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논란3]화평법이 경기회복 복병?…재계 나팔수된 경제지들
[화평법 논란] 시행 전부터 "신제품 개발 불가" 억측 쏟아져
프레시안 화평법 시리즈기사 3차, 2013년 9월18일자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을 향한 공세가 거세다. 산업계와 산업계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화평법은 기업 죽이기'라는 공식이 설파되고 있다.
'화학물질 보고 의무자'에서 '사용자'를 삭제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의 보고 의무를 없애주는 등, 원안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산업계는 여전히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산업계의
아우성을 전하는 기사를 보면 화평법은 기업의 줄도산을 부르는 악법 중 악법이다. 정말 그럴까.
화평법, 세계에서 가장 강한
규제법?
기업과 친밀한 경제지들은 화평법을 '기업 죽이는 법'으로 표현한다. 특히 <서울경제>는 아예 화평법을
'경기 회복 3대 복병'중 하나로 규정했다. 화평법은 오는 2015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인데,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 경제를 망치는 원흉으로
지목받은 셈이다.
▲ <서울경제> 13일자 기사. ⓒ프레시안(남빛나라) |
<서울경제> 온라인판은 12일 "[경기회복 3대 복병] 화평법·화관법, 매출 5%까지 과징금…
사고 땐 도산할 수도"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들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중견·중소기업 등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세기로 유명한 유럽의
REACH보다 화평법 규제가 더 세다는 점"이라는 "석유화학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산업계는 화평법이 유럽의 REACH(신
화학물질관리제도)보다 강화된 법안이므로, 화평법이 현존하는 화학물질 규제법 중 가장 엄격한 법안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화평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관계자는 "절대 REACH보다 엄격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화평법을 대표발의한 심상정 의원실(정의당) 박항주
보좌관은 "REACH의 위해성 평가 등록 항목은 61개지만 화평법은 51개"라고 설명했다. 기존 화학물질 등록 기준도 화평법이 더 느슨했다. 박
보좌관은 "REACH는 1t 이상 제조·수입 되는 기존 화학물질이면 전부 등록해야 하지만 화평법은 1t 이상 제조·수입 되는 기존 화학물질 중
유통량, 유해성 등에 따라 환경부가 고시한 물질만 등록하면 된다"고 말했다.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은 사용량에 상관없이 모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타국에 비해 규제 기준이 강한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의 '신 화학물질 환경
관리법'도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물질의 특성에 따라 1t 미만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생태 독성, 분해성 등
최소한의 독성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은 전국 총량을 기준으로 1t 미만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총량 1t
이상인 물질은 업체별 제조·수입량에 제한 없이 자료제출 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1t 이상 사용하는 신규 화학물질이라면
어떤 업체에서 1g만 사용하더라도 등록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화평법 논란 ① 127명 사망했는데 전경련은 여전히 '규제 완화' 타령 ② '화평법 흔들기'에 성난 의원들 "국회로 가져와!" ③ "화평법이 경기회복 복병?"…재계 나팔수된 경제지들 |
R&D 화학물질 등록면제 추진한 주체는 산업계
<한국경제>는 지난달 22일 "화평법 시행 땐 건당 등록에만 9개월…신제품 개발 사실상 불가능"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화평법에서 '조사·연구개발(R&D) 목적의 화학물질 등록 면제조항'이 삭제된 것을 문제 삼아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는 전자재료 업계와 화학업계는 신규 화학물질을 개발할 때마다 비용과 시간을 그만큼 더 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또 "연구개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국가경쟁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산업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박 보좌관은 "R&D 화학물질의 등록 면제조항을 삭제한 것은 바로 산업계"라고 반박했다. 2010년 말부터 정부와 산업계가 화평법 합의안을 작성할 때 산업계 스스로 만들고 받아들인 조항이라는 것.
<매일경제>는 한술 더 떠 지난달 30일 "화평법 졸속·과잉 입법 관계자 책임 물어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화학제품 독성 피해나 사업장 내 화학물질 사고를 막으려고 만든 이 법은 현실을 무시한 과잉 입법으로 치달아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염려된다"는 '과잉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분석·등록에 10개월 넘게 걸려 연구개발이 늦어지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건 물론"이라고 주장했다.
정작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분석·등록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화평법에 따르면 등록 여부 결정을 통지받은 후부터는 화학물질 제조·수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그 통지 기간은 시행 규칙에서 규정할 사항인데 환경부는 30일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 비밀 침해?…영업비밀 보호 조항 있다
영업 비밀 침해를 우려하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는 16일 "수조 원대 화학물질 시험·분석시장 외국계에 대부분 뺏길 판"이라는 기사를 온라인판에 게재해 영업 비밀 침해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영업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 화학물질 등록 신청 자료를 제출할 때 자료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 관련 규정(제46조'비밀의 유지')은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직에 종사하는 사람 및 그 직에 종사하였던 사람은 그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