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숨이안쉬어져](7) 병원노출 피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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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숨이안쉬어져](7) 병원노출 피해사례

최예용 0 3451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미 호흡기 등의 질병에 걸린 환자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어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소위 기저질환자의 영향에 관한 입증 때문이다.


지난 5월 여의도의 KBS 방송 녹화실.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당시 한창 사회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뤘는데, 피해자와 대학교수, 그리고 필자 등 세 사람이 출연해서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나온 피해자는 경기 김포에 사는 윤미애씨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는 두 아이와 함께였다.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가 진행 중인 그녀는 호흡기능이 떨어져 폐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미 첫째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뒤였고, 자신도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남은 아이들도 불안했다. 뒤늦게 피해신고를 했기 때문에 관련성 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도 돌봐야 하는 처지라 외부활동이 어려운 그녀를 방송국에서 차를 보내 아이들과 함께 방송국으로 올 수 있도록 했다. 어린아이들은 방송국 녹화장 내의 여러 방송장비 사이를 돌아다니며 신기해 했지만 아이들을 챙기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엄마는 힘겨워 보였다. 그녀와 가족의 피해 사연에 방송 진행사회자와 다른 출연진은 물론 모든 진행 스태프들의 안타까움으로 녹화장이 가득했다.

가습기 살균제 의심되는 부 사망원인

윤미애씨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라는 이름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병원이었다. 2004년에 결혼한 그녀는 2005년 11월에 첫째를 병원에서 낳았다. 그런데 아이가 건강하지 않았다. 생후 10일 만에 아이와 엄마의 병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입원한 환자들이 대개 그렇게 하듯 개인용 가습기를 병원으로 가져와 사용했고, 당시 유행하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다 넣었다. 아이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고, 병원에서 14개월을 살다가 2007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아이의 사망진단서에는 주사망원인이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이고, 부사망원인으로 폐렴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그리고 폐열증으로 기록되어 있다. 부사망원인은 모두 폐질환으로서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들이다. 그러니까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전에 기저질환이 있는 영아가 병원에서 노출된 가습기 살균제로 새로운 폐질환이 생겨 기저질환 및 폐질환의 영향으로 사망한 사례인 것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아래쪽)과 피해자 가족이 KBS가 5월 17일 밤 방송한 시사프로그램 <취재파일 K>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KBS웹사이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아래쪽)과 피해자 가족이 KBS가 5월 17일 밤 방송한 시사프로그램 <취재파일 K>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KBS웹사이트


병원에서 사용하던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는 퇴원 후 계속 집에서도 사용했다. 2007년과 2010년에 둘째와 셋째를 낳았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져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7년여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그녀는 2011년 1월에 마지막으로 구입한 옥시싹싹 구매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기간 중에 윤미애씨는 조금씩 살이 빠지고 기침을 했다. 2014년 쯤에는 10㎏이 넘게 빠진 상태가 됐다. 동네병원에서 진료하고 약을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떠나 보냈던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2015년 9월에 폐섬유화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자신과 떠나보낸 아이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이 있는지 까맣게 몰랐다. 뉴스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흘러간 결혼 후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아이 투병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폐섬유화 진단을 한 호흡기내과의 젊은 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3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의 폐가 이렇게 섬유화되는 게 이상하다는 거였다. 대개는 나이든 노인들에게, 그리고 흡연을 오랫동안 한 경우에 폐섬유화가 생긴다는 거였다. 그때 옆에 있던 남편이 집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그게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씨와 남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아보니 그해 12월 말까지만 피해신고를 받는다고 했다. 부랴부랴 환경산업기술원이라는 정부기관에 죽은 아이와 본인, 그리고 남은 두 아이 그렇게 모두 한 가족 네 명이 접수했다.

지난 8월 중순 환경부의 3차 판정 결과가 나왔다. 2015년에 접수된 3차 피해접수자 752명 중 22%인 165명에 대해서만 판정한 결과였다. 사망자가 포함된 사례를 우선적으로 판정한 거라고 했다. 결과는 이랬다. 사망한 첫째아이와 셋째는 ‘가능성 거의 없음’의 4단계, 윤씨 본인과 둘째아이는 ‘가능성 낮음’의 3단계였다. 네 명 중 단 한 명도 정부 지원대상인 1~2단계가 없었다. 윤씨와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몰라도 윤씨의 경우 폐섬유화에 산소호흡기까지 착용하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씨의 첫째는 비록 다른 질환이 있었지만 병원에서만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었다가 사망한 경우다. 윤씨 본인은 처음 노출은 1년 넘게 병원에서였고, 그 다음은 약 4년 동안 집에서, 즉 안방에서다. 둘째와 셋째아이는 집에서만 노출되었다. 윤씨의 경우 노출기간은 집에서 더 오랫동안 노출되었지만 초기 집중적인 노출은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주치의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 결과

