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죽지도... 못했네요...."

가습기살균제피해
홈 > Hot Issue > 가습기살균제피해
가습기살균제피해

"결국.. 죽지도... 못했네요...."

최예용 0 6347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어쩔 수 없이 맞게됩니다.
환자도 힘이들지만 가족들의 고통도 시간이 갈 수 록 더해만 가니 누구한사람 숨 쉴 틈이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5월 가습기살균제로 폐질환사고를 당한 뒤 가족모두의 눈물과 각각의 희생을 댓가로 저는 천천히 삶을 살아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이 모두 견딜만 했던것은 아닙니다.
나의 생을 얻었지만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가족들은 계속 저의 부족한 역할을 나누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부로서의 역할은 칠순되신 시어머니께서 핏덩이 아가를 반년동안 자신의 세아이와 함께 형님께서 돌봐주셨습니다.
돌쯤 본격적으로 아가를 양육하게 된 저를 위해 남편은 150프로 자기시간 없이 살아왔습니다.
저는 저대로 떨리는 다리를 세우고 산소줄을 늘어뜨리며 아가를 위해 분유를 타고 우는 아가를 안고 세상 모든 엄마들처럼 울었습니다.
엄마가 너무 못해줘서 미얀해...
엄마가 계속 안아주지 못해서 미얀해...

그간 가족들의 어려움이 이렇게 저렇게 많았습니다.
정말 짐이 되고싶지 않았는데... 멀쩡한 팔다리 서른 다섯에
노인되시는 시부모님 보필을 받고 형님댁에 어려움을 끼치며
그저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조아리며 사는 제 마음도
사실 괴롭고 외로울때가 많았습니다.

모두 외출이라도 할 때,
전 누구 한 사람 만나러 나갈 수 조차 없이 혼자 집에 있고
가족들 아니면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은지 일년 반이 넘어갑니다.

며칠전 드디어 남편과 가족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다툼을 했습니다.
자신도 힘들다고 숨 좀 쉬자는 남편에게 전 더 할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어떻할까요. 어디로 의탁할 곳도 이야기 할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나와 제 소식을 들어봐야 속상하기만 할 가족들 생각에
그간 모아두었던 진통제를 꺼내 한움큼 쥐어들고 물을 떠왔습니다.
이제 정말 끝냈으면,
나중에도 결국 고통스러운 기관지 질병으로 딸을 힘들게 하며 세상은 떠나지 말고 지금 그냥 끝내야지 했습니다.
한참을 울며 동생에게 아가에게 엄마가 많이 사랑했다고 전해달라고 써놓고 약을 보는데 무서워졌습니다.

혹시 죽지않고 살아나면 또 얼마나 가족들에게 민폐가 될까.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먹자....
그런데 딸이 자기 엄마는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떨까...
사랑한다고 해놓고 지켜주지도 않고 죽었다니...
더 무서워졌습니다.
바보. 죽지도 못하고.

전 정말...바보같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저의 아픔을 모르겠지요.
오늘은 더 열심히 움직여 봅니다.
또 조금이라도 제 몫을 하며 살아야하니까요.

=====================

위 글은 며칠전 가습기살균제 피해환자가 피해자모임 인터넷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본인의 동의를 구해 여기 올립니다. 본인은 투정하는 글이라고 망설였지만 요청드렸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환자의 삶이 이렇게 힘들고 험하게 하루하루 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분들께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오늘도 광화문에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대책을 촉구하는 일인시위가 122회째 열렸습니다.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환자분들과 가족의 아픔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아래는 위 피해자의 글에 다른 피해자와 가족들이 올린 댓글들입니다. 안타까운 마음, 놀란 마음 들입니다... 

==========

밝게 웃고 계시지만 얼마나 힘드실까...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힘을 내세요... 우리에게도 **님은 소중하신 분인데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지금 남편분이나 가족이 많이 힘드실 수 있지만 **님이 계심으로 그것을 감내하실수 있을거예요. 소중한 딸에게도 엄마의 존재는 얼마나 클 텐데요.... 몸은 힘들어도 딸을 위해 미소지어주는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딸에게는 어떤것보다 소중하고 큰 힘일테니까요. 반드시 그럴거예요. 그리고 분명 지금의 힘든 과정들이 조금씩 완화되고 희석되는 날들이 올거예요.

