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석면특집] ⑤ 건축물 18% '석면 지붕'…"철거에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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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석면특집] <석면법 5년> ⑤ 건축물 18% '석면 지붕'…"철거에 80년"

최예용 0 5035

<석면법 5년> ⑤ 건축물 18% '석면 지붕'…"철거에 80년"

 

연합뉴스 2015 8 18

 

철거중인 발암물질 석면 슬레이트 지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부처·지자체는 엇박자…'제1회 석면 피해자 대회' 18일 개최

(전국종합=연합뉴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에 보장된 '환경권'이다. 그러나 석면 피해자들에게는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석면 사용은 2009년부터 금지됐지만, 석면 피해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10∼40년이라는 잠복기를 지나면서 과거 석면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이 석면 피해자로 속속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일본은 2005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했지만, 석면 피해자는 증가 추세에 있다. 대표적인 석면질환인 중피종암 사망자가 한해 1천명을 넘는다.

 

일본보다 훨씬 이른 1990년에 석면 사용을 금지한 유럽 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석면 피해는 매년 증가한다. 1980년대에 석면 사용을 금지한 북유럽 일부 국가만 피해 발생이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석면 건물·폐광산 등을 관리함으로써 피해를 예방하고, 발생한 석면 피해에는 일정한 금액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구제·지원을 한다.

 

전국 건축물 지붕의 18%를 차지하는 석면 슬레이트를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그러나 성과가 미미해 완전 철거까지 80년가량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대상과 범위를 더 넓히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체계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8일 서울 도심에서 '제1회 전국 석면 피해자 대회'를 연다.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는 행사다.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토론회도 병행한다. 석면 관리·피해구제 제도의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 석면 지붕 '느림보 철거'…"완전 철거에 80년 걸릴 듯"

 

석면 공장이나 광산 근로자처럼 직접 석면에 노출되면 석면 질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970년대에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사용한 탓에 전 국민에게 석면이 노출된 셈이라고 환경보건센터는 주장한다. 

 

문제의 출발점은 1970년을 전후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지붕 개량 사업'이다. 당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전국을 뒤덮다시피 했다.

 

도시에는 석면 지붕이 많이 사라졌다. 농어촌과 오래된 도시는 이 지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18%를 넘는 약 123만동이 석면 슬레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추정한다. 미등록 무허가 건물과 창고, 축사 등을 포함하면 160만∼161만여동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지자체는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교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환경부는 2011년부터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 본격 착수한 이후 2021년까지 19만동의 지붕을 제거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의 11∼12%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이런 속도라면 지붕 제거에 80년 이상 걸린다."고 추산했다.

 

지방 정부도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지붕 개량의 속도를 우려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철거 실적은 200∼300채 안팎에 그치고, 나머지를 모두 철거하려면 30년 이상 걸린다."며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현재의 철거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사업 진행이 더딘 것은 철거 후 새 지붕을 설치하는 비용을 수혜 대상자에게 부담시키기 때문이다. 

 

지자체 실정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강원도는 재정 여건 내에서 취약계층에게 슬레이트 주택 지붕개량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과 대전은 1동당 최대 336만원을, 충청북도는 가구당 335만원을 각각 제공한다.  

 

경북은 지난해까지 1동당 288만원을 지원했지만 올들어 지원비를 최대 336만원까지 확대했다. 제주는 가구당 최대 288만원을 준다.

 

슬레이트를 철거하고 나서 다른 지붕으로 교체하는 것은 주민 부담이다.

 

강원도는 올해 국토교통부의 '자가가구 주거급여 사업'과 연계해 취약계층 슬레이트 주택 철거 대상을 선정해 새 지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 지자체 자구 노력…조례 제정·토양조사·건강검사

 

철거중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원시의회는 유재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면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지난달 31일 시행됐다. 

 

조례는 관련 상위법에 석면 자재 철거를 요구할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보완, 사실상의 강제 규정도 도입했다. 석면 해체·제거시 시가 건물주에게 일정 예산을 지원해 철거를 유도하는 형태다.  

 

수원시는 건축물 석면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석면 비산 방지 절차에 시민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진행되는 반경 1㎞ 이내의 주민 가운데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공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려준다.

 

수원시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편성해 석면 자재 철거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역시 올해 2월 23일 석면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환경부와 충남도는 도내 폐석면 광산에 대한 토양 정밀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후속 조치를 해오고 있다.

 

도내 폐석면 광산은 보령 등 6개 시·군에 25개소가 있다. 전국 38개소 가운데 66%가 이 지역에 있다. 7개소에 대한 토양 조사가 끝났으며 2016∼2017년 8개소를 조사한다.  

 

충남도는 2009년부터는 폐광산 주변 2㎞ 이내의 주민과 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조사도 한다.     

 

◇ 석면 관리 '부처 간 협업' 강화해야  

 

현재 정부는 크게 두 가지 틀을 토대로 석면 정책을 펴고 있다.

 

석면 관리 및 피해 예방은 주로 석면안전관리법을 통해, 피해 구제는 주로 석면피해구제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산재보험 제도로 이뤄진다.

 

안전관리법에는 광물질에 대한 석면 함유 여부 및 인체 위해성 조사, '석면 함유 가능물질'의 지정·고시, 이 물질을 수입하거나 생산할 때 사전 승인 기준, 이 물질을 가공·변형하는 경우 지자체에 신고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피해구제법은 석면 노출로 인해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에게 구제급여를 지원하는 구제 제도를 규정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소관 부처가 충돌하거나 손발이 맞지 않을 때가 잦다고 환경보건단체들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석면 관리는 환경부, 학교 관리는 교육부의 소관 영역이다. 문제는 학교 내 석면 실태를 점검할 때 생긴다. 학교는 교육부 담당이어서 환경부가 시설물을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없고 유지·관리 상태 파악도 쉽지 않다.

 

석면 건물을 철거할 때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각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 건축물을 철거할 때 석면조사를 하지 않으면 고용부가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자체의 석면 검사가 형식적일 때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공 건축물 석면조사를 할 때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부실 조사를 하기도 한다.

 

환경부와 환경공단, 지자체가 지난해 6월 19∼27일 전국 18개 지방 공공건축물의 석면조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건축 자재의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곳이 2곳, 석면안전관리 교육을 받지 않은 곳이 4곳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누구나 피해자 된다'…석면 피해자 대회 첫 개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달 18일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에서 석면 피해자와 유족 등이 참여하는 '제1회 전국 석면 피해자 대회'를 연다.

 

석면 피해자들의 증언과 자료 전시 등을 통해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는 행사다.

 

센터 측은 이날 오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과 함께 석면 관리·피해구제 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연다.

 

'직업성' 질환자는 산재로, '환경성' 질환자는 피해구제 제도로 각각 지원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게 된다.

 

우리나라 실정상 환경성 질환자 대부분이 석면 업무에 종사했던 근로자인 점을 토대로 직업성 질환자도 피해구제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임흥규 석면추방네트워크 팀장은 "석면에 노출되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피해 예방과 해결을 위해 더욱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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