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환경단체 “전국 초·중·고 10곳 중 4곳은 아직 ‘석면학교’”
환경단체 “전국 초·중·고 10곳 중 4곳은 아직 ‘석면학교’”
전국 초·중·고등학교 10개 중 4개는 아직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는 올 여름 석면을 철거할 예정인 학교 384곳에서 철저한 감시체계를 갖추고 철거 과정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22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전국 ‘석면 학교’ 목록을 공개했다. 석면은 불에 잘 타지 않아 과거 건축 자재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악성중피종,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 중 1군(Group 1)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1군에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강력한’ 증거가 확보된 물질들이 포함돼 있다.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가 전국 17개 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취합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1만2230개의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중 35.2%인 4300개 학교에 석면 건축 자재가 아직 남아있다.
석면학교 비율은 지역별 편차가 컸다. 충남(51.9%, 387개), 경남(48.6%, 490개), 대전(46.7%, 147개) 등에서는 석면학교 비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강원(9.4%, 62개), 부산(9.5%, 61개), 전북(12.2%, 95개) 등에서는 석면학교 비율이 낮았다.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교육부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올여름 방학 기간 동안 전국 384개 학교에서 석면을 철거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지역에서 석면을 철거하는 26개 학교의 명단을 우선 공개했다.
환경단체는 ‘빠르게’보다 ‘절차에 맞게’ 학교 현장에서 석면 자재를 철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면안전관리법 등 법령과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석면 철거 현장에서는 항상 내부를 비닐로 감싸고, ‘음압’을 유지해야 현장 바깥으로 석면 먼지가 유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확보한 사진, 영상 자료를 종합하면 석면철거 현장에서는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에서 비닐이 뚫려있어 음압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정희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공사 결과 보고서에는 적정 음압을 유지한 것으로 나오는 ‘거짓’ 보고서가 만들어진다”라며 “철거 현장에서는 비닐을 떼는 과정에서 남은 석면이 흩날려, 교실에 남을 것이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올여름 석면 철거를 하는 학교부터라도 학부모, 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 체계를 반드시 갖춰서 석면 철거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감시해야 한다”라며 “이에 더해 향후 학교 석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 교직원의 석면 노출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오는 2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환경단체, 교육청이 함께 석면 철거 현장을 모니터링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