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석포에는 아직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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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석포에는 아직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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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일대 모습. 1공장 뒤편 야산이 헐벗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곳곳에 푸른잎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일대 모습. 1공장 뒤편 야산이 헐벗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곳곳에 푸른잎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치유가 필요한 백두대간”

지난 11월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를 취재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봉화를 찾았다. 영풍은 이곳에서 해외에서 아연 원석을 가져다 화학 처리를 통해 아연을 가공 추출하고 있다. 하지만 제련소는 지난 2월 26일부터 58일간 조업이 중지되어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 무단 방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 등 물환경보전법 위반 적발돼 소송 끝에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최종 부과받았다.

58일간의 조업정지가 제련소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업정지 마지막 날인 24일 영풍 석포제련소를 찾았다.

지난 11월 방문 당시 공장 내 여러 곳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이날은 가장 높은 굴뚝 한곳에서만 약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일대 모습. 1공장 뒤편 야산이 헐벗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곳곳에 푸른잎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일대 모습. 1공장 뒤편 야산이 헐벗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곳곳에 푸른잎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제련소에서 뿜어내는 연기 속에는 대기 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황산, 카드뮴 등 환경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황산가스는 인근 식생을 파괴하고 땅속에 스며드는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24일 오전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24일 오전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이날 임덕자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동행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뒤편 야산에 올라 주변 생태계 오염 상태를 살펴보았다.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뒷 야산에 황폐화된 토양 모습. 봉화=임세준 기자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뒷 야산에 황폐화된 토양 모습. 봉화=임세준 기자


능선을 따라 제련소 뒤편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푸른 자연은 점차 옅어지고 잿빛으로 변해버린 고사목들로 가득했다.

임 위원장은 고사목을 바라보며 “일반적으로 나무는 죽으면 주변 미생물들의 자양분이 됩니다. 하지만 오염되어 죽은 고사목은 미생물조차도 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뒷 야산에 한 나무가 고사되어 표피가 벗겨져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뒷 야산에 한 나무가 고사되어 표피가 벗겨져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58일간의 조업 중단 효과일까. 제련소 후면 비탈 나무 곳곳에 푸른 잎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나마 조업 중단 기간에 주변 생태계가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지속될까요? 내일부터 다시 조업에 들어가면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인해 얼마 못 가서 푸른 새싹은 다 고사 될 거예요” 임 위원장은 피어나는 꽃과 새싹을 살펴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제련소 1공장 옆산 나무 곳곳에 푸른잎이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제련소 1공장 옆산 나무 곳곳에 푸른잎이 피어나고 있다. 봉화=임세준 기자


임 위원장의 말처럼 이날은 조업 중단 마지막 날이고, 조업정지 처분이 끝나면 제련소는 다시 흰 연기를 내뿜으며 아연을 생산할 예정이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는 제련소의 지속적인 환경오염으로 인해 영구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광화문에 모여 영구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3월 26일 국회에서도 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임미애 의원과 함께 제련소 폐쇄 및 이전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영구폐쇄’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석포제련소 영구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영구폐쇄’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석포제련소 영구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이전과 정의로운 전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이전과 정의로운 전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58일간의 조업 중단으로 인해 제련소 주변의 자연은 조금씩 회복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조업정지 처분은 이날로 끝나고, 다시 제련소는 가동된다.

환경부는 58일의 조업정지 처분에 이어 환경오염시설 법 위반을 근거로 10일간 추가 조업정지를 명령했으나, 환경단체에 따르면 제련소 측이 추가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소송에 돌입해 행정 처분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제련소는 지난 2019년 폐수방류가 적발돼 58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봉화=임세준 기자지난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제련소는 지난 2019년 폐수방류가 적발돼 58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봉화=임세준 기자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지하수 오염물질 검출 현황’에 따르면 51개 기초지자체에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2018~2023년 사이 지하수오염지역 조사에서는 지하수가 음용은 물론 생활용수,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난 지역이 다수 확인됐다.

특히 경북 봉화의 지하수에선 15회의 수질검사에서 8차례나 부적합 사례가 확인됐다. 봉화는 비소 중독으로 노동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는 지역이다. 석포제련소 인근 지역 지하수의 비소 오염 실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대간 청정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근원적인 해결을 모색하지 않고 땜질 처방식으로 영업을 이어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 되었다.

지난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앞 둑방에 꽃이 피어 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조업중단 처분을 받았으나, 25일부터 다시 재가동 된다. 봉화=임세준 기자지난 24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앞 둑방에 꽃이 피어 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조업중단 처분을 받았으나, 25일부터 다시 재가동 된다. 봉화=임세준 기자


근래 들어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정부와 사회가 기업에 대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성공 방식은 미래에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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