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습기살균제 OEM 업체 , 출시전 유해성 알았다"
2019.07.22 뉴스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의 하청업체의 전직 간부가 해당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출시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납품업체 김 모 필러물산 전 대표와 공장장 김 모 씨에 대한 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업체 측이 1994년 1월부터 12월까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흡입독성 유해 성분을 선정해 살균 테스트를 실시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에는 가습기메이트가 분무 될 경우 호흡을 통해 인체에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별도의 살균 제품이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며 “이는 이미 업체 측에서 (제품의) 흡입독성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또 다른 보고서에는 애경 측 원액과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 외국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교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거기엔 유독성 부분이 동일하게 기재돼 있고, 호흡기에 대한 자극을 초래한다는 내용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필러물산이 SK케미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았음을 증언한 관계자 진술 조서와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렀음을 진단한 피해자의 사망진단서 및 의무기록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이 낸 증거들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증거 제시를 끝으로 서증조사를 마무리했고 다음 재판부터는 관련 사건들과 함께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다른 사건들이 준비절차를 마치는 대로 이 사건과 병합해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다.
다음 재판부터는 흡입독성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본격적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로부터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원료를 납품받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애경산업에 납품한 업체다.
검찰은 올 초 환경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 CMIT·MIT 등 물질의 유해성이 일부 입증됐다는 독성실험 연구 자료를 제출받아 재수사에 착수해 지난 2월 김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