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선풍기 전자파 걱정 없다”는 과기부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이유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손 선풍기 전자파 걱정 없다”는 과기부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이유

관리자 0 2173

“손 선풍기 전자파 걱정 없다”는 과기부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이유


한겨레 2022.8.25 

지난 2일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박동욱 |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손 선풍기에서 전자파(극저주파) 건강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다. 사용자의 민감성, 사용시간, 사용방법, 제품 등에 상관없이 모두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손 선풍기 20대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를 직접 측정해봤더니 인체보호기준 대비 2.2~37% 수준이었다는 근거를 들었다. 아이와 임산부의 건강 위험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경고도 없었다. 


그러나 공중보건 측면에서 과기부 판단에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극저주파를 포함한 전자파 만성노출과 암 등 질병 위험의 인과관계는 학계에서 격렬한 논쟁 중이기 때문이다.




손 선풍기가 안전하다는 근거로, 과기부는 제품에서 발생한 극저주파 자기장 강도가 국제비이온화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이하 위원회)의 기준인 ‘60㎐에서 83.3µT’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위원회 기준은 극저주파 급성노출로 나타날 수 있는 신경자극, 망막섬광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한계치다. 유해인자 노출이 급성인지 만성인지에 따라 예방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과기부는 이를 동일시하고 있다.


손 선풍기 모터가 돌아가면 극저주파와 저주파에서 높은 자기장이 발생한다. 과기부가 측정한 손 선풍기의 극저주파 자기장 강도는 대략 1.7~30.9µT로 생활제품 중 가장 높다. 미국(0.11µT)과 유럽(0.07µT) 가정의 평균 노출 수준의 수백배다. 특히나 손 선풍기는 많은 사람이 얼굴 가까이 대고 여름 내내 사용해, 극저주파에 만성노출된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인체 노출 가전제품의 전자기장 환경인증기준이 0.2µT인 점을 고려한다면 손 선풍기는 매우 위험하다. 같은 전기제품인데 위험 판단 기준의 차이가 너무 크다. 과기부는 전자파 만성노출로 인한 잠재적 건강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손 선풍기는 전자파 방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소아나 임산부에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은 사업주에 임산부 노동자의 극저주파 노출을 제한하도록 법적 의무로 부과하고 있다.


여러 역학연구에서 각종 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생식독성 등 만성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극저주파의 만성노출 경계는 대부분 1µT를 넘지 않는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여러 역학연구를 종합해, 0.3~0.4µT 수준 극저주파에 만성노출된 소아 그룹의 백혈병 발생 위험이 0.1µT 미만에 노출된 소아 그룹보다 약 2배 높다고 결론내렸다. 많은 나라가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을 극저주파 만성노출을 줄이기 위한 잣대로 삼고 있다.


위원회는 극저주파 자기장과 암, 신경퇴행성 질환, 생식독성, 전자파 과민증 등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판단해, 만성노출 기준은 따로 권고하지 않았다. 위원회의 공식적인 견해는 각국의 건강 위험 예방정책에 따라 극저주파 만성노출로 인한 영향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나라에서 극저주파 노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사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위스는 극저주파 자기장이 1µT가 넘는 지역에 유치원, 초등학교, 병원 등을 세우지 않도록 했고, 네덜란드와 덴마크도 극저주파 자기장이 0.4µT가 넘는 곳에 학교 등 어린이가 상당 시간 머무르는 시설을 신설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유럽환경의학학술단체(EUROPAEM)는 극저주파 1일 평균 노출기준을 0.1µT로 권고했다.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위원회가 제시한 중대한 급성 영향을 막기 위한 기준을 인체보호기준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극저주파를 포함한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하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정책도 여럿 있다. △전자파에 민감한 학교, 병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 전자파 발생 시설 설치 금지 △일정 수준 이상 극저주파 자기장 발생 전기제품 허가 제한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한 전기전자제품 주의사항 부착 등이다. 


극저주파 등 전자파는 잠재적 건강위험인자인 만큼 인체 만성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 첫 단추로 과기부가 손 선풍기 등 각종 전기제품의 전자파 건강 위험을 검증하는 기준, 방법 그리고 결과를 밝혀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