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기업들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자, 피해자들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기업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면서 "한 점 부끄럼도 없고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없는 파렴치한 살인기업과 하수인들이 아닐 수 없다"고 외쳤다.

지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측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를 다퉈보겠다는 취지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지난 1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홍 전 대표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안 전 대표와 함께 금고 4년형 판결을 받은 SK케미칼 전 사업본부장 한모씨는 상고했다. 이들 외에 유죄 판결을 받은 다른 피고인들도 차례차례 상고장을 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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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피해자들은 "SK는 거의 모든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살균원료를 공급한 참사의 주범이다. SK그룹 차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의 이름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고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사망자 1800명이 신고된 대참사의 살인범들에게 고작 금고 2~4년형이라니 웬말인가, 사실상의 면죄부"라며 "다수 국민의 여론대로 유죄가 판결됐지만 너무 낮은 형량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LG, GS 등 형사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기업들이 아직 많다"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해기업들에 대한 사법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다른 책임주체인 정부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단 한 명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정부책임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