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석면특집] ④ "재건축 현장 불안하다"…환경단체가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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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석면특집] <석면법 5년> ④ "재건축 현장 불안하다"…환경단체가 감시

최예용 0 4997

<석면법 5년> ④ "재건축 현장 불안하다"…환경단체가 감시

 

연합뉴스 2015 8 18

 

철거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석면 안내판
철거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석면 안내판(서울=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철거공사 현장에 설치된 석면해체·제거공사 안내판.
 
소형 어린이집은 석면 무방비…노원구 학원가 석면 자재 4천908건 훼손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효석 기자 = "학교는 방학이라도 있지만, 어린이집은 방학도 없이 매일 나오는데 너무 불안하네요." "노인정까지 석면 가루가 날아온다고 하던데…그럼 이젠 어디로 가야 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는 16일 재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의 한쪽 경계선에는 A 어린이집이, 다른 쪽 경계에는 B 중학교가 있다. 

 

중학교는 방학 중이었다. 아파트 측에서는 건물 3층 높이의 가림막(펜스)을 설치하고 곳곳에 대기 포집기를 설치했다. 

 

어린이집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기에도 높은 가림막이 세워져 있고 2층 건물의 층마다 대기 포집기를 배치했다.   

 

재건축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소규모 C 아파트 단지의 노인정 2층에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석면 비산 모니터링' 작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 역시 대기포집기로 공기 중 함유된 석면의 양을 측정 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A 어린이집을 방문해 석면 비산(飛散) 여부를 점검했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원아 60여명을 비롯해 원장, 보육교사, 조리사, 통학차량 운전기사 등 80∼90여명이 생활한다. 

 

학부모 심모(34·여) 씨는 "재건축 건설사 측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씨는 "공사를 하기 전에 적어도 어린이집에 한 번은 찾아와 공사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재건축을 맡은 건설사 측은 지난달 18일 석면 해체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근 중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6월 말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7월 초에 공사장 인근의 6개 어린이집 원장을 대상으로 '약식' 설명회를 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꺼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집 장모 원장은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며 "석면 철거 공사가 한창이던 이달 말에는 원생 가운데 절반가량이 며칠씩 결석했다."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현재 A 어린이집 일대에 대기 포집기를 설치해 석면 분포 현황을 조사한다. 재건축 건설사에서 석면 조사 보고서를 넘겨받아 분석작업도 병행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은 "보고서를 보니 석면 철거 대상인 아파트 4개 동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이 70t에 달했다"며 "통상적인 아파트 공사보다 상당히 많은 수준이어서 이 가운데 석면이 얼마나 포함됐을지 자세히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공사장의 석면 해체 및 제거 과정을 불신하는 주민들을 대신에 환경단체가 감시에 나선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문가, 운동가, 피해자가 함께 아시아지역 공해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0년 발족한 단체다.  

 

공단, 폐광 등 환경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다양한 조사를 벌이고 오염자를 감시한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시멘트 피해 지역을 돌며 사안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건축 공사장 인근 창에서 채집한 먼지
재건축 공사장 인근 창에서 채집한 먼지(서울=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인근의 학교의 창에서 채집한 먼지.
 

앞으로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석면 공해를 수출한 사례를 조사하는 등 활동 무대를 국제사회로 확대할 방침이다.

 

통상 재건축 공사장 입구에는 '석면 해체·제거공사 안내판'이 세워진다.

 

여기에는 작업명, 공사기간, 시공업체, 석면 조사·해체·감리 업체, 구청의 정비사업 담당부서 및 환경 담당부서, 담당 노동청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담당 구청이 발급한 날림 먼지 발생사업 신고증명서도 붙는다.

 

이러한 정보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없애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사장 앞을 지나다니면서 안내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되레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형은 "석면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떠올리게 된다."며 "그저 공사가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고 토로했다.

 

임흥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팀장은 "공사명이나 담당 업체 등의 형식적인 정보는 지역 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보라고 하기 어렵다"며 "건설사 측은 공사 진행 상황이나 석면 관련 정보 등을 더 상세히 주민에게 안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소규모 어린이집이나 영세 학원들이 몰려 있는 곳은 석면 감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최근 조사한 노원구 학원가에서 그런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 석면이 함유된 건설 자재가 훼손된 곳이 4천908건으로 파악됐다.

 

중·소 규모 학원은 현행법상 석면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석면조사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석면안전관리법상 연면적 1천㎡ 이상인 학원은 석면조사를 하고 6개월마다 석면 건축물의 손상 상태 및 석면의 흩날림 가능성을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연면적 430㎡ 미만인 소규모 어린이집과 연면적 1천㎡ 미만인 학원은 석면조사 대상이 아니다. 환경부는 소규모 어린이집과 학원에 석면조사 및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한다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다.

 

석면 노출이 심한 학교는 대부분 재건축 단지와 가까운 곳이다.

 

서울시와 관할 구청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를 포함해 인근 총 3개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 3곳 공사 현장에서 500m 이내에 학교가 10개나 된다.  

 

시공업체들은 석면 해체·철거 공사를 방학 이후로 늦추고 구청이 매일 석면 농도를 조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한다지만 시민 불안은 여전하다. 당국의 관리감독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면 유출 우려로 상당수 주민은 공포감까지 느끼는 실정이다. 

 

이 지역(자치구) 일대에는 무려 54개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진행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어린이집 학부모 심씨는 "요즘 석면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 석면이 눈에 보이게 쌓이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모든 엄마가 불안에 떨고 있다. 관할 구청이나 건설사 측에서 더 상세하게 관련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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