윤씨는 정부의 판정 결과를 들고 세브란스병원의 호흡기내과 주치의에게 보여주었다. 주치의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며 새롭게 진단서를 발급해주었다. 올해 10월에 발급된 진단서의 [병명]란에 (주)폐섬유화증, (부)상세불명의 기흉, (부)화농성 만성 기관지염이라고 적혔다. 의사는 [치료 내용 및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란에 다음과 같이 썼다. “2006년 첫아이가 아파 1년 동안 입원해 있는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계속 썼다”, “폐이식 전 검사를 3월에 받았다”, “가슴CT 병변이 미만성 중심성이며 1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고, 양상은 전형적인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의 만성적 유형과 일치하고, 출산 후 살균제 사용 병력이 확실히 있어(5년 영수증) 이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폐이식을 해야 생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다시 판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라남도에 사는 60대 여성이 폐암에 걸렸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가족은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남편은 가습기 살균제를 집에서는 사용해본 적이 없었고 아픈 부인에게 좋을 거라고 해서 자녀들이 병문안을 올 때마다 사왔다. 수술을 받았고 예후가 좋은 상태였는데, 환자의 상태가 갑자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사망했다. 병원에서도 갑작스러운 일이라고만 했다. 1~2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방송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산모 사망의 원인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남편과 자녀들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부인과 엄마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일지 모른다고 여겼고 피해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앞서 윤씨의 첫째와 같이 ‘관련성 거의 없음’의 4단계 판정이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는 모든 피해사례, 그러니까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전에 질병이 있는 경우의 판정은 예외없이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이 낮거나 없는 것으로 나왔다. 현재의 판정기준은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가습기 살균제의 노출이 기저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심지어 조기사망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되던 8월 12일. 특위 위원인 이훈 의원이 보도자료를 냈다. 종합병원 8곳에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1223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훈 의원은 국정조사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에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실태에 대해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요구했고, 지자체들이 조사한 내용을 취합한 결과였다.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 조사는 병원 측이 내놓는 자발적인 자료제출 방식이어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훈 의원은 입원자 침대수가 100개가 넘는 대형병원만을 대상으로 전국 337개 종합병원에 대해 사용 여부를 확인했는데, 그 중 2.4%인 8개 병원만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료를 제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수집한 각종 가습기 살균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수집한 각종 가습기 살균제.

 

의원실의 보도자료는 8개의 병원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고 서울 강서구의 M병원 하는 식으로 익명으로 처리했다. 살균제 종류로는 애경가습기메이트가 822개로 가장 많았고, 옥시싹싹과 홈플러스 피비상품이 합해서 401개였다. 병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병동과 외래, 물리치료실, 의무기록실, 특수검사실 등에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8개의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 <국민일보>가 단독보도로 밝힌 병원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갯수는 다음과 같았다. 서울 강서 미즈메디병원(388개), 서울 강서 우리들병원(38개), 부산 동래 광혜병원(396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290개), 경기 안양 샘병원(5개), 경기 안양 한림대 성심병원(40개), 강원 춘천 한림대 성심병원(37개), 그리고 강원 강릉 아산병원(29개).

기저질환의 악화 요인 관련성 제기

8개 병원을 실명으로 공개한 <국민일보>보도 시점이 금요일이었다. 주말을 거치면서 다른 기사에 묻혀버릴 상황이었고, 언론사들의 속성상 다른 언론기사를 인용하지 않는 경향 때문에 확산되지 못했다. 해서 12일인 월요일에 <국민일보>의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8개 병원의 실명과 함께 해당 병원이 연도별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구입갯수를 표와 그림으로 만들어 보도자료를 새롭게 냈다. 가장 많이 구입한 광혜병원이 있는 부산지역의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부산지역 주민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로 관련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정모씨는 아들 안모군이 아파서 입원한 병원이 광혜병원이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일단 입원시기가 병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시기와 맞는지 확인하고 병원 측에 입원기록과 가습기 살균제 구매확인서를 요구해 정부의 피해신고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조사를 요구하는 신고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환자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이므로 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컸고,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암과 같은 만성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일단 신고해서 조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는 아이가 광혜병원에 입원했었는데 호흡기질환으로 고생했었다고 문의해왔고, 서울 강서구에 사는 시민은 미즈메디병원에서 출산했는데 역시 호흡기질환이 있었다고 했다. 2009년 생인 조모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세 살 때인 2011년 4월과 9월에 각각 광혜병원에 입원했는데, 폐렴과 기관지염을 진단받았고 지금도 비염이 있고 매년 감기과 폐렴으로 입원한다고 했다. 집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2011년 말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및 상담을 했는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상당수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병원 측이 가습기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며 병원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환자가 입원하면서 개인적으로 갖고 온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경우다. 둘째는 병원 측에서 환자를 위해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경우다. 전자는 피해신고와 환경조사를 하면서 밝혀지지만, 후자인 병원 측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혀 밝혀진 바가 없었다.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호흡기 등의 질병에 걸린 환자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기존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기저질환자의 영향에 관한 입증 때문이다. 둘째, 가습기 살균제와 무관한 골절, 암 등의 질병에 걸린 환자가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호흡기 질환 등이 발병되는 경우에 대한 관련성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여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다수의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판정은 피해자가 제출한 병원자료만을 토대로 관련성을 판정해왔다. 따라서 기저질환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경우 병원 기록에 기저질환에 대한 기록만이 분명하게 남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관련성 낮음이나 거의없음에 해당하는 3~4단계의 판정이 내려져 해당 피해자와 가족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 꾸준이 제기되어 왔다. 병원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노출의 정도가 확인된다면, 기저질환의 악화요인으로서의 가습기 살균제 노출에 대해 관련성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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