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빨며 노는 어린이, 성인되면 불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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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빨며 노는 어린이, 성인되면 불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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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인하대학 의과대학 교수
 
바야흐로 저출산 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갈수록 적어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집단의 2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도가 당초 2026년에서 2025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불임 부부의 40% 남성 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3만 9333명이던 국내 남성 불임 환자 수는 2015년 5만 2902명으로 4년 만에 1.5배가량 증가했다.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되던 불임의 원인이 남성으로 확대된 것이다. 남성 불임 환자 수는 생활습관 변화,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남성 불임 환자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여성 불임 환자의 5배에 이른다. 이제는 남성도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대처할 필요가 있다.
 
피임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1년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불임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약 15%가량의 부부가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그 중 약 30~40%가 남성 원인의 불임이다.  
 
 
갈수록 운동과 음식 등의 생활습관이 변하고,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환경호르몬으로 대표되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이 증가함에 따라 불임 환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남성 불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사람의 생식능력은 인체의 건강상태 및  질환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불임 원인은 다양하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성호르몬 분비 장애와 선천적 이상으로 불임이 유발될 수 있는데, 정류고환·정계정맥류처럼 수술로 교정이 가능한 질병도 있다.
 
흔히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돼 인체에 축적되면 성 기능을 억제하거나 정자 형성을 억제해 정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고환 외적인 문제로 발기부전이나 사정 장애 또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세균감염이나 약물복용, 과도한 음주 및 흡연도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1년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안 된 부부가 임신과 관련된 검사를 원하는 경우 꼭 1년이라는 기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특히 결혼 연령이 점차 늦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결혼 전이라 하더라도 불임과 관련된 기초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남성 불임의 진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청취와 신체검사 및 정액검사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러한 1차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불임은 다른 질환과 달리 개인의 상태를 평가하기보다는 부부를 하나의 단위로 살펴보아야 한다. 피임 기간을 제외한 불임 기간, 현재 혹은 과거 파트너와의 임신력, 불임 치료 유무, 발기 및 사정 능력, 성교 빈도와 습관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중요하다. 또한 유전 질환 유무, 직업, 스트레스 정도, 복용 약물, 수술받은 병력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신체검사는 골격·근육의 발달상태와 체모·음모의 발육상태, 음경, 음낭 및 고환, 부고환, 정관의 상태를 확인하고 2차 성징을 살펴본다. 정액검사, 호르몬검사, 염색체검사, 경직장 및 음낭 초음파검사, 그리고 정관조영술을 시행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정액검사는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검사로서 정액의 양, 색깔, 산성도 및 정자의 농도, 정자의 운동성, 정자의 형태 등을 알 수 있어 남성 불임의 원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남성 불임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약물치료로 구분할 수 있지만 치료에 앞서 음주 및 흡연, 고온의 사우나 욕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 후 불임의 원인이 되는 질환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원인질환을 모르거나 외과적 교정술 등의 1차 치료 후 보조요법으로는 경험적 약물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건강한 가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섭취 및 운동, 휴식이 필요하다.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이나 불필요한 약물복용으로 인해 불임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하지 않은 약은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이나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들이 근육량을 늘리려고 복용하는 스테로이드 제제도 정자 생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알코올 섭취는 성호르몬 분비에 독성물질로 작용하므로 주의해야 하며, 흡연은 건강한 정자 생성을 방해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므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 불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식습관과 생활습관만으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불임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내원해 질환 원인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자.
 
지난해 12월에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 몸속(혈액, 소변)의 납·수은 같은 환경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제3기 국민 환경보건 기초조사(이하 제3기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3기 기초조사는 성인에 국한된 제1, 2기 조사와 달리 조사대상 범위에 3~18세 이하 연령층도 포함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233개 지역(읍·면·동)과 183개의 보육·교육기관을 대상으로  6167명의 혈액 및 소변을 채취해 26종의 환경 유해물질 농도를 분석했고, 설문조사를 거쳐 환경 유해물질의 노출 요인을 파악했다.  
 
어린이의 환경 유해물질 노출, 성인의 2~3배

 

이번 조사결과에서 유념해서 볼 것은 플라스틱 가소제 성분인 프탈레이트(DEHP),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알려진 비스페놀-A가 건강영향 권고 값(HBM-I)보다 모두 낮은 수준이지만, 영유아·초등학생 등 연령이 낮은 층에서 성인보다 2~3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 가소제 성분인 프탈레이트(DEHP)의 소변 중 농도는 성인의 경우 23.7㎍/L로 제1, 2기 결과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나 영유아 60.7㎍/L, 초등학생 48.7㎍/L, 중고생 23.4㎍/L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알려진 비스페놀-A 역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영유아 2.41㎍/L 〉 초등학생 1.70㎍/L 〉 중고생 1.39㎍/L 〉 성인 1.18㎍/L).  

 

 

어린이는 단위체중 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2~3배가량 높고,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등의 행동 특성을 갖고 있어 프탈레이트·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 유해물질의 몸속 노출 수준이 더 높은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이가 먹는 식품, 가지고 노는 장난감 등을 바꾸지 않으면 독성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된다는 의미다.
 
어린이의 성장 환경과 생활습관을 바꿔줘야 할 때다. 저출산 대책으로 불임부부에 대한 치료비 경감 등의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어릴 때의 유해물질 노출이 성인이 돼 불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사전에 파악해 예방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발생한 불임은 치료해야 하지만, 가장 좋은 대책은 이러한 불임부부가 생기지 않게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책은 우리 사회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뿐 아니라 불임부부의 고통을 예방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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