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석면특집] ② 학교 80% 석면 사용…축구장 375개 면적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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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석면특집] <석면법 5년> ② 학교 80% 석면 사용…축구장 375개 면적 오염

최예용 0 5294

<석면법 5년> ② 학교 80% 석면 사용…축구장 375개 면적 오염

 

연합뉴스 2015 8 18

 

지난 2011년 석면 검출된 학교 운동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개발·재건축 석면조사 생략 탓에 시민 건강 위협 심각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효석 기자 = "너무 불안해서 못 살겠네요. 아파트에서 창문도 제대로 못 열고 지내요." "처음에는 석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알았습니다. 얼마나 무서운 건지…"

 

60여 세대가 모여 사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요즘 불편한 나날을 보낸다. '석면 공포' 때문이다. 맞은 편의 대형 아파트 단지가 얼마 전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파트 단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산(飛散) 먼지가 날아들었다. 매일 얼마나 많은 양의 석면 가루가 유입되는지, 문은 열고 지내도 괜찮은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가림막과 방진 덮개를 씌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석면 미세 먼지의 공포는 공사가 끝나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석면 피해가 지금 내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서울에서만 올해 861건의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공해물질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건물의 석면 노출이 심각하다. 전국 초·중·고교의 약 80%가 석면 자재를 사용한 탓이다. 축구장 약 375개 넓이의 석면이 전국 학교에 퍼져 있다. 

 

우리나라는 '석면 사용 금지 국가'다. 2009년 모든 석면 제품에 대해 수입과 제조, 유통,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금지 조치 이전에 사용한 석면은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어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 또는 해체할 때 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현실도 우려를 키운다.  

 

석면조사 전문기관의 조사를 생략한 채 건물 철거가 이뤄진 탓에 석면이 우리의 생활공간을 오염시킨다. 시민이 자기도 모르게 석면에 노출되는 이유다.

 

◇ 학교가 위험하다…교육환경 개선사업으로는 '역부족'

 

교육부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유치원과 학교 2만749곳을 조사했더니 70.7%(1만4천661곳)가 석면이 함유된 건축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치원은 석면 함유 자재를 사용한 곳이 전체의 52.7%로 비교적 낮았다.

 

초등학교(85%), 중학교(83%), 고등학교(83.8%)는 10곳 가운데 8곳꼴로 석면 건축 자재를 사용했다.  

 

석면 자재를 쓴 학교의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경북(81.8%)이 가장 높았다. 제주(80.6%), 경남(80.5%), 전남(79.8%)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서울은 70.4%였다.

 

석면 자재를 사용한 학교의 위해성에서는 다행히 '매우 높음'이 한 곳도 없었다.

 

위해성이 '중간'인 학교의 비율은 광주(71.7%)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밖에 경기(2.7%), 충북(1.7%), 대구(1.2%)였고, 서울은 0.6%였다.

학교 현장의 석면 노출은 심각하지만, 예산 부족 탓에 철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간 전국 17개 교육청에서 석면 철거 등 건물 보수에 쓴 비용은 1천644억여원이다.

 

석면 자재가 들어간 면적은 전국 275만3천81㎡에 이른다. 서울은 24만6천537㎡였다. 가장 넓은 곳은 부산으로 40만9천310㎡에 달했다.

 

통상 축구장 1개의 면적이 7천350㎡가량임을 고려하면, 축구장 약 375개 넓이의 석면이 전국 학교에 퍼져 있는 셈이다. 

 

각 시도는 별도의 석면 철거 예산을 마련해 집행하거나, 교육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석면을 제거한다.  

