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전자파 탓 소아백혈병 10년간 최대 38명 발병우려
한겨레신문 2013 10 17
장하나 의원, 건강 위해성 연구 공개
밀양대책위 “주민 건강 실태조사를”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올해부터 10년간 전국적으로 최대 38명의 어린이가 백혈병에 걸려 13명이 숨질 것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16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건강 위해성 평가를 위한 전자파 관리방안 도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고, 환경부에 “환경정책기본법과 환경분쟁조정법에 전자파를 환경위해물질로 추가해 전자파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연구는 환경과학원이 한양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에 용역을 맡겨 2010년 5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수행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2058명의 소아 백혈병 환자 가운데 최소 29명에서 최대 38명의 발병 원인이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은 최대 2명, 그 이후로는 매년 1명씩 생겨 10년간 최대 13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백혈병 생존률이 높아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추정치는 소아 백혈병 환자의 발병 원인 가운데 1.2~1.5%가 송전선 전자파에 의한 것으로 가정하고,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소아 백혈병 환자 수를 대입해 계산한 것이다. 보고서가 적용한 전자파에 따른 소아 백혈병 발병율은 영국 웨일즈 지역에서 매년 발생하는 400~420건의 소아 백혈병 환자 가운데 1.2%인 약 5건이 고전압 전력선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와, 독일 전체 소아 백혈병의 1.5% 정도가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관계된다는 또다른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아 백혈병과 전자파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면, 2000년 기준 전세계 4만9000여명의 소아 백혈병 환자 가운데 0.2~4.95%인 100~2400명이 전자파에 의해 발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소개했다.
한편,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주민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압 송전선이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재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연 진선미·은수미·장하나 민주당 의원, 김제남 정의당 의원 등은 공동 회견문에서 “765㎸ 송전선 인근 지역에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짐승들이 유산하고 농작물 수확에 큰 지장이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은 어디든 한결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국회에 계류중인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법’에는 송전선 주변의 주민이 입게 될 건강권에 대한 피해 보상과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가 빠져 있다. 밀양의 765㎸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건강 및 재산상 피해가 확인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