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20190513 정부 용역보고서 '가습기살균제 인체 전반 피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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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20190513 정부 용역보고서 '가습기살균제 인체 전반 피해 '확인

관리자 0 5060

2019.05.13 경향신문 1면 톱기사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주최로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한 피해자가 한 참가자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가습기넷은 전신질환 인정과 피해단계 구분 철폐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가습기살균제가 호흡기 외에도 피부, 간, 눈 등 인체 전반에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정부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의 건강피해와 정신적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개념을 도입, 피해자들을 폭넓게 구제·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향신문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및 판정기준 개선 연구’ 용역보고서와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습기살균제가 기존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고 있는 질환 외에도 다수의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독성보건학회 연구진이 지난해 5월 정부에 제출한 이 보고서에는 기존에 정부가 피해로 인정해온 폐섬유화, 천식, 태아 피해 외에도 소아 간질성 폐질환이 가습기살균제 흡입과 상당 정도의 의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성인 간질성 폐질환, 비염, 부비동염, 아토피 피부염, 독성간염, 결막염, 폐렴, 기관지염, 후두염, 기관지확장증 등은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확장증, 독성간염은 새로 피해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비염, 아토피 피부염, 결막염, 중이염 등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연관성이 있는 질환도 동반질환 및 합병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개념을 도입해 경증과 중증, 지속적 피해와 일시적 피해, 신체적 피해와 심리적 피해 등 피해자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연관된 다양한 질환을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질환으로 추가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여가 지난 12일 현재까지 이들 질병을 앓는 사람들 중 추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받은 이들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개별 질환으로 피해를 판정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포괄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는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안된다는 핑계로 연관성이 드러난 질환조차도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개념을 도입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가 피해자 계급 갈라놨다…기업에서 배상받을 길도 막혀” 

가습기살균제 ‘구제계정’ 대상자들의 울분 
환경과학원 보고서 나오고도 정부는 “인과 근거 부족”
전문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특별법 취지에도 반해”
  

[단독]정부 용역보고서 ‘가습기살균제, 인체 전반 피해’ 확인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성이 높은 질환을 다수 확인하고도 이 질환들을 피해인정질환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잘 안되고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및 판정기준 개선 연구’ 보고서에는 임종한 인하대 교수 등 환경독성보건학회 소속 연구자 44명이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빅데이터 분석 및 독성학적 연구를 실시해 가습기살균제와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확장증, 독성간염 등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비염, 아토피 피부염, 결막염, 중이염 등도 연관성이 드러나고 있어 동반질환 및 합병증 등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추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확장증, 독성간염에 대한 인정기준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정부는 이들 질환을 기존의 피해인정질환 범주가 아닌 특별구제계정 대상 질환으로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성인 간질성 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독성간염, 천식 등이 대상이 됐다. 또 결막염, 중이염,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질환의 경우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가 이들 질병을 기존에 폐섬유화나 천식, 태아 피해 등이 들어가 있는 피해인정질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특별구제계정을 통해 긴급하게 구제를 실시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후 과학적인 데이터가 추가되면 피해인정질환으로 추가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은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나뉘는데 구제급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1단계, 가능성이 높은 2단계 피해자들이 대상이다. 특별구제계정은 가능성 낮음과 가능성 거의 없음을 뜻하는 4단계 피해자들이 주를 이룬다. 즉, 특별구제계정은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정부로부터 거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던 3·4단계 피해자들을 지원하려는 취지의 제도다.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은 모두 가습기살균제특별법상 피해자이긴 하지만 구제급여 쪽이 정부로부터 인과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으로 인해 가해기업과의 민사소송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인과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의 구제계정에 포함된 경우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제계정에 포함된 피해자들로부터 “정부가 피해자 사이에도 계급을 갈라놨다”는 울분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질환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이 높거나 일정 정도 연관성이 인정되는 질환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제계정상의 피해지원에만 묶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우선 구제계정에 이들 질환을 포함시킨 뒤 향후 구제급여 대상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밝혔으나 보고서가 제출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구제급여 대상이 된 질환은 전무하다. 즉, 이들 질환을 겪는 이들이 기업으로부터 민사상의 배상을 받을 길을 정부가 막아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임종한 교수는 “정부는 간질성 폐질환, 폐렴, 기관지확장증, 독성간염의 질환이 가습기살균제와 상당한 의학적 개연성이 있음을 확인하고도 이들 질환을 구제급여 대상으로 올리지 않으면서 전문가들 핑계를 대고 있다”며 “피해 인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구제계정 대상으로 인정받는 피해자 수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들 질환을 겪는 피해자를 구제계정 대상에 추가시키고 있는데 이달 현재 이들 질환으로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 수는 207명에 불과하다. 질환별로는 간질성 폐질환 61명, 폐렴 73명, 기관지확장증 25명 등이 새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정부에 신고한 이는 지난 10일 현재 6399명이며 이 가운데 구제급여 대상은 약 12.7%인 810명에 불과하다. 구제계정 대상은 33.2%가량인 2127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개별 질환의 의·과학적 근거가 쌓이기만을 기다려 피해인정질환에 추가하는 방식의 소극적인 정부 자세가 피해자들의 울분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같은 개념을 도입해 포괄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된 경우 가습기살균제증후군에 포함되는 관련 질환으로 치료받은 기록이 있을 경우 보상하는 방식이다. 임 교수는 “신체 피해 외에 정신심리 피해, 가족 피해, 보상 지연과 사회적 고립에 따른 피해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한 암, 뇌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면밀한 피해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가습기살균제 노출 후 발생한 폐손상, 천식, 태아 피해, 간질성 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독성간염 등 여러 신체 부위의 피해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심리적인 피해, 가족 피해, 피해보상 지연과 사회적 고립에 따른 복합적인 피해를 총칭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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