 

광주시교육청은 매년 '중점 대상'을 정해 석면을 철거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5개교에 30억3천3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는 6개교에 28억4천100만원을 들여 제거 공사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2011년 이전 195억원, 2012년 92억원, 2013년 89억원, 지난해 45억원, 올해 92억원 등 총 513억원을 투입해 161개교 6천769개 교실의 석면 천장을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부산의 교체 대상 학교는 총 582개교다. 나머지 421곳, 2만6천71개 교실의 천장을 바꾸는 데 2천360억원이 투입된다. 시교육청 측은 "재정 여건상 석면 철거만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연차별로 계획을 세워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5년간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1조원대이지만 석면 철거 예산은 고작 72억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5년간 석면 철거 예산이 아예 '0'원이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석면 제거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어서 교육청 단위에서 따로 추진하지는 않았다"라며 "다만, '교육환경 개선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학교천장 보수 등 시설 공사를 할 때마다 석면 제거도 같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공사장 인근 창에서 채집한 먼지
재건축 공사장 인근 창에서 채집한 먼지(서울=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인근의 학교의 창에서 채집한 먼지.
 

◇ 공포의 재개발·재건축, 서울 올해 861건 

 

전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뉴타운 포함) 589건, 재건축 272건(뉴타운 포함)이 올해 이뤄진다.

 

자치구별로 성북구 87건을 비롯해 동대문 71건, 서초·서대문 각 67건, 성동 65건, 은평 61건, 영등포 60건, 동작 55건, 마포 48건, 강남 42건, 용산 40건 등이다.

 

석면안전관리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 완료일까지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은 작업장 명칭 및 주소지, 작업 내용, 기간 등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 서초구청 등 몇몇 지자체·자치구를 제외하면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대부분 자치구에서 석면 정보와 관련한 홈페이지 관리가 부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석면 폐기물 처리시스템 '올바로'에서 석면 정보를 관리한다. 서울 서초구청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재건축 아파트 석면해체작업에 대한 상세자료 클릭!'이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지자체나 자치구별로 석면 관리의 소관 부서가 달라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임흥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팀장은 "석면 정보를 재개발·재건축 담당 과에서 맡는 곳이 있지만, 어떤 지자체는 환경 관련 과에서 관리한다"며 "업무 문의를 위해 연락해 보면 심지어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지자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석면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하도록 전국 지자체에 지도할 방침이다. 

 

석면 비산 정도 측정대상 사업장은 비산 농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관련 법률이 만들어진 지 5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상은 주택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장, 석면 건축 자재가 사용된 면적의 합이 5천㎡ 이상인 건축물 또는 설비를 해체·제거하는 사업, 재정비 촉진 사업장 등이다.

 

◇ 석면 조사 '생략'…작년 과태료 부과 357건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산업안전관리법상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 또는 해체할 때에는 해당 건축물이나 설비에 석면이 함유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건물의 연면적 합계가 50㎡ 이상이면 정부가 지정한 200여개의 '석면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하게 돼 있다.

 

주택은 연면적 합계가 200㎡ 이상이면 전문기관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철거 현장에서는 석면 조사를 건너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건축 비용을 아끼려고 시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건축물·설비의 철거 또는 해체 작업을 했다가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357건이다. 

조사에서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판명되면 관할 노동청에 근로자 보호를 위해 안전하게 작업하겠다는 '작업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건물주나 석면 해체·제거업자는 이런 과정을 빼먹고 그냥 작업을 했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생활환경에서 자기도 모르게 석면에 노출되는 사례도 이 밖에도 숱하게 많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년 9월25일 서울 잠실야구장, 부산 사직구장 등 전국 5개의 주요 프로야구장 경기장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센터가 내놓은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해당 야구장의 석면 함유 토양을 공급한 회사는 과거 석면 광산이었으나 이후 사문석 광산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큰 파문이 일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은 즉시 석면 함유 흙을 걷어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결국, KBO는 잔여 경기를 끝내고서 흙을 모두 치웠다.

 

센터는 또 전국의 오래된 군 막사와 병영생활관(내무반), 철도 역사 등에도 석면이 사용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제철소 용광로나 야적장 등도 석면의 한 종류인 백석면 농도가 짙게 나타나는 곳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배철호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은 "시·도가 석면안전관리법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지 지도·점검할 것"이라며 "위반이 드러나면 작업중지,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통해 석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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