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고작 1미터?" 느슨한 데이터센터 초고압선 매설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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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고작 1미터?" 느슨한 데이터센터 초고압선 매설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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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미터?" 느슨한 데이터센터 초고압선 매설에 '공분'

CBS 노컷뉴스 2022.12.9 

안양 도심 7㎞ 관통에 거센 반발

공사허가 취소·대심도 재공사 촉구
지자체·업체, "법규정 준수" 입장
시흥·용인·김포 등 유사 사례 반복
신규 기피시설 맞춰 제도 개선 시급
"매설 깊이 높이고 공청회 확대해야"

안양지역 데이터센터 관련 초고압선 지중화 공사에 대해 주민들이 안양시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주민단체 측 제공안양지역 데이터센터 관련 초고압선 지중화 공사에 대해 주민들이 안양시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주민단체 측 제공제2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막기 위해 경기도 내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초고압선 설치와 관련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터 장애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전자파 피해 등에 대한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고압선 '도심 관통'…안양시민들은 '분통'

 
9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은 관양동에 건립 중인 한 통신사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용 초고압선(15만 4천 볼트)을 차량도로 등의 밑으로 묻는 공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자파가 발생하는 선로가 도심을 지남으로써 암 발병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력망은 서안양발전소에서 동안·만안구 도심으로 이어지는 7㎞ 정도 길이다.
 
특히 주민들은 초고압선이 1m가량 남짓 깊이의 얕은 땅에 묻히는 것에 대해 유해성을 우려해왔다. 일반 주택단지는 물론, 자녀들 등하굣길의 지표면 가까이 전선이 지나기 때문이라는 것.
 
이어 축구장 6개와 맞먹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공사를 1년여간 진행하면서, 주민을 상대로 공식적인 설명회조차 없었다며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내 한 도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용 초고압선 매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내 한 도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용 초고압선 매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하지만 현재 공사는 관로 구축을 모두 완료하고 일부 구간의 전선 연결만 남겨둔 마무리 단계다. 데이터센터는 2023년 7월 준공을 앞둬,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전기가 개통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부터 반대집회를 해오고 있는 '안양 고압선 반대 시민연합(안양시민연합)'은 성남시 분당 사례 등을 들어 '80m 깊이'의 재시공과 기존 공사허가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안양역 광장~삼덕공원까지 가두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안양시민연합 관계자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싸고 초고압선 매설을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일방적 공사에 대해 사과하고 특정 대기업을 위한 허가를 물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태 반복에도 '1m 규정'뿐…법제도 정비는 언제?

 
지난 4월 용인 죽전 데이터센터 주민 공청회가 열린 죽전1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지난 4월 용인 죽전 데이터센터 주민 공청회가 열린 죽전1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반발 사태가 안양 외에 용인 죽전동, 김포 구래동, 시흥 배곧동 등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는 도내 지역마다 비슷하게 되풀이 돼왔다는 점이다.
 
지역을 관통하는 초고압선 설치에 강경한 집단민원이 늘면서, 시흥지역에서는 지자체와 한국전력 간 소송전마저 불거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초고압선을 얼마나 깊게 묻느냐다.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매설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법 시행령에는 '전기관은 1m(부득이한 경우 0.6m) 이상 매설'이라는 규정만 있을 뿐, 현행법상 전력량이나 주파수 범위에 따른 세밀한 고압선 설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 안양을 비롯한 도내 상당수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망 지중화가 기존 한전 관로 수준에 맞춰 1~2m 깊이로 진행 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작업 편의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양지역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차도 밑으로 케이블 설치 등 초고압선 매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창주 기자안양지역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차도 밑으로 케이블 설치 등 초고압선 매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창주 기자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인식 차이와 불명확한 기준치도 초고압선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일부 선진국에서 유해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지만, 지자체와 업계에서는 국내·외에서 통상 적용하는 '전자파인체보호기준(국내)'과 '국제보건기구(WHO) 환경보건기준(국제)'인 833mG(밀리가우스:전자파 세기 단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양의 경우 반대 민원을 감안, 동일 전력량으로 기존 설치된 한전 선로의 전자파를 측정해 5~50mG 수준임을 알리고 있지만, 주민들은 안전성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해당 사업은 전압이 15만 4천 볼트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인 34만 5천 볼트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민 공청회도 하지 못해, 설득 과정 없이 불신만 더 커진 상태다.
 
안양시 관계자는 "주민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전선 매설과 유해성 기준 등 관련 법규정과 행정절차를 바꾸지 않는 한 사업 중단을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측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주요 아파트 단지에 설명회를 하거나 안내문을 전달했다"며 "지자체와 전자파 등을 측정해가면서 안전에 문제없도록 전기 개통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고압선 설치, 안전성 기준 강화해야"

 
지하 80m 깊이 대심도에 설치된 성남시 분당 지하전력구(34만 5천 볼트) 모습. 연합뉴스지하 80m 깊이 대심도에 설치된 성남시 분당 지하전력구(34만 5천 볼트)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전자파 유발 시설이 인구밀집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제도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초고압선 매설의 세분화된 기준부터 마련하고, 관련 공사에 대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법적 범위를 넓혀 주민 불안감을 최소화해야 된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일관된 전력산업 정책을 만들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을 개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내년 7월쯤 준공 예정인 안양시 내 한 통신사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현장. 박창주 기자내년 7월쯤 준공 예정인 안양시 내 한 통신사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현장. 박창주 기자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성 질환을 전제로 전자파 위험성 기준치를 너무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며 "전선 매설을 깊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산업계의 부담을 의식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얕은 땅에 묻거나 금속판 같은 장치를 해도 자기장 차단은 어렵기 때문에 더 깊게 묻거나 주택밀집구역에서 멀게 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라며 "신규 시설을 짓는 것에 대해 일부 선진국처럼 학교, 유치원 등 취약시설에서 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WHO는 낮은 전자파도 발암물질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전자파가 환경오염물질이라는 규정부터 성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유해 전자파 기준치를 강화하는(낮추는) 가이드라인을 갖추도록 정부 각 부처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당장 법을 바꾸기 힘들면 지자체 조례를 통해서라도 고압선로 안전강화나 사전 주민설명회 방침을 만들어 매설 기준을 5~10m 이상으로 높이고 주민과도 적극 소통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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