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산재공해피해자 국제대회(ANROEV) 소개

아시아산재/공해피해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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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산재/공해피해자대회

아시아산재공해피해자 국제대회(ANROEV) 소개

관리자 0 5817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안로아브(ANROAV – Asian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ccident Victim)는 벌써 10년 넘게 매년 열리는 ‘아시아산재피해자대회’다. 영어명을 직역하면 ‘직업사고피해자의 권리를 위한 아시아네트워크’인데 우리 식으로 정리하면 직업사고는 산업재해이고 피해자권리를 위한 네트워크는 간단히 피해자대회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3년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필자가 이 대회에 참가해오고 있는 이유는 석면문제 때문인데 아시아지역에서 노동자생명을 노리는 가장 큰 직업위해물질이 바로 석면이기 때문이다. 세계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매년 10만명의 노동자들이 석면때문에 생명을 잃고 있어 석면은 노동자 최대의 적인 셈이다. 이렇게 작업장위해물질로 인식되어 오던 석면이 일반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물질로 인식되면서 환경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석면광산이나 석면공장에서 발생한 석면먼지가 인근 주민마을로 비산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석면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공해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2008년 7월 한국의 환경운동단체, 노동운동단체 그리고 전문가 및 피해자들이 모여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이하 반코 BANKO)를 결성하여 공동으로 석면추방운동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석면사용이 증가추세에 있는 가운데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 각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국제석면심포지엄과 반코출범식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활동가, 전문가들은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이 결합한 한국의 석면추방운동모델이 아시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해 10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산재피해자국제대회’에 반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를 초청했다. 필자는 한국의 경우 석면문제를 일반시민들의 문제, 소비자의 문제로 접근하여 문제를 발굴하고 제기하니 큰 사회적 반향이 일어나더라는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아직 본격적인 석면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대중교육프로그램을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이 공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9년도 안로아브회의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렸다. 석면문제는 공산주의권과 자본주의권을 막론하고 사용소비가 늘고 있는데 특히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건축수요가 커서 석면사용이 크게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에 석면문제와 산업안전문제를 환기하기 위하여 캄보디아에서 회의가 개최되었다. 안로아브 회의를 주관하는 홍콩의 노동운동단체인 아시아모니터링센터(AMRC)는 처음으로 공산권에서 회의를 개최하면서 미얀마 등이 처음으로 안로아브회의에 참가하는 등 산업보건문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09년 안로아브회의는 첫 날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 연례회의가 열렸는데 2009년 4월 A-BAN이 홍콩에서 결성된 후 처음으로 연례회의를 가졌다. 2010년 올해 안로아브회의는 10월중순 인도네시아의 반둥에서 열렸다. 역시 첫날 A-BAN 연례회의가 있었고 이후 3일간 안로아브회의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회의에는 전체 참가자 규모는 120명이 넘었다. AMRC는 최근 3-4년간 매년 참가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하니 아시아의 산재문제와 석면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회운동의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로아브회의는 첫날 전체회의에 이어 둘째날에는 3개팀으로 나뉘어 주제별 워크숍이 열리는데 석면폐와 규폐 및 진폐증과 같은 직업성 폐질환문제를 다루는 폐질환팀, 산재피해자 스스로 조직하고 운동에 나서도록 하는 피해자팀 그리고 전자산업의 산재문제를 다루는 전자산업팀 등이다. 한국에서는 반코 소속으로 활동가1명, 전문가1명, 피해자 2명 등 모두 4명이 참가했고, 삼성전자 백혈병 산재운동기구인 반올림에서 활동가와 전문가 6명이 참가하여 3개의 주제별 워크숍에 나뉘어 참가했다.             


올해 A-BAN회의에는 유럽지역산업보건네트워크인 EWHN(Europe Work Hazard Network)과 영국에 있는 국제석면추방사무국IBAS(International Ban Asbestos Secretariat)에서 참여했고 캐나다의 석면추방활동가 벨기에의 석면피해자 등 아시아 외부지역에서 여러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전세계 석면소비의 56%가 아시아에서 이루어지고 증가추세에 있어 아시아에서의 석면추방운동이 전세계 석면추방운동의 흐름을 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지역에서는 국가별 조직과 함께 아시아전체 차원의 운동조직인 A-BAN이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A-BAN 연례회의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네시아석면추방네크워크(INA-BAN)가 결성되었다. 1990년대초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석면방직공장에 대한 현지조사가 2007년부터 한국과 일본의 주도로 매년 진행되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산업보건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석면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3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석면추방운동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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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10년 6월말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캐나다석면광산개발 반대운동에 사용된 포스터, 반코의 자원봉사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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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지난 10년간 캐나다가 아시아로 수출한 석면량과 비율, 세계적인 감소추세 때문에 수출량은 조금씩 줄었지만 캐나다의 대외수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둘째, 캐나다가 추진하는 새로운 석면광산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가 최우선 운동과제로 선정되었다. 캐나다 동부지역인 퀘벡에는 대규모 석면광산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석면소비가 줄어들고 석면사용금지국가들이 늘어나자 사양산업화된 캐나다의 석면광산업계가 연간 20만톤규모의 대규모 석면광산을 새롭게 시작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캐나다 국내에서는 석면사용이 전혀 없는 가운데 대규모로 석면을 채굴하여 대부분을 아시아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캐나다의 새로운 석면광산개발문제는 아시아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인 것이다. 회의참가자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캐나다의 석면광산개발을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12월 안으로 광산개발계획이 최종 결정될 예정으로 있어 A-BAN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4개국에서 활동가와 피해자로 구성된 항의방문단을 구성하여 캐나다현지에서 반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동시에 아시아 각국의 캐나다 대사관 및 퀘벡무역사무소를 대상으로 항의집회를 개최하는 운동도 준비되고 있다.


셋째, 석면피해자들이 국제연대운동에 앞장서자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석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석면피해자들이 앞장서서 피해를 호소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따라서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주 등의 석면피해자들이 국제적으로 연대하여 세계적 차원에서 석면추방운동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공유되었다. 이를 위해 2011년 인도에서 열릴 회의때에는 각 국가별로 석면피해자대표가 참석토록 하자고 결의되었다.   


회의 마지막날에 열린 안로아브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회명칭을 ‘아시아산재피해자대회’에서 ‘아시아산재·공해병피해자대회 ANROEV – 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로 바꿨다. 많은 경우 산업보건문제와 환경보건문제는 같은 오염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와 주민들의 건강피해문제로 따로 떨어져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전문가그룹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2011년부터 대한산업의학회는 명칭을 대한직업환경의학회로 바꾸어 부른다. 1980년대 공해문제와 산재문제를 공동으로 다루었던 한국의 사회운동이 이후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으로 전문화되어 개별적으로 진행되다가 2000년 후반 석면문제를 계기로 결합되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노동운동에서 전문화된 산업보건운동과 환경운동에서 전문화된 환경보건운동이 현장에서 노동자피해자 및 지역사회와 더불어 결합하고 연대하여 문제해결에 앞장서자는 흐름이 국제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시아산재·공해병피해자대회’이다. 아시아 이웃나라로 공해공장들을 ‘공해수출’한 책임이 큰 한국사회가 이 대회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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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10년도 안로아브 대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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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10년 안로아브의 산재추방 캠페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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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009년 4월 홍콩에서 발족한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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