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람잡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이뤄져야
[사설] 사람잡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이뤄져야
환경부, 터덕대는 피해 배-보상 2차 조정 착수환경단체, "기업들과 국가 모두 책임져야" 지적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6일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 합의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전북 지역에서도 관련 간담회가 개최됐다. 25일 오후 전북지방환경청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간담회가 진행되며 피해자 보상과 조정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주를 이뤘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전북도내 가습기살균제 제품 사용자는 31만 6, 384명이고 이중 건강피해자는 3만 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를 감안하면 0.75%만 피해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2월말 기준 전북지역 피해 신고자는 모두 249명이며 이 가운데 53명은 숨졌다. 구제법상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는 163명,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86명이다. 더욱이 2017년부터 시행된 피해구제법에 의해 신고자 상당수가 기본적인 구제금을 지급받았지만 폐암, 피부질환 등 아직 피해가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9부가 지난해 2월 6일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가배상책임이 없다는 서울지법의 판단을 뒤집은 첫 번째 판례로, 지난 2014년 8월 원심 재판이 시작된 지 약 9년 6개월 뒤에 이루어졌다. 역사상 최초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손해배상과 관련, 국가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쥐꼬리보다 더 작은 소액위자료만 인정했다는 점 등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앞서 대법원 판결로 이제부터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통해 법에 호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지역 피해자들이 호소할 길이 많지 않다. 모든 피해자들은 상태가 심각하든 증상이 없든 신고해야 하고 자치단체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참사가 시작된 지 31년, 세상에 알려진 지 14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피해 배·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아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가해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민형사상의 사법체계가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법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환경부가 가해 기업과 함께 피해자 배·보상을 위한 전국순회 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피해자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 제대로된 배·보상 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겪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울분을 토하며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 피해가 피해자 잘못이 아닌 만큼 이들의 정신적 피해 등을 포함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