**!! 무서운 생각하지 마세요 ㅜ.ㅜ 많이 힘드시죠? 저도 아직 힘든점이 많아요~ **님보다는 중환자는 아니지만 저도 주부로서 엄마로서는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적답니다~~~ .ㅜ 그맘저도 잘 압니다~~~ **!! 힘들수록 우리 크게 한번 웃어보아요~~~ **님의 긍정적인 힘을 믿는 한 사람입니다~~~^^ 우리 힘들 때마다 크게 웃자구요~~~아자~~화이팅!!!^^

-

글쎄요.뭐라고 해요. 견뎌야죠. 그래도요.어쨌든 혼자가 아닌걸요.설령 혼자라고 해도 혼자가 아니죠....내가 누군가 내편이 아니라고 여기면 내편이 아닌거고요. 설령 아무도 내편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내편이라고 여기면 내편이 되는 것이고요. 그것 하나는 분명해요. **님은 **님 편이라는 것....그리고 우리도 있고요.

-

저도 제 아이를 잃고 삶의 끈을 놓으려고 한적이 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지요. 그럼 남아있는 가족들은..... 그렇게 남아있는 가족들은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짐이 된다고 받아들이면 절대로 안되요. 평온한 가정도 집안싸움을 하는데,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이니, 하소연정도로 받아들이시고 힘내세요. 건강 꼭 되찾으실꺼예요.

-

힘내세요.. 무서운 생각을 하시다니요. 절대 그러시면 아니되셔요.. 그런 무서운 생각은 가습기를 만들어 팔아 먹은 업체에서 해야죠... 아이를 위해 좀더 힘내세요.. 천천히겠지만..조금씩 좋아지지 않겠어여 아니 분명 더 좋아지실거니 **님 희망의 끈 놓지 마시고 힘내세요...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억지 웃음이라도 웃으며 힘내보셔요.. 더 좋은 말로 더 용기를 드리고 싶지만.. 글재주가 없어서.. 죄송해요...

-

그래두 아이에게는 엄마가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대요. 그런 생각 갖지마세요.

-

좋은 환경 제공하며 흡족하게 케어해 준다고 다 좋은 엄마는 아닐 겁니다. **님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을 참아내셨고 또 참고 계시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저같은 사람 부끄럽게 만드실만큼 훌륭한 분이시고, 또 아이에게도 훌륭한 본보기, 모델이 되는 엄마가 될 겁니다. 전 투병 과정 옆에서 보면서 그게 너무 끔찍한 걸 아니까 앞으로 그럴 일이 생긴다면 인공호흡기 치료나 심폐소생술 같은 건 거부할까 생각하는 겁쟁이 엄만데요,. 나중에 **가 크면 엄마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제가 증언해 줄께요, 힘내세요. 가족들도 현재 너무너무 힘들겠지만, **님 없을 때 고통에 비하겠어요.. 힘들 땐 항상 "나는 존재 자체로 기쁨이고, 희망이다"하고 되뇌이세요~~ 사실이니까요

-

**, 당신의 고통을 조금 압니다. 약간 압니다. 지난 1년간 서너차례 만나면서 알게되었죠.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님을 잘 알고 사랑하고 지켜주는 사람은 바로 남편분이십니다. **님의 마음과 몸의 고통을 그대로 알지는 못할지 모르지요. 항상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마음아파해주는 분이 아닐까요. **님이 일인시위에 나서겠다고 하셔서 연락드렸을때 남편분이 말리셨어요. 위험하다고, 안된다고. 웬만하면 나오시도록 해주시지... 같이 나오셔도 좋을텐데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얼마후 **님은 광화문 네거리에 오셨습니다. 주변의 저희가 오지랍이 넓으면 **님의 남편분과 가끔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얼마나 속이타고 한숨이 나오고 그럴까요... 한달 두달 그리고 일년이 지나고 있잖아요. 세월에 장사없습니다. 힘들어 하는거 당연한 겁니다. 다른 환자분들 그리고 가족들 또 저희같은 사람들과 당분간 혹은 오랫동안 서로를 다독이며 기대며 그렇게 힘든 세상을 헤쳐가야 하지 않을까요... 많이 힘들어서 아예 연락도 않고 사시는 다른 많은 환자분, 가족분, 유족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

**님~~ 아,,, 누구나 그런 힘든 생각 한번쯤은 하며 살꺼예요~~
++이 아프고,,,저도,, 수없이 나쁜생각 했었거든요^^;; 왜,,나만,, 내가 왜..내자신 수없이 비난도해보고,,,지금,,이렇게 10년이 되가면서...여전히 저 또한 가끔..나쁜생각 잠시,,살짝할때도있지만,,세상에 살면서 필요없는 사람은 없어요~ 아시죠~~^^ 우리 힘내요~~!!!

-

-

-

-

-


1.jpg

거친 담벽을 조심스럽게 타고 오르는 가을의 이름없는 덩쿨잎입니다. 그 잎들도 가을빛입니다. 힘들어하는 **님을 닮은 듯 합니다. **님, 시련을 딛고 이겨내세요.

============

2012년 11월14일

환경보건시민센터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