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독성알고도 상품화…정부, 해결의지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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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독성알고도 상품화…정부, 해결의지도 없어”

최예용 0 6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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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3년 4월 16일 기사입니다.

ㆍ‘폐손상조사위원회’ 공동 위원장 백도명 교수

수백명의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 백도명 공동 위원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지난 11일 이뤄진 민간위원들의 집단사퇴에 대해 “(복지부가 허가하지 않는) 추가 보완조사가 없으면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자료를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25명의 민간위원들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절반씩 추천했다. 시민단체 쪽 민간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조사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복지부 해명을 두고 “정책결정권이 있는 고위공무원 입장에선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보건법상의 ‘피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해버린 것 역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지푸라기도 잡을 수 없어 답답한 상황에서 서로 떠넘기기 바쁜 정부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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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명 공동위원장


▲ 피해 대책 부처간 딴소리
복지·환경부 책임 회피로 조사 못 하자 위원들 사퇴


-추가 보완조사가 없으면 “더 이상의 활동이 무의미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보상이나 도움을 받으려면, 피해는 어떤 근거로 확인될 수 있는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공식적으로 나와야만 한다. 폐손상조사위의 1차적인 활동
목표도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확보된 자료가 영상자료의 경우 전체 359명 중에 20%대에 불과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를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썼으면 ‘사용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 역시 전혀 없었고 조사도 거의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질병관리본부)가 추천한 민간위원들도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건 모두의 의견이 그렇게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복지부에 전달했는데 (추가 보완조사는) 안된다고 하더라.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려고도 했는데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결국은 마지막
회의에 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모든 위원들이 사퇴결의를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보건복지부에선 추가 보완조사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외려 이 사안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유일한 부처인데 비판만 받으니 억울하다고 말한다.

“실무자들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책결정권이 있는 (복지부의) 실·국장, 장·차관 입장에선 그건 터무니없는 얘기다. 실무진들은 나름대로 어떻게 어디까지 조사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고서 (민간위원들과 함께 추가 보완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거다. 그런데 윗선에서 (추가 보완조사는 않겠다고) 결재를 했다면 그에 따른 정책적 대안은 있는지, 정무적으로는 적절한 판단인지 검토가 있었어야 했던 거다. 좁은 시야에서 자기 위치만 보전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폐손상조사위가 조사한다고 나섰는데 (소관부처인) 복지부까지 발뺌한다면 피해자들이 어디 가서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전혀 없지 않나. 저희가 제시한 추가 보완조사 방식은 수천만원 정도로, 돈을 거의 안 들이고 하는 방식이었다.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타 부처 책임이라고) 떠밀고 있잖은가.”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완전히 비켜서 있는 모양새다.

“내가 환경부 내 환경보건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다. 그런데 환경부에서는 자꾸 환경부 소관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환경보건법상에 규정된 ‘피해’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보기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이다. 환경보건법상의 피해로 집어넣지 못한다면 어디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인가.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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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피해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유독물질로 지정된 CMIT/MIT 성분을 포함해 조사되지 않은 모든 가습기 살균제품의 독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며 폐손상조사위의 추가 보완조사를 요구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결과적으로 각 부처가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총리실에서 조정했다는데 조정됐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폐손상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34건뿐이다.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정확히 말해 2011년 역학조사 당시 드러난 18건이다. 당시에는 어떤 가습기 살균제를 얼마나 썼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했던 거다. 이 외에 중환자분 가운데 영상자료 소견이 유사한 분들까지 합해서 34건이다. 이후 추가신고에 대해서는 그런 인과성 조사를 할 수 없었다. 그걸 시도하려면 우리가 요구한 최소한의 추가 보완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최초에 폐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간 인과성이 확인된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았나.

“아무도 받지 못했다. 법적 분쟁으로 넘어간 상태인데 제조사에서는 정부의 역학조사와 독성실험이 잘못됐다면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이 잇따른 지 2년여가 지났는데 보상이나 관련 정책이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조정을 잘못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원인이 무엇인지 피해자들의 규모는 얼마만큼인지 이들에게 어떤 근거를 통해 무슨 조치를 해줄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나오는데 부처 간 조정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을 내놓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 최초로 사용됐다고 한다.

“원료 자체는 원래 있었던 것인데 ‘가습기 살균제’로 제품화한 건 처음이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흡입독성에 대한 간접적 자료들이 있었는데 (기업에서) 이를 무시했다. 정부도 이 원료를 사용한 다른 살균제의 경우 피부에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있으면 독성자료를 첨부하라고 하는데, 물에 섞어 ‘에어로졸’로 흡입하는 문제는 간과하고 넘어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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