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가습기살균제 조정위 "옥시·애경 불수용 유감"…시민단체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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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가습기살균제 조정위 "옥시·애경 불수용 유감"…시민단체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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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조정위 "옥시·애경 불수용 유감"…시민단체 '불매운동'

중앙, 2022.4.11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수 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수 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년 만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위한 민간 조정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옥시레킷벤키저·애경산업 등 기업 두 곳이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서다.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는 11일 유감의 뜻과 함께 "마지막까지 조정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두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조정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개월간 진행된 조정 경과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조정위는 피해자 유족에 2억~4억원을 지급하고, 최중증(초고도) 피해자에게 연령에 따라 최대 5억여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최종 조정안을 공개했다. 조정 대상은 7027명(피해 판정 대기자 포함)이다. 하지만 조정에 참여한 9개 기업 중 옥시·애경 두 곳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정안 실행이 어려워졌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나머지 7개 기업(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은 동의 의사를 보였다.

조정위 "불수용 유감…조정 노력 이어갈것" 

두 업체는 최대 9240억원인 조정액의 60% 이상을 부담한다. 특히 옥시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 5000억원 가량을 내야 한다. 하지만 조정 금액과 분담 비율의 적정성, 사태 해결 종국성 확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 동의 등 나머지 절차도 중단된 상태다. 사실상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정이 무산되는 수순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지난달 28일 서울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열린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김이수 조정위원장은 "조정안이 발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다. 특히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한 일부 기업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건 아쉽고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황정화 조정위원은 "조정위 구성에서 옥시가 결정적 역할을 했고, 2016년과 2019년에도 옥시 CEO(최고경영자)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문제 해결 노력 약속을 했다. 하지만 부동의 입장을 밝혀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정 무산 위기를 맞은 조정위는 이달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그 후 활동 기한 연장은 피해자 단체와 기업 간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불분명하다. 일단 13일 피해자 단체들과 기업 대표들이 직접 만나 조정 연장 여부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조정위 측은 막판까지 조정 성사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조정 성립의 키를 쥐고 있는 옥시 측과의 협의에 집중할 예정이다.최병환 조정위원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옥시 (한국) 지사가 어렵다면 우리가 직접 (영국 본사와) 접촉하겠다는 의사도 타진했다. 마지막 단계인 만큼 추가적인 계획 검토하면서 논의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0년을 맞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8월 30일 서울 SK 서린빌딩 앞에서 피해자 구제 및 배보상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옥시 "회사 입장 변함없다"  

조정위는 조정 여부와 별개로 정부 등에 대한 권고안도 발표했다. 향후 새로 발생할 피해자들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을 전담하는 방안과 조정에 동의한 피해자들에 기존 구제급여 외 지원을 계속 이어 가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권고안을 수용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범정부 후속관리대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환경부 장관, 국무총리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기업 부동의 사실이 알려진 뒤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정위가 직접 입장 변화를 촉구했지만, 두 기업의 결정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 기자회견 후 옥시 관계자는 "회사 측 입장은 이전과 변함이 없다. 영국 본사와는 이 사안을 두고 잘 논의하고 있다"라면서 "현재로썬 의학적 근거 등 정확한 조정 기준도 모르고, 종국적인 해결도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애경타워 앞에서 열린 애경 불매운동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옥시·애경 규탄…불매운동 개시 

이대로라면 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피해자들로선 특별법상 구제 급여를 그대로 받거나, 개별적인 민사 소송에 나서는 방법 밖에 없다. 11년만의 대규모 조정안 무산이 현실화되면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정안 도출에 사실상 실패한 조정위는 물론이고,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옥시·애경 측에 비난이 쏟아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서울 애경 본사 앞에서 애경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해온 애경의 실제 모습은 소비자에게 무책임하다"면서 불매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12일에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조정에 참여한 나머지 7개 기업은 동의라도 했지만, 옥시와 애경 측은 그마저도 거부했다. 다른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에 연락해서 상황을 알리고 힘을 모아 전국적인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중증 폐 질환에 걸린 부인을 잃은 유족 김태종씨는 "가장 최저 수준의 지원안도 거부한 옥시·애경은 피해자들을 우롱했다. 적어도 조정안 정도의 지원은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착잡하다"라고 말했다. 미성년 피해자 박준석(15)군의 어머니 추준영씨는 "우리 아이가 '누구든 책임을 져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어른들이 나서서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가족들은 평생 아픔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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