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통령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있나 / 황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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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통령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있나 / 황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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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통령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있나 / 황필규


한겨레 2021년4월23일 


ㅣ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세월호 참사 7주기, 대통령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사참위가 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 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그만두면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두 상임위원 자리가 공석이다.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아 30여명의 신규 직원 채용 절차는 진행조차 안 되고 예산편성이 안 되어 사업비는 바닥이 났다. 조금 지나면 공무원 임금 체불이라는 정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짧은 활동 기간으로 인해 필요한 인력 채용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있나.


작년, 사참위의 활동기한 연장, 인력 보강 등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는 여당과 인력 보강 등 추가 조치에 소극적인 야당의 입장이 대립했다. 


사참위 조사 대상인 환경부는 사참위를 비판하는 일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왜곡하여 내세우며,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활동 종료를 위한 대국회 로비전을 벌였다.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의 움직임도 없었을 리 없을 것이다.


환경부의 로비는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세월호 관련 조직은 늘리고 가습기살균제 관련 조직과 내용은 축소하여 현행 조직 규모를 유지하는 것으로 했다. 


법률상 진상규명 업무 영역은 참사의 원인, 피해자 지원 대책, 그리고 안전 대책 등인데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관하여는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한정하여 수행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사참위 3개의 국 중 참사의 원인 규명 업무를 담당하는 가습기살균제참사진상규명국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고, 법 개정에 항의한 부위원장, 그 책임을 통감한 위원장은 사참위를 떠났다. 


법률의 규정상 피해자 지원·안전 대책과 관련된 조사 및 후속 조치와 청문회는 당연히 전부 가능한데, 개정 법률 규정의 “등”에 포함될 수 있는 참사 원인 부분을 시행령에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기존 조사의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하여 조사의 책임 주체인 사참위가 그 업무 영역의 범위를 정하여 규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리고 일단 업무 영역이 정해지면 그 영역과 관련하여 조사 및 후속 조치, 청문회 등 업무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데 조사 대상인 환경부가 갑자기 업무 영역과 관련된 위임 규정이 마치 업무 절차에도 미치는 것인 양 왜곡하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사참위가 아무런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시행령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이에 대해 관련 기관들, 즉 청와대 관련 단위, 국무조정실, 법제처 등이 묵인하거나 동조하거나 가세하면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무지나 친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참위의 조사 대상 또는 청문회 증인에 이들 기관 소속 전·현직 공무원, 그리고 다수의 관련 기업인이 포함되어 강도 높은 조사나 청문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환경부는 조사 말고도 청문회, 조사 결과를 갖고 진행되는 고발, 감사원 감사 요구 등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법리적인 논쟁인 양 포장되어 있지만 이러한 환경부 등의 행태는 진상규명을 부정함으로써 참사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드는 것이고,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두번 세번 죽이는 국가폭력이다. 


최근 두달 동안 사참위는 환경부 등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인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조사 강제종료라는 ‘어쩌다 국가폭력’의 공범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지연시키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의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아왔다.


작년 8월 부실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령안을 가지고 열린 환경부의 준비 안 된 공청회에서 다쳐 입원한 피해자의 항의에 대해 환경부 과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환경부에 돌려주고 싶다. “적반하장.”


사참위가 요청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빨리 개정해서 작년 12월 어렵게 연장한 조사 기간을 더 이상 허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의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서의 절규를 누군가는 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어쩌다 국가폭력’을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참사특별법 시행령, 즉 ‘대통령'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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