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자전거캠페인2일차]인천->아산, 우리들의 축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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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자전거캠페인2일차]인천->아산, 우리들의 축지법

최예용 0 7321

2013 813일 화요일, SOS자전거캠페인 2일차, 인천=>아산, 온양온천 [우리들의 축지법]

오늘 도착한 곳은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지역이다. 오전 1030분에 인천항 초입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인천1공장앞에서 기자회견한 후 11시경 출발하여 9시간만이다. 인천에서 수원을 연결하는 42번 국도를 따라오다 제2경인고속도로가 보이는 지점에서 점심을 들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시흥이다. 이후 예정된 길을 벗어나 조금 헤매다 의왕시청앞을 지나 목표했던 안양천의 자전거길을 탔다. 다리 밑 그늘진 교각마다 누워 잠을 자거나 쉬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여름철 최고의 피서법은 역시 저거야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러다 우리도 어느 다리 밑에서 잠시 쉬는데 돗자리 깔고 누워 다리를 꼰채 쉬고 있는 사람, 엎어져 다리를 흔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보니 자전거복과 신발 다 벗어 제끼고 저 사람들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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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양천변 자전거기를 타고 내려가다 어느 다리밑에서 잠시 쉬면서 카톡문자를 보내는 김영환 간사. 9월이면 얘기아빠가 되는 신랑이다. 다리 교각의 깔개위에 엎어지고 누워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다. 사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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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나무로 터널이 만들어진 안양천의 자전거길. 우리가 지나온 길 중에서 가장 멋진 곳이었다. 사진 최예용>

 

수원 초입에서 안양천의 자전거길이 끊어져 잠시 차길로 나갔다가 다시 자전거길을 찾아 들어왔고 한참을 달리다 수원역으로 향하는 1번국도로 올라왔다. 그리고 20여분 달리니 수원역이다. 시간은 오후5시를 향하고 있다. 네이버 자전거길 안내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인천1공장에서부터 수원역까지는 50.12km 3시간21분 걸린다고 나와있다. 우리는 5시간정도 걸렸다. 우리는 네이버 자전거속도보다 정확하게 3분의 1 33%정도 느렸다. 아산까지는 아직도 멀고도 멀었다. 힘이 빠진다. 오른발 앞쪽이 약간씩 무뎌지는 느낌이다. 이거 근육에 쥐나는 전조다! 출발 전 주 수요일에 광화문서 인천까지 연습경기 뛸 때 인천목적지 거의 다가서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났었다. 쥐가 물러나기까지 며칠 걸렸다. 출발당일까지 쥐가 머물까 봐 약도 사먹고 바르고 그랬다. 2주간이나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어쩌냐며 걱정하니 약사가 예방약도 있다며 권했고 나는 주저없이 샀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빼먹지 않고 챙겨 먹는다. 약사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고양이 그려진 쥐약 주세요

수원역사 한켠에 베스킨라빈스 아킴(우리 아이들 어렸을적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불렀다. 좋은 줄임말이라고 생각하여 내가 애용한다)가게가 보인다. 주저없이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 팥빙수를 주문했다. ~언한 팥빙수를 퍼먹으며 생각했다. 이대로는 아산은 커녕 천안까지도 어렵다. 수원역서 천안역까지는 오산과 평택을 지나 무려 57km 4시간거리! 야간에 자전거타는 건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내일 아침 7시에 아산에서 서태안환경연합의 회원들과 결합하기로 했다. 어쩔 것이냐. 방법은 하나다. 축지법을 쓰는 거다. 비장의 무기다. 양심을 걸고 말하지만 이 무기는 처음부터 준비했던 건 아니다. 상황이 벌어지니 떠오른 방법이다. 결국 나의 잘못이지만 인천에서 10시반에 기자회견하고 11시에 출발하여 아산까지 120km를 간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더라도 어려운 이야기였다. 도상으로 100km이상 가겠다고 계획을 짠 게 누구더라? 바로 나다. 하기사 지도상으로는 하루에 100km가 아니라 200km인들 못가랴. 평소에 기껏해야 반나절 정도 주말에 자전거를 타봤고 편도 45분정도 걸리는 자전거 출퇴근을 해본 주제에 전국 1200km 2주안에 돌겠다고 나섰으니. 쩝이다.    

