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시민이 죽든 말든 환경부는 '환경'만 지키면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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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시민이 죽든 말든 환경부는 '환경'만 지키면 된다고요?

최예용 0 3994

2013년4월12일자 프레시안 기사입니다.

박근혜 '부처 이기주의' 타파 vs. 대통령 비웃는 환경부

1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든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가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피해자와 유족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와 환경·보건
단체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CMIT/MIT,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등의 화학 물질을 지목했다. 다수의 독성 물질의 위험을 연구하는 전문가도 이런 시각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중 CMIT/MIT의 독성을 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미 2012년 9월에 CMIT/MIT의 독성을 확인하고 있었으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수차례 "부처 이기주의 타파"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놓고 환경부가 대통령의 의지를 비웃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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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총리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 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외면한 환경부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PHMG, PGH를 지목했다. 이 때문에 CMIT/MIT가 포함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을 사용한 이들은 자신의 피해를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런데 뒤늦게 환경부가 지난해 9월 CMIT/MIT를 유독물로 지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PHMG는 물론이고 CMIT/MIT도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구·피부·흡입·어류 독성 실험에서 모두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CMIT/MIT의 흡입 독성은 1리터당 0.33밀리그램이다. 공기 1리터당 0.33밀리그램의 물질이 들어 있을 때 실험동물의 절반이 죽는다는 것. 흡입 독성이 1리터당 1밀리그램 이하일 때 유독 물질로 지정된다.

환경부가 밝힌 이런 결과는 학계에서는 공공연한
상식이다. CMIT/MIT의 유독성은 학계에서 수차례 보고되어, 이미 지난 1999년 MIT의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를 통해서 공지되었다. 환경부가 CMIT/MIT를 2012년 9월에야 유독 물질로 지정한 것은 늦어도 한창 늦은 대응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8월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물질"이라는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까지 염두에 두면, 환경부의 대응은 더욱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약 1년이 지나서야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물질 중 하나인 CMIT/MIT와 PHMG를 유독 물질로 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할 만큼 했다"?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표하지 않은 것도 의아한 일이다. 지난 2011년 1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1차 동물 실험 결과를 중간 발표하며 PHMG와 PGH 성분에서만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 2월 2일에는 "PHMG와 PGH의 독성은 확인했으나 CMIT/MIT 성분의 독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최종 결과를 내놨다.

이렇게 보건복지부가 CMIT/MIT에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환경부가 CMIT/MIT의 독성을 확인하며 그런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환경부의 CMIT/MIT의 유독 물질 지정은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정확히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다. 당연히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이 시기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피해 사례 357건을 모아서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인 때였다. 또 지난해 10월 환경부 국정 감사에서 당시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환경부 산하) 환경보건위원회에 올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고, 실제로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지도 심의했었다.

이렇게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환경부조차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그 피해의 원인을 밝힐 핵심
정보를 알고만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2월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나서 여전히 '나 몰라' 하는 자세로 방관하는 중이다.

심지어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2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보호할지는 '제품 안전 기본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소관이 아니"라며 "환경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모두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
철학 중 하나인 국민 '안전'과 곧바로 직결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놓고서 환경부가 보인 태도를 보면 대통령이 "부처 이기주의 타파" 목소리를 왜 높이는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너와 나의 일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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