삼지 말라. 검증되지 않은 전력 부족론으로 지역을 불안하 게 만들기 전에, 먼저 그 계산서부터 국민 앞에 떳떳하게 공개하라. □


문의처 ; 이정윤(nsaf_e@daum.net, 070-8746-9061) 


2026년 9월 11일


책임과학자연대·원자력안전과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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