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법은 'BMW'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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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법은 'BMW'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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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프레시안  [안종주의 안전사회] 미세먼지 딜레마, 우리가 갈 길은? <4>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미세먼지 해결은 통일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가 됐다. 우리의 소원은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다. 미세먼지가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현안이 되면서 사람들은 중국 탓, 석탄발전소 탓, 탈 원전 탓, 경유자동차 탓, 정부 탓, 대통령 탓 등 '탓 타령'을 하고 있다. "내 탓이오!"를 외치는 이는 보기 어렵다.

정말로 '탓 타령'을 해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전기는 기업과 상점, 공공기관 그리고 가정에서 사람이 일하고, 상품을 소비하고, 생활하면서 사용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도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는 누가 타고 다니는가.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미세먼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진짜 주범은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각종 가전제품이나 냉난방기 등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공장에서도 전기가격이 싸 아껴서 사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도 개인 호주머니에서 직접 전기료를 내지 않는 탓에 전기 에너지 절약을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형차보다는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대형차를 선호한다. 보름 전 일본 구마모토 현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인 미나마타 시에 학술회의 차 갈 일이 있었다. 시내를 돌아보면서 음식점, 주택, 사무실 등에 주차한 자동차를 유심히 관찰했다. 10대 가운데 8대 꼴로 1000cc 미만 경차였다. 우리와는 너무나 달랐다. 

전기 많이 쓰는 대한민국, 미세먼지 왕국 오명 

우리는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살 때 대형을 선호한다. 각종 일회용 제품을 너무나 많이 사용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 사용도 전 세계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는 나라에 속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것이 미세먼지 발생과 관련돼 있다. 현대 사회는 인간으로 하여금 편리함을 좆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에 너무나 익숙해버렸다. 

식당에 가더라도 다 먹지 못할 음식을 시키거나 반찬을 추가로 달라고 한다. 술도 시켜놓고 다 먹지 않은 채 남겨두고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지 않고 비누칠을 하면서도 샤워기 물을 틀어놓은 사람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한 겨울에 아파트에서 속옷 차림으로 지낸다. 난방을 너무나 '빵빵'하게 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파트가 대세 주거인 우리 사회에서 겨울에는 실내가 매우 건조하다. 가습기가 필수다. 편리함을 좆던 우리 사회에 등장한 가습기살균제란 희대의 악마 같은 살인 상품이 많은 사람들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집뿐만이 아니다. 버스 안에서도 겨울에는 더워서 땀이 날 정도로 난방을 틀고 여름에는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냉방을 틀어댄다. 은행이나 상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객실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악간 춥게 지내고 여름에 약간 덥게 지내도 될 터인데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독일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여 있다고 그 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중국 탓, 정부 탓, 남 탓이 아닌 내 탓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생활의 일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세먼지 문제를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정부 탓으로만 돌린다. 야당은 정부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일부 언론도 근본적인 원인은 살펴보지 않은 채, 공장, 발전소, 자동차, 건설 중장비 등 탓만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BMW(버스, 지하철, 도보)를 애용하면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나 거리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자전거 타기와 걷기 등을 통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석이조 효과다.

선진국에서는 경유자동차 퇴출, 나아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더디다.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퇴출 목표시기를 선진국과 엇비슷하게 잡고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확대가 대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만드는 새로운 요인이다.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되려면 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에너지가 동시에 획기적으로 확대생산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보다 전기를 덜 쓰는 생활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전기를 지금보다 절반가량 덜 쓰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또 동시에 집에 두 대, 석 대인 냉장고를 하나 더 줄이면 어떻게 될까. 난방 온도를 2~3도 낮추면 어떻게 될까. 냉방 온도를 2~3도 더 높이면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기업이, 기관이. 상점과 음식점이 동시에 그렇게 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 전기난로나 온풍기 사용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에어컨 사용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수십 년씩 습관처럼 해오던 생활 패턴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의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런 잘못된 행태와 습관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는 깃발을 들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 어느 순간에 상당한 사람들이 하나가 되면 미세먼지 줄이기 의식 혁명, 생활 혁명은 이루어질 수 있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 캠페인 필요

우리가 의식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고,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른다. 우리는 국가 부도로 아이엠에프 구제 금융을 받은, 뼈아픈 역사를 경험했다. 그 당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처음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하나가 된 힘, 그것이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한 원동력이었다. 정치인도, 정부도, 대통령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돌 반지, 백일반지, 결혼반지를 기꺼이 내놓은 시민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미세먼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도 결코 정당이나 대통령, 정부, 전문가, 언론이 아니다. 주체는 시민이다. 시민들이 의식을 바꿀 수만 있으면 미세먼지 해결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정당과 정부를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누군가가 불쏘시개를 만들어 불을 댕겨야 한다. 방송이 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 직을 수락함에 따라 곧 발족할 것으로 보이는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가 그 역할을 맡아도 좋겠다. 정부는 옆에서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도 함께하면 더욱 힘이 솟을 것이다.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 대열에 망설임 없이, 흔들림 없이 온 국민이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나부터 바뀌자. 모두가 바뀐다. 대한민국이 바뀐다. 중국도 바뀐다. 중국과 중국인도 100년 전 우리의 삼일운동에 감명을 받았듯이 우리의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에 감명을 받을 것이다. 그들도 여기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미세먼지 줄이기 생활혁명이 대한민국에 이어 분명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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