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미세먼지 예보강화? 정부 미온대처 개선 촉구
뉴스한국 2014 1 4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짙은 스모그에 휩싸인 베이징 시내. 중국에서 발현된 스모그는 국내에 상륙해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성분이 된다. (연합)
수도권을 강타한 초미세먼지가 도심을 습격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이다.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다양한 '초미세먼지 대비책' 가운데 체감할 만한 방안은 예보체제와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황사마스크는 정부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알아서 사용한다. 예보의 경우 중국에서 스모그가 언제 덮치는지 3~4시간 전에 미리 알려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의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물질의 50%인 중국 스모그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중국 스모그의 유입으로 국내에서 일일 환경기준(100㎍/㎥)을 넘는 고농도 미세먼지(PM10)의 발생 빈번도 높아지면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재원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회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환경부 내년 예산은 원래 17억원이었지만 국회 환노위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19억원으로 늘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당초 정부안에는 미세먼지 관련 예보시스템 구축 조사 연구비 5억원과 국립환경과학원 예산 12억원을 합한 총 17억원이 2015년 이후 예보 실시에 반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노위는 미세먼지 예보제 강화, 예·경보 전파시스템 개편, 노후 장비 교체 등에 당초예산의 6배에 달하는 102억원을 더 책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예산책정도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 예보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국회 환노위 차원에서 미세먼지 심각성에 대한 여론이 모여 정책·입법·예산 측면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 수천명, 발암물질에 노출된 형국"
최근 경기개발연구원 김동영 환경연구실장이 발표한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연간 약 2만명, 폐질환 발생자는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12조 3천억원에 달한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2050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로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직경 10㎛ 이하의 입자다.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PM 10)는 대부분 코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머리카락 직경의 30분의 1에 해당되는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 이하(PM 2.5)여서 기관지를 거쳐 폐에 흡착되어 폐질환 등을 유발한다.
장기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증상이 악화되면 신경계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순환기계 질환을 앓고 있는 병약자나 노약자는 조기사망에 까지 이룰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속에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 대기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수명을 5.5년이나 단축시킬 만큼 인체에 치명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초미세먼지는 단순히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암을 일으키는 성분이다. 결국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천만 명의 시민들은 전부 발암물질이 노출돼 있는 셈인데,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중국의 석탄 사용이 70% 증가하면서 극심한 스모그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중국 몽골 사막지대에서 발생하는 자연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자동차, 공장등에서 발생한 납과 비소 등 맹독성 성질을 지녔다. 2013년 1월 993㎍/㎥, 10월에 407㎍/㎥로 최고수준에 달했다. 이는 WHO 권고기준 일일 25㎍/㎥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농도로 연료사용이 많은 시기에 특히 높아진다.
지난 2011년 백령도 측정소 분석결과 국내에 기상상황이 서풍 또는 북서풍 계열일 경우 국내 미세먼지(PM10) 농도는 평균 4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자체 배출된 오염물질과 계절적 요인, 기상여건 등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해, 미세먼지 문제 거론해야"
초미세먼지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정부의 대책이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15년 1월부터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 2.5)에 대한 예ㆍ경보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또 2024년까지 수도권의 초미세먼지를 매년 전망치 대비 45% 줄이기로 했다.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오염물질 배출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LEZ) 제도를 오는 2017년부터 대형 화물차·버스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당장 대응이 시급하지만 대부분 차후에 제대로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안일한 처사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초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최 소장은 “정부의 대책을 보면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좀더 개선이 될 것이니 참고 기다려보자 라는 식이다. 이는 너무 기초적인 대응이다”라고 지적했다.
석영철 경남도 의원은 "우리나라 미세먼지(PM-10) 환경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높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초미세먼지(PM-2.5)' 기준과 관련한 법률적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 발령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10부제, 5부제, 2부제 실행을 강화해 차량통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미세먼지를 다량으로 발생시키는 사업장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 세부지침이 정부의 정책에 겻들여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정부가 국제사회와 연계하는 외교차원의 접근으로 일급 발암 물질인 초미세먼지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상민 의원은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 강화는 물론 국내 대책도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용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스모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국을 직접 방문해서 중국의 지도자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중일 3개국간 대기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협약을 체결하고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에 이 문제를 건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