영환에게 물었다. “어쩔텨?”, “난 이대로는 30km도 못 가!” 내 입장이 단호하니 영환이 별수 있나 ㅋㅋ 우리는 수원역으로 올라가 장항선 표를 두 장 샀다. 546분에 출발한 장항선 무궁화호는 엄청난(?) 속도로 무려 45분이나 달려서 아산에 도착했다. 차장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도로들이 무진장 길었다. 우와, 저 길을 자전거로 이 시간에 이 상태로? 미쳤지 미쳤어. 자전거로 1200키로를 가겠다는 원칙이 조금 훼손됐지만 나는 하나도 미련이 없었다. 그저 멍한 눈으로 기차 밖으로 휙휙 지나는 길들을 멍하니 바라 볼 뿐. 여기서 한가지, 수원역으로 올라가기 전 영환이 말했다. “세상이 무서워서 우리가 이대로 기차를 탄다면 사람들이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릴지 몰라요. 그러면 자전거로 전국 돈다고 해놓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어쩌죠?”, “어쩌긴, 당장 깃발 떼고 겉옷 입어 캠페인 티셔츠를 감춰야지우리는 그랬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랬다. 일정대로 다음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위해서 그랬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두가지 사과열매를 동시에 따먹을 방법은 없었다. 하여 하나의 사과만 취하고 다른 하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취할 사과는 일정대로 목표대로 현장에 도착하여 캠페인을 진행하는 거다. 포기한 사과는 자전거로만 1200km를 다니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만 이동수단을 다양화하는 거다. 목표수정이다. 1200km가 아니라 1000km! 사실 이것도 어려울지 모른다.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다. 자전거로 전국을 다니겠다고 하니 애들 엄마가 그랬다. “당신 체력으로? 3일만에 힘들어서 포기할 걸!”, , 10년 넘게 같이 살더니 속속들이 훤하구나. , 나도 방법이 있다. 바로 축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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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역서 아산가는 길. 우리는 자전거가 아닌 기차를 탔다. 기차는 70km를 한시간도 안걸리는 축지법으로 우리를 아산으로 데려다 줬다. 사진 최예용>  


아산역에 도착하여 역사 밖으로 나갔는데 그 동네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고 온양온천까지 가야 한단다. 기차역으로 두 정거장인데 무려 10km거리다.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분위기. 우리는 또 축지법을 썼다.(처음이 어렵지 두번째 부터는 쉬웠다!) 이번엔 1호선 전철이다. 크아, 캠페인 2일차 인데 아직도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1호선을 타다니. 한심했지만 어쩌랴. 몸은 노곤노곤해가고 자전거는 엄청 무겁다. 온양온천역에 내려 괜찮은 숙소를 찾아 온천탕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헌데 모텔이나 호텔급은 자전거를 방으로 들일 수 없단다. 제기랄. 할 수 없이 시장골목으로 들어가 허름한 여관에 투숙했다. 방이 인천에서보다 두배는 컸다. 방 양쪽 벽에 자전거를 세워두고도 공간이 많이 남는다. 에라, 이게 최고다. 게다가 온천지역의 여관이라고 목욕탕에 작은 욕조가 있어 더운물을 틀어놓고 몸을 녹였다. 호텔이 하나도 안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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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양온천역 부근 시장골목의 허름한 여관방은 자전거 두대를 양벽쪽에 세워둬도 방이 좁지 않았다. 바로 이런 곳이 우리에게 딱 어울렸다. 사진 최예용)

 

아침에 인천에서의 기자회견 이야기를 잠시 하자. 인천지역에서 산업폐수를 해양투기하는 기업은 모두 30여개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이 많다. 참고로 CJ제일제당은 인천지역에 모두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1년과 2012 2년동안 39,800톤의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렸다. 이는 인천지역 전체의 33%로 가장 많다. 2011년에는 인천 전체의 36%, 2012년에는 29%였다. 두번째로는 대한제당으로 22% 27,240톤으로 2011년에는 20%, 2012년에는 25%였다. 이들 두기업의 해양투기 산업폐수량 해양투기량은 인천 전체의 55%로 절반을 넘는다. 개별공장단위로 보면 대한제당이 22% 1, CJ제일제당1공장이 20%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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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제일제당인천1공장 입구에 붙어 있는 환경부인증 녹색기업팻말. 일년에 수만톤씩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기업이 어찌 녹색인가? 해양환경문제를 관리하는 부처가 생긴 이후 해양투기나 고래보호 등 바다환경문제들을 나몰라라하는 반쪽짜리 육지환경부가 대한민국의 환경부다. 사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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