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름값 못하는 글로벌 기업-옥시레킷벤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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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름값 못하는 글로벌 기업-옥시레킷벤키저

최예용 0 6467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의 항균 주방세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이 규격기준보다 산성도(pH)가 높다는 발표가 나온 후 많은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믿고 쓰던 주방세제가 알고 보니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품을 추천했던 의사협회는
대국민사과의 뜻을 밝히며 책임을 졌다. 해당 제품은 주방위생에 신경을 쓰는 주부들을 공략해 출시 반년 만에 단일제품으로 주방세제시장의 3%를 점유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50대 주부 A씨는 지난 5월 데톨 주방세제로 바꾸고 난 후부터 손끝 피부가 간지럽고 불규칙적으로 벗겨지는 피부질환에 시달렸다. 그동안 주부습진 병력이 없었기에 나이 탓이라고 넘겨왔다. 그러나 이달 7일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손의 피부질환이 주방세제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소비자들의 분통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제조판매사 옥시레킷벤키저의 무책임한 태도다. '
채소ㆍ과일 세정 가능 1종 세제' '피부과 테스트 완료' 등의 문구를 버젓이 써놓은 옥시레킷벤키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죄는커녕 지면광고를 통해 "지금 상황은 '소비자의 혼란'일 뿐이며 우리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라도 불만족스러우면 환불 조치하겠다"며 변명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A씨는 "문의사항이 있으면 고객센터로 전화하라고 했으면서도 하루 종일 통화연결이 안돼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며 "업체에서 물건을 회수하고 환불 조치를 한다고 해도 이미 상한 피부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모습은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은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피해 유족들은 법정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사죄는 기대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 유족들의 하소연이다.

당시와 정도가 다를지 몰라도 이번 사건 역시 '물건을 팔면 그만'이라는
외국 기업의 모르쇠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 2013년 8월9일자 이수민 기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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