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차일인시위-이혜복 활동가
71일차: 2012.8.30(목) 오늘 1인 시위는 뽀송 뽀송한 새내기 활동가 이혜복 간사입니다. 6개월차 활동가로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를 졸업한 후 서울환경연합에서 생태환경을 맡고 있으며 선배활동가들 의 사랑속에 열심히 배워가는 중이랍니다. 오늘 MBC TV 인터뷰에도 재치있는 대답을 해주었답니다.
생애 첫 1인 시위 하고 나서 후기
1인 시위를 하러 갔는데 1인 시위를 하러 온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탈핵과 정봉주 사면과 심지어 ‘종북좌파척결’ ‘포퓰리즘남발반대’ 이런 것까지 있었다. (게다가 난 종북척결/남발반대 사이에 서 있었다) 뭐 민주주의 사회니까 별별 의견들이 다 있겠거니(그러나 의견이 있는 것과 인식이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른 지점의 문제이다). 아무튼 1인 시위를 하러 왔는데 ‘1인’이 아니었음이 재미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 더 좋았다. 비 맞는 것 좋아하는데 원 없이 맞을 수 있어서… 우산을 쓰고 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손으로 우비 차림으로 정수리에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고 있는 것은 참 행복했다. 조수자 선생님이 “땡볕에 서 있는 게 더 힘들었지”라고 하셨다, 난 행운아였다. (그리고 땡땡이 우비를 입은 내 모습은 정말정말 귀여웠다)
뭣보다 몸과 마음이 상한 피해자분들이 나오는 것보다 내가 대신 나와 드리는 것이 백오십만 배는 나은 일이니까. 나는 그냥 한시간 서 있는 것뿐인데 내 ‘서 있는 행위’가 그분들을 향한 무언의 지지이며 또한 지지의 견해를 말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일인지.
비오는 중에도 광화문광장엔 다양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일인시위자들에게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끔힐끔 많이들 쳐다보았다. 그런데 특히 내가 든 피켓에 시선이 오래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건대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말하는 견해보다는 소비자로서 말하는 정당한 권리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구매한 상품으로 비롯한 것이었고, 금전을 지불한 대가에는 당연히 [안전을 보장]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소비자는 신뢰하니까. 조금 씁쓸하긴 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규정하는구나. 하긴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보다는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설명해 준다고 하는 소비조장사회의 구성원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이겠지만. 우리를 많이 바라봐 주는 것은 좋았지만 그래도 그 시선에 내포된 바가 무엇인지, 피해자를 향한 인간적인 공감과 지지인지 아니면 일종의 이기주의인지, 알 수 없어 아주 조금 서글펐다.
MBC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너무 어물어물 말한 것 같아 영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고(실제로 스케치와 간단 인터뷰 정도만 나왔으니) 내가 그곳에 나온 목적을 제대로 알리기나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되진 않았으려나. 그나저나 MBC 기자님은 정말 착하셨다. 내게 우산을 씌워주시며 고생이 많다고 어쩔 줄 몰라 하셨고 인터뷰 끝나고 가실 때도 끝까지 우산 못 씌워줘서 미안하다셨다. 기자님 내게 명함이라도 주시지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