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폐뿐 아니라 뇌,심장도 공격한다
조선일보 2013년 4월17일자 기사
미세먼지가 폐, 호흡기, 피부, 눈 뿐 아니라 온 몸의 세포를 손상시키고 심장, 뇌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부가 고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태아가 성장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의 지능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 많은 대도시의 아이, 지능 나빠
미세먼지는 태아 성장과 지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화여대의전원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팀이 2006~2010년 서울, 울산, 천안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산모 658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태아와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장기간 분석했다.
각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울산→천안 순으로 높았다. 각 지역별 산모의 태아 초음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산모의 태아 두정골(뒤통수 부분을 덮고 있는 뼈) 지름과 허벅지 길이가 천안에 비해 각각 0.09㎝, 0.01㎝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은희 교수는 "미세먼지가 산모의 몸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을 끈적거리게 만들어 태반을 통한 태아의 영양공급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 산모에서 태어난 생후 12개월 아이의 인지능력(말하기, 듣기 등)과 동작성도 천안, 울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교수는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이 태반을 통해 태아의 뇌 성장·발달을 저해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칼슘 대사 방해해 부정맥 유발
미세먼지는 세포와 닿으면 산화 스트레스도 발생시킨다. 산화스트레스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세포 대사 이상을 유발한다. 세브란스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팀이 쥐 110마리의 혈액 속에 고농도의 미세먼지(200㎍/mL)를 주입했더니 혈액 속 산화 스트레스 농도가 3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세포 속에 칼슘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등 칼슘 대사 장애가 발생, 부정맥(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병)이 생겼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가 어떻게 부정맥을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인체 연구도 있다. 작년 캐나다 토론토종합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5명을 선정, 고농도의 미세먼지(150㎍/㎥)를 주입한 밀폐 공간에 2시간 동안 머물게 한 뒤 심전도 검사를 한 결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뇌 기능 떨어뜨려 치매 위험
미세먼지는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는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이 침투하기 가장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이 뇌 조직으로 들어갈 때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혈액-뇌장벽·BBB)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영 교수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이 장벽을 뚫고 뇌로 직접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미세먼지가 뇌 속으로 들어가면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신경세포 손상으로 인지기능도 떨어진다. 2012년 미국 러쉬대학병원 연구팀이 1만9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뇌 인지기능 퇴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치매로 갈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눈에 안 보이는 지름 10㎛ 이하(머리카락 굵기의 최대 7~8분의 1)의 작은 먼지로, 황산염, 질산염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만성질환자, 고령자, 어린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을 넘으면 기침, 안구 따가움, 피부 트러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은 미세먼지 농도가 120㎍/㎥으면 폐·기도 세포 염증이 나타난다. 2011년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47㎍/㎥였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더 잘 침투하고, 건강에도 더 해롭다. 2012년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5.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