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자전거캠페인1일차]서울→인천,대기업의 산업폐수 해양투기 저지, 10년 공들였는데...
▲ 해양투기연장반대 자전거 캠페인
ⓒ 이성수
매일 수은주가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무더위가 계속되는지라 모두들 걱정을 해주는 가운데 기획된 '산업폐수 해양투기 연장반대 전국순회 자전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12일은 마침 삼복더위의 절정인 말복날이다. 기온이 선선한 9월이나 10월에 하면 좋겠지만, 이미 해양수산부가 해양투기 연장을 희망하는 기업의 신청을 받아서 심사 중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야 했다.
또한 남해안에서 극성을 부리는 적조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해양투기가 지목되고 있어 힘이 들더라도 8월 중에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2주일 전에 결정되어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요즘 가습기살균제피해 방문조사가 한창이라 돌아다니다가 하나씩 필요한 물품들을 사무실 탁자에 쌓아만 놓았었다.
출발을 앞둔 이날 아침에 주섬주섬 필요한 물품을 챙기지만 가습기살균제조사와 판정 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이 잘 안 된다. 중요한 시기에 일이 겹쳐서 부담이 크지만 어쩌랴, 일이라는 게 바라는대로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되지만은 않는 것을.
돌이켜보면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해양투기금지운동이 9년째로 접어들었다. 그 당시 해양투기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기구가 '전국해양투기대책회의'였다. 전국 10여개의 주요 항구마다 해양투기를 위한 선창이 운영되고 있어서 이들 지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해양투기반대운동을 추동했다. 매년 4-5차례씩 장소를 바꾸어가며 해상시위, 항의방문 등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나름 노력을 했지만 거의 10년이 다 된 올해 말에서야 겨우 모든 해양투기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2년씩이나 그것도 가장 오염과 독성이 심한 산업폐수의 해양투기를 연장하려 하고 있으니 10년 노력이 '도로아무타불'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연간 1000만톤에 이르렀던 해양투기량을 당시 해양수산부를 압박하여 '매년 100만톤씩 해양투기량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끌어냈다. 이 해양수산부를 폐지했던 MB정부때에도 이 방침을 대략 지켜져 왔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 박근혜정부가 이를 거꾸로 돌리려하고 있으니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왜 해수부를 부활했는지 모르겠다.
MB와 무언가 다르게 보이기 위해 해수부를 부활했는지 모르지만 '해양투기'라는 문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는 MB때보다 훨씬 더 '기업프렌들리' 하지 않나 싶다. 만약 박근혜정부가 기업의 요청대로 산업폐수 해양투기를 2년 연장한다면 200만~300만톤의 엄청난 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지게 된다.
▲ 해양투기연장반대 자전거캠페인
ⓒ 이성수
▲ 해양투기연장반대 자전거캠페인
ⓒ 이성수
오전 10시 반, 광화문에서 진행된 SOS자전거캠페인 출발 행사는 바다위원회의 윤준하 위원장과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염형철 사무총장, 서울환경연합 이세걸 처장, 함께사는길 박현철 주간 등 주요 임원과 활동가와 전국사무처, 서울환경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의 활동가 및 회원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캠페인을 애초 같이 기획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한 바다위원회의 본인과 김영환 외에 인천까지 같이 동행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 양승철 활동가,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합류한 대안고등학교 출신의 주정호 간사 그리고 전국사무처의 박창재 처장과 김보삼 국장 등이 탈 6대의 자전거가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 세워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주요 캠페인의 이미지를 디자인하여 재능기부해주는 그린디자이너 이성진 선생이 만들어준 캠페인 티셔츠가 배포되었고 삼각깃발이 자전거에 부착됐다. 이번 캠페인의 약칭은 'SOS자전거캠페인'으로 부르는데 SOS는 'Save Our Seas' 즉, 우리의 바다를 지키자는 영문의 약자다
▲ SOS 자전거 캠페인 출발에 앞서 광화문 분수대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캠페인 참가자와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
ⓒ 이성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들인 CJ제일제당, 삼성,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막기위해 삼복 더위 속에 전국을 자전거로 도는 캠페인을 한다니까 제법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여섯대의 자전거가 인천을 향해 출발했다. 인천시내까지는 40km 약 4시간이 걸렸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여의도 2~3km구간, 신도림역에서 안양천변의 2~3km구간 그리고 인천시내 길병원에서 인천항 방향으로 500~600m 등 모두 3구간으로 약 5km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모두 차도로 달렸다.
▲ 여의도 자전거길에서 본 한 대형건물은 벽면을 굴곡지게 하여 태양열판을 설치하여 눈길을 끌었다.
ⓒ 최예용
여의도 자전거 구간에서는 중간 중간에 택시와 버스들이 점거하고 있어 이들을 피해서 달려야 했다. 한강을 따라 내려가다 경인운하를 끼고 가면 절반 이상을 보다 안전한 자전거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캠페인의 취지도 살릴 겸 일반도로를 이용했다. 더위보다는 자전거와 함께 바깥 차선을 이용하는 버스와 트럭 그리고 순간 순간 나타나 자전거 바퀴를 위협하는 맨홀뚜껑과 패어진 도로들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 여의도공원에서 휴식하며
ⓒ 최예용
이러한 곳을 지나게 되면 온몸으로 전해지는 충격도 심하지만 1200km를 무사히 달려내야 할 자전거바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이 더 쓰였다. 부천역 즈음에서는 근방에 사는 이성진 디자이너가 자전거로 합류했다. 이 선생의 리드로 큰 도로를 피해 한적한 작은 도로로 4~5km를 달릴 수 있었다. 오후 3시 넘어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있는 주안동 승기사거리에 도착했고 동양장이라는 작은 여관에 투숙하여 샤워하고 휴식을 취했다.
▲ 부천역에서 합류한 디자이너 이성진 선생이 자전거에 삼각깃발을 부착하고 있다.
ⓒ 최예용
오후 6시경에 인천환경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여러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 회원들이 북적였다. 섬에서 아이들과 캠프를 운영하는가 하면, 새롭게 들어서는 대형 천연가스공장문제의 대책활동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설명을 들으니 인천은 수도권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며, 가스 등 주요 에너지를 공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각종 환경오염문제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시설들이 바다 쪽으로 떨어진 곳에 지어졌는데 도시가 확장되면서 갯벌을 매립하여 송도와 같은 신도시를 개발한 것. 그러다보니 기존의 발전시설과 석유화학시설 등이 맞닿게 되었고 이 때문에 환경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인천환경연합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 내일 아침 CJ제일제당 제1공장 앞에서 열릴 기자회견 물품을 준비했다. 캠페인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제안되어 기존에 사용하던 통과 피켓을 이용하기로 했다. 자칫 밋밋할 뻔한 CJ앞 기자회견이 약간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 인천의 한 여관방에 모셔진? 자전거들.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아져서 인지 여관주인이 자전거복으로 방을 구하니 입구 쪽을 안내하고 자전거를 방에 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 최예용
숙소에 돌아오니 인천 지역 경찰과 언론사의 문의 전화가 연속으로 걸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오너의 구속 등으로 어수선한 CJ인데 해양투기문제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니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전체 일정에 비추어볼 때 가장 짧은 구간이지만 대장정의 시작 날이라 일찍 도착해 쉬면서 앞으로의 코스를 점검하고 연락을 취하는 사이에 어느덧 자정이 넘었다. 여러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 덕분에 첫날이 무사히 지나고 있었다.
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인천 시내의 한 여관방에서.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