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건강해야(4)-방사능안전③] 생활 속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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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해야(4)-방사능안전③] 생활 속 방사능

임흥규 0 4981

병원 CT 촬영,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4-방사능안전③] 생활 속 방사능

2014.03.21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3월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재앙 3년을 계기로 본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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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에 오염된 도로 위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2011년 11월 4일)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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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서울의 한 주택가 도로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이 측정됐다. 이 사건은 같은 해 3월 옆 나라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가 붕괴돼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다는 소식에 놀란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즉각 도로의 방사선 노출량과 방사능 물질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매일 1시간, 10년 동안 도로 위에 있었음을 가정했을 때, 관리 기준치의 절반 정도 양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해명은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권고를 받아들여, 도로 방사능 노출이 주민 건강에 준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역학조사 결과 주민들의 평균 방사능 노출 수치는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도로에 인접해 있는 일부 상가나 주거지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수십 명은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은 방사능 노출로 인한 건강 모니터링과 관리, 환경관리를 잘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요구에 기반하여 주민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방사능 문제를 포함한 생활환경보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새로운 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정책을 수립하였다.

이 사건은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우선 도대체 도로를 오염시킨 방사능 물질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혹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 도처에서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기준치 이하의 노출'이라고 단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소위 '민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수행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조장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낳았다.

도로를 오염시킨 방사능 물질의 출처는 결국 밝혀낼 수 없었다. 초기에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다. 첫 번째 가설은, 도로를 포장한 아스콘에 섞인 골재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설이다. 과거 일본에선 산업폐기물에 해당하는 것들을 많이 수입한 뒤 이를 재활용하여 건축 자재나 골재 생산에 이용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오염된 산업폐기물이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의심되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었다?

두 번째 가설은, 도로 아스팔트 포장 중 두께와 단단함을 측정하기 위해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장비에 세슘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로 포장 시에 종종 발생하는 사고로 인해 이 검사장비가 파손되어 세슘이 흘러나와 도로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면 세슘의 오염 정도가 도로 전체에서 균질하게 측정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가설도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

그 외에 인근 핵 관련 작은 연구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이 수송과정에서 도로를 오염시켰을 것이라는 의심 등이 있는데, 어느 하나도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해당 도로는 10여 년 전에 포장되었고, 당시 포장공사를 시행했던 업체는 이미 오래 전에 폐업하여 어떤 기록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방사능오염에 대해 지금까지 놀랍도록 둔감했다는 사실이다. 단지 시민들이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가 이러한 방사능 문제를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놀라움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의심으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도로 방사능 오염 사건 이후, 벽지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든지, 컵을 거는 식기 등에서 방사능이 발견되었다든지 하는 사건들과 병원의 일부 구역과 환자에게서 매우 높은 방사선이 검출된다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처럼 도로 방사능 오염 사건은 생활에서 일어나는 방사능 노출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생활 주변의 방사능 환경은 대부분 우주와 지구가 탄생하면서부터 만들어진 '자연 방사능 물질'에 의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노출되는 전체 방사선량 중 80% 이상이 자연방사선으로부터 오고, 이중 50%가 라돈에 의한 것이다. 인공방사선 노출은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의료용 방사선이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토양에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방사능 물질인 라돈가스가 나온다. 라돈이 섞인 공기를 자주 마시게 되면 폐암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강암에는 자연방사능 물질이 많아 감마선에도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다.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도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중성자와 같은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자연적으로 포함된 방사능 물질들이 있다.

의료용 방사선 노출량, 의료수준 높은 나라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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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도로에서 측정된 방사선이 관리기준 이하라고 했지만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해당 구청이 도로포장을 뜯어냈다. 사진은 2011년 11월 4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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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방사능 물질이 아니라, 지구와 우주가 생성되면서부터 만들어진 '자연환경'이다. 물론 '자연'방사선이라고 해서, 우리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태풍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현상이 결코 인간에게 이롭지 않은 것처럼.

그러나 현대사회에선 자연환경에서의 노출 이외에 건강검진이나 질병치료를 하면서 여러 가지 유형의 의료용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유엔 보고에 의하면 특히 소득수준이 높고 의사와 의료 수준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해당 국민의 의료용 방사선 노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인데, 유엔의 2008년 보고에 의하면, 국민 1인당 CT 보유대수가 세계 4위다.

또 우리나라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의료방사선 노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방사선검사 건수는 2007년 3.3회, 2009년 4회, 2011년 4.6회(1인당 평균 1.4mSv)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 중 절반이 CT 촬영에 의한 것이다. 의료용 방사선 노출은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또 다른 암 혹은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의학적인 이득을 손상받지 않는 선에서 노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CT 촬영 시 개인별 방사선 노출량을 기록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라 발표했다. 이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의료진이 의료방사선 노출에 대해 늘 신경 쓰고 노출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데 매우 중요한 근거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가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마련할 수 있었던 건...

여기서 다시, 평균적으로 '기준치 이하의 노출'이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에 반하여 역학조사를 수행한 서울시의 결정은 옳은 것이었나 하는 문제로 돌아가보자. 방사능 노출의 수준을 떠나, 당시 시민들의 불안과 의심(심지어 분노 수준까지 치달은)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정부 당국자라면 '역학조사 결정'은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 처음 역학조사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실시할 때 흥분한 듯한 주민들의 분위기를 새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종의 억울함과 분노였다. 그러나 이후 주민들은 매우 성실하게 역학조사에 참여하였고, 사실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균적 방사능 노출 수준에서) 역학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역학조사를 수행한 책임연구자로서 필자에게 이 과정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신뢰"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느낌이었다.

역학조사를 수행한 서울시는 이후 방사능 문제를 포함한 생활전반의 환경보건문제를 다룰 '과'를 설치했다. 그리고 고노출자로 추정된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 사업을 실시하는 것 뿐 아니라, 생활 주변 방사선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10월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안)' 등의 마련이 그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들여오는 식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에서 누출되는 오염수가 지금도 간헐적으로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류나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의 학교급식 식자재에 대한 방사능 오염여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관리하여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가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안)를 발 빠르게 마련하고 우선적으로 대응한 것은, 방사능 도로 오염 사건 역학조사로 일찍이 훈련되고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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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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