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우석균 성수의원 원장 빈소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평생 공공의료 확대와 건강권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우석균 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가 7일 0시39분께 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4.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우 전 대표는 1987년 인의협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건의료 운동에 뛰어들었다. 의료를 사회적 권리의 관점에서 바라본 그는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을 강조하며 약자와 소수자도 차별 없이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실천해왔다. 우 전 대표는 진보적 보건의료 운동의 주춧돌을 놓은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01년부터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지난해 8월까지 서울 성수동에 있는 동네 병원인 성수의원을 지켰다. 24년 동안 지역 노동자와 이주민, 장애인 등 갈 곳 없고, 돈이 없는 이들의 주치의로 살았다. 성수의원은 1988년 성수동 공장지대 노동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문을 연 의료기관이다.

 우 전 대표는 다양한 사회적 논쟁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교육과 고용, 소득, 주거, 노동환경, 차별·배제 철폐, 인권 옹호 등이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봤다.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의료만이 아니라 먹거리, 도시계획, 복지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어우러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개선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2018년 참여연대 ‘복지동향’)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평생의 활동을 관통하는 중심이 됐다.

 우 전 대표는 1999년 인의협 정책실장을 맡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시민사회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2001년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 창립을 주도하며 진보적인 보건의료 단체들의 연대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광우병 대책위원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에서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국경을 넘어선 활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고인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당시 한겨레신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을’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라크 현지를 직접 찾아 현지 의료 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후에도 그는 반전운동과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운동 등 평화 운동에 꾸준히 힘을 보탰다.

  2008년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을 창립했다. 그는 먹거리 안전, 자유무역과 건강, 자본주의와 감염병 등 사회적인 조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이끌며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의료 공공성 수호를 위한 활동도 이어졌다. 고인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을 맡아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 도입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2013~2014년에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경남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사태에 맞서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 국면에서도 고인은 공공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정부의 불투명한 방역 대응을 비판하며 공공방역 체계를 강화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인의협 공동대표를 맡아 공공병상 확대, 취약계층 보호, 백신 특허 면제를 위한 국제 연대 활동 등을 이끌었다.

 최근 의정 갈등 국면에서도 고인은 일관되게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했다.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고인은 정부와 의사 이익단체 양쪽을 모두 비판하며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개혁 방안을 제시해왔다.

 장례는 시민사회단체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추모식은 8일 저녁 8시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발인은 9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이다.