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이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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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이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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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 현장사진은 다음 클릭해서 살펴보세요  http://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9_04&wr_id=239

"문재인 대통령, 이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절규

세계일보 2021년8월17일자 

8월 31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10주기

"뭔가 해줄 것처럼 해놓고 대통령 되니 안면몰수"
"사망자만 1617명… 정부·기업들, 피해자 죽음 외면"
피해자와 가족들,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 나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서린동 SK본사 앞.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발걸음을 옳기고 있는 가운데 휠체어를 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응익씨가 상의를 벗었다. 두 달 전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자국이 선명히 드러났고, 복부에는 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관이 연결돼 있었다. 그는 “보는 바와 같이 배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곳이 없이 이렇게 처참하게 살고 있다”며서 “폐 이식 후에 모든 장기로 합병증이 번져 멀쩡한 곳이 없지만, 정부는 폐 이외 다른 장기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얘기만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랜 고통 끝에 폐 이식을 받았지만 다른 장기는 버틸 수 없는 상태까지 악화된 상태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폐 이식을 할 때 너무 힘들어서 병원 빌딩에서 뛰어 내려서 죽고 싶었다”면서 “그렇게 힘들게 폐 이식을 받고 처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후유증 때문에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지 마트에서 세일 품목을 구입했던 일이 이런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옥시 코너에서 세일을 하니까 이왕이면 싸게 팔 때 산다고 가습기살균제를 샀다”면서 “기침이 나와도 코에다 더 가습기살균제를 틀고 그러는 바람에 폐 섬유화가 일어났고 결국 폐 이식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옥시싹싹 제품을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사용했다.

 

‘오래 살아야 10개월’ 김씨가 주변에 하고 있는 말이다. 병원에서 입원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그는 SK와 정부 책임을 묻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만들어 공급한 SK(케미칼)는 원흉 중의 원흉”이라면서 “최태원 회장이 눈 하나 깜짝 않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에는 뭔가 해줄 것처럼 해놓고 대통령이 되니까 안면몰수한다”면서 “우리는 기대를 했다. 너무 대통령이 야속하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라고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응익 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에서 폐이식 수술로 인해 열결한 바일백(담즙배액용기)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환경보건시민센터의 도움으로 열린 이날 1인 시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절규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기자회견이 허용되지 않은 탓에 피해자와 유가족은 센터 측 도움 없이 홀로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피해자들은 이달 31일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0주기가 되지만 진상규명 및 피해자 배, 보상 차원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한정애 장관이 “이 문제는 다 끝났다”고 말한 뒤 움직이지 않고, SK케미칼을 비롯해 옥시,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가해기업 역시 현재 배, 보상에 나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옥시 제품을 사용한 김씨는 옥시 측에 배보상을 문의한 결과 “개인별로는 합의할 수 없고 단체별로만 합의를 한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이날 밝히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탓에 아내를 떠나보낸 김태종씨도 이날 정부와 가해기업을 향해 울분을 쏟아냈다. 그의 아내는 교회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파트를 맡을 정도로 성량이 풍부했지만 2007년 10월 김포공항 이마트에서 산 1통의 이마트PB 상품 ‘이플러스’ 탓에 불과 1년 만에 쓰러졌다. 이후 21번의 병원 입원과 중환자실에서 진행된 16번의 치료 끝에 김씨의 아내는 지난해 8월 숨졌다. 그는 “자가 호흡이 안 되고 폐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기도에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박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3년4개월은 가혹하리만큼 혹독하고 처절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응익 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는 김응익씨나 자신의 아내처럼 수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와 가해기업들은 이런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까지 사망자만 1617명인데, 한국 전쟁 이후 단일 사건에서 이런 사망자가 나온 사건은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 가해 기업은 입만 열면 ESG 경영을 떠들 뿐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SK케미칼 경영진이 아니라 최태원 SK회장 등 재벌 총수가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리며,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초반 청와대에 피해자를 불렀을 때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는 8월31일이면 언론에 이 참사가 발표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이 10년 동안 피해 인정자 1017명이 죽었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을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고 또 이렇게 피해자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그 다음에 유해물질에 대해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98만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돼 최대 95만여명(추정)에게 피해를 초래한 단군 이래 최대 환경 비극이다. 지난 13일 기준 7529명이 피해를 신고했고, 1685명이 사망했는데 피해 규모는 아직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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