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옥시 직원들이 써봐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가습기살균제? 옥시 직원들이 써봐라"

최예용 0 10566
기사 관련 사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1) 군과 임 군의 어머니 권미애 씨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건물 7층 레스토랑에서 옥시레킷벤키저 법무팀 관계자와 만나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한 정부역학조사결과 수용 및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와 책임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가습기살균제 1년 딱 썼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 좀 보세요. 11살인데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요,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이렇게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저 정말 아무것도 안 바랍니다. 딱 1년만 써보세요."

권미애(37)씨는 11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옥시레킷벤키저(대표 샤시 쉐커라파카·아래 옥시) 본사가 있는 건물 7층 레스토랑에서 만난 옥시 측 관계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권 씨는 옥시가 제조·판매했던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한 피해자 가족이다. 권씨의 아들 임성준(11)군은 어린 시절 1년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폐손상 등의 피해를 입어 지금까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공식적으로 발생한 지 햇수로 3년. 권씨는 처음으로 옥시 관계자를 만났다. 권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몇 번이나 옥시를 방문해 피해자 입장을 전달하려 했지만, 옥시는 시종일관 피해자들을 외면해왔다.

그러다 최근 옥시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지원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어떠한 사과 없이 이뤄진 것은 물론, 정부가 실시한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과의 역학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나온 입장이라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욱 컸다.

기사 관련 사진
"옥시를 바라보는 11살 소년의 시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1) 군이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건물 7층 레스토랑에서 어머니 권미애 씨와 함께 옥시레킷벤키저 법무팀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
ⓒ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는 현재(11월 1일 기준) 541건으로 사망자는 144명에 달한다. 이중 옥시 제품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60%가량으로 제일 많다. 이에 피해자들이 옥시를 찾아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사과와 책임표명을 요구하기로 한 것. 피해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협조로 3년 만에 처음 옥시 관계자를 대면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경기도,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아이를, 아내를, 남편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가습기살균제를 전부 회수하고 난 뒤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임이 명백하지 않느냐. 그런데도 사회적, 인도적 지원으로 50억 원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느냐. 누구를 거지로 아느냐"며 "부모의 심정을 가졌다면, 내 아들, 딸이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고개 숙여 하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를 잃은 백승목(41)씨도 "역학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에 흡입독성이 있다고 했는데 왜 침묵하느냐.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없이 인도적으로 지원한다는 50억 원은 필요 없다. 사과부터 하고 보상하라"며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빠른 시간 안에 불매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또 다른 피해가족은 "남편은 기업을 믿고 몸에 좋다고 생각해 박스 채 사다놓고 계속 썼다. 폐가 굳어갈 때까지도 건강을 위한다며 가습기살균제를 더더욱 썼다"며 "이렇게 다들 건강한 걸 보니 가습기살균제를 팔긴 했어도 안 써보신 거 같다. 내가 왜 이 앞에서 구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사 관련 사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건물 7층 레스토랑에서 옥시레킷벤키저 법무팀 관계자와 만나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한 정부역학조사결과 수용 및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와 책임표명을 요구하는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가습기살균제피해자 항의서한".
ⓒ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이날 자리를 마련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옥시가 가습기살균제를 팔아 챙긴 돈이 51억 원인데 50억 원을 인도적 지원하겠다는 건, 돈 벌었던 건 없던 것 마냥 토해내겠다는 거냐. 가습기살균제가 폐손상 원인물질이 아니라고 한다면 옥시 직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한번 써보라"며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기업이면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법안이 이번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계속 챙겨,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재발되지 않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 측에 ▲ 대한민국 정부의 역학조사결과를 수용하라 ▲ 피해자들에게 정식으로 사죄하라 ▲ 피해자와 유족들이 그동안 당한 유무형의 건강상, 경제적, 사회적 피해에 대해 개별적 보상대책과 피해기금을 조성하라 ▲ 국가기관, 시민단체, 국회 등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통해 옥시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안전점검을 실시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옥시 측 대표로 자리에 참석한 김영완 인사담당 상무이사는 "말씀하신 서한 내용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국감에서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희가 피해자들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기사 관련 사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피해자가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건물 7층 레스토랑에서 옥시레킷벤키저 법무팀 관계자와 만나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한 정부역학조사결과 수용 및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와 책임표명 요구"가 담긴 가습기살균제피해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제조사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입힌 대표적 가해기업이다.
ⓒ 이기태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