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의 의료비지원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
정부는 의료비 지원과 구제법 제정을 병행해야 한다.
오늘(8월14일)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고 생존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나, 사망자들에 대해서도 사망 직전까지 의료비에 대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반영해 3년에 걸쳐 의료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료비 지원에 나서는 것은 환경보건법을 근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한 접근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문제에 대해 소극 대처해왔다. 만2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차원의 공식구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고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그동안 피해자들과 이 문제를 절실하게 바라봤던 관계자들, 국민들이 시급하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온 긴급구제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피해자들이 겪은 것은 피해 규모는 단순하게 의료비 지원에 머무는 수준이 아니다. 의료비는 당연한 것이며, 피해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그 피해 유형과 규모는 다양하다. 하물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어찌하겠는가.
더욱이 국회는 결의안 채택과 함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과 일반법의 구제법을 제출해 놓았고,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12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구제법 공청회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 기존 법령을 근거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구제에 나서는 것은 효과가 다를 수 있다.
늦었지만 긴급구제 등 의료비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환경보건법을 적용하고 구제에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환경보건법에 의한 구제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피해구제가 보다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국회 차원의 피해구제법 제정은 병행돼야 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이번 의료비 지원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구제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길 바란다.
이번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긴급구제 성격의 의료비 지원이고, 이후 보다 근본적인 구제나 보상 절차, 재발방지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서기 위해 추가 법 제정 절차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과 동시에, 그러한 입장을 밝혀야 옳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책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에 대해 줄기차게 다양한 요청을 해왔다. 피해 접수된 400여명의 피해자들 외에도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현재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이 앞으로 어떤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지 모른다. 가해기업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 피해조사 판정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겪은 피해규모나 유형에 대해서도 피해자들 입장에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에 맞게 구제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속적인 구제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사용자들에 대한 후속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구입과 사용 등 피해입증 등 소송 수행에서 어려움도 많다. 정부가 대신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회에서 논의됐던 구제법에 다양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후 구제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후속조치들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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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4일
가습기살균제피해대책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문의 피해자모임 대표 강찬호 010-5618-0554, 환경보건센터 최예용 소장 010-3458-7488, 임흥규 팀장 010-3724-9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