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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 조회 수 :448 | 댓글 :0 | 17-05-16 19:12

[기고] 가습기 살균제와 PL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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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습기 살균제와 PL법 개정

 

매일경제 2017 5 16 

 

세월호에 가려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다수가 사회 소외계층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아픔을 해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인지 탄핵정국의 어수선함을 틈타 지난 3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제3조 제2항을 신설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점, 제3조 제3항에서 이른바 공급업자의 책임 요건을 완화한 점, 결함의 추정에 관한 제3조의 2를 신설한 점 등이다. 

그런데 필자가 듣기로는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었음에도 그와 별도로 법안이 직권 상정되었는데, 정치적(또는 정략적) 판단에 기한 졸속 개정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중 실질적인 변화라고 보기 어려운 제3조 제3항을 제외한 나머지를 살펴보자.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전문가의 인식 사이에 커다란 틈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 영미법계의 산물인데, 손해를 넘는 배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 책임법의 체계에 반한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가해자에게 이중처벌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라는 헌법가치를 우회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도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없고 매우 재량적이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있고,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것은 불법행위사건의 3~4%에 불과하며, 배상액은 평균 5000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과연 우리 법원이 과감하게 3배에 이르는 배상을 인정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결국 이는 법원의 의지에 달려 있는데,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형벌적 내지 행정법적 대응의 기능부전을 해결하고 아울러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신축적 운용을 통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다른 한편 이미 입법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본다면, 무과실책임에 더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 제조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할 요소를 제3조 제2항이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더하여 당해 기업의 연매출액 대비 일정비율로 상한을 정함으로써 건전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제3조의 2는 피해자의 증명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조항으로, 제조물책임에 관한 판례법리를 명문화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판례의 `사실상의 추정` 법리를 `법률상의 추정`으로 고양함으로써 법관의 사실 인정을 제약하는 것이 필요하고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리고 판례법리의 `배타적 지배영역`을 `실질적인 지배영역`으로 바꿈으로써 제조업자가 아닌 제3자의 개입이 있더라도 결함이 추정되도록 하는데, 단서에서의 `생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과의 관계가 모호하여 다툼이 생길 여지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증명책임의 완화는 판례의 발전에 맡겨두고, 정보제출명령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가습기 피해자 등의 구제를 외면함은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제방법의 개선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결론은 신중하게 내리되 그 실행은 신속해야 한다. 아울러 대증적(對症的) 임시조치로 법체계가 누더기 상태로